여성어업인 조직력·개인역량 강화할 수 있는 체계 마련해야

 

어촌사회에서 여성어업인의 역할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남성 중심의 어촌사회 분위기를 개선할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어촌사회는 수산물 생산 중심의 산업구조가 고착화되면서 여성을 부수적인 역할로 가둬놓고 있다. 최근에는 수산물의 생산보다 가공·유통·판매 단계에서 창출되는 부가가치의 중요성이 주목받으면서 어촌사회에서 여성어업인의 역할을 확대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으며 특히 이 과정에서 남성 중심의 어촌사회 분위기를 개선해야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본지는 한국해양수산개발원, 한국여성어업인연합회와 함께 ‘위기의 어촌에 신활력을 이끌 여성어업인의 역할과 과제’를 주제로 여성어업인 권역별 좌담회를 마련, 어촌사회에서 여성들의 역할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했다. 지난달 30일 충남 아산시 캠코인재개발원에서 열린 충남·전북권역 여성어업인 좌담회의 내용을 지상중계한다.

△주최 :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주관 : 한국여성어업인연합회·농수축산신문

△후원 : 수협중앙회

△일시 : 2023년 11월 30일 10:00~12:00

△장소 : 캠코인재개발원

△좌장 : 박상우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어촌연구부장

△패널 : 송주현 송원식품 대표, 장경희 (사)한국여성어업인연합회 전북지역 부회장, 고향순 (사)한국여성어업인연합회 서산분회장, 이호순 (사)한국여성어업인연합회 태안남부분회원, 이정희 (사)한국여성어업인연합회 감사 <무순>

△정리·사진 : 김동호 기자

 

△[좌장] 박상우 부장=대한민국 어업인의 절반은 여성이다. 경영주가 아니더라도 직간접적으로 어업에 종사하면서 어촌사회를 지탱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여성어업인에게 특화된 사업 하나를 못만드는 것은 말이 안된다. 여성어업인에게 특화된 사업을 만들기 위해서는 조직화된 여성어업인의 힘이 필요하다.

△장경희 부회장=어촌사회에서 여성어업인의 역할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조직을 탄탄하게 만드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 한국여성어업인연합회가 사단법인으로 발족하기는 했지만 이제 돌잔치를 끝낸지 얼마 안된 수준이다. 대외적으로 알려지고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성장해야하는 것이 많다. 행사 참석해서 사진찍고 끝내는 그런 행사가 아니라 여성어업인들의 조직력을 강화하고 여성어업인 개인의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이정희 감사=최근 어촌사회의 고령화와 과소화 문제가 심각하다. 이런 상황에서는 젊은 여성어업인들도 꾸준히 유입될 수 있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선배 여성어업인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지금 한여련 임원진들 세대에서 일정한 성과를 이루고 이를 바탕으로 후배 여성어업인들이 꽃을 피울 수 있게 해야한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우리 세대에서 말로만 했지 뭔가를 이뤄보지는 못했다. 당장 한여련의 임원진들이 있는 지역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도출해내고 이에 대한 평가를 받아봐야 한다. 물론 이 과정에서 정부와 수협중앙회, 일선 수협 등의 지원이 함께 이뤄져야 성과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다.

△이호순 분회원=한여련 회원들이 스스로 변화를 이끌어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한여련은 지역내 봉사활동을 비롯한 다양한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사업을 하는 과정에서 수협 등에 뭔가를 해달라고 요구하기만 했지 사업을 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하고 어떤 것을 해야하는지는 스스로 익히지 못했다. 정부지원사업이든 자체사업이든 여성어업인들이 사업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회원 스스로가 그 사업을 소화해낼 수 있는 역량을 갖춰야 하며 여성어업인들도 역량을 갖추기 위해 의욕적으로 나서야 한다. 도 단위든 분회단위든 신규사업이 만들어진다고 하면 계획을 수립하는 과정부터 사업을 이행하는 전 과정에서 여성어업인들이 직접 나서서 실질적으로 일을 해야한다.

△박상우 부장=여성어업인들이 시작부터 모든 것을 다하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가공공장이나 판매장을 처음부터 크게 짓고 하게 되면 실패했을 때 리스크가 너무 크다. 작은 성공을 쌓아나가는 과정도 중요해보인다. 여성어업인이자 여성기업인의 사례에 대해 들어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송주현 대표=외국계 기업에서 휴대전화 개발자로 근무하다가 아버지께서 생산하시는 감태를 전세계에 알려봐야겠다는 생각에서 수산업에 뛰어들게됐다. 수출을 위해 ‘바다숲’이라는 이름으로 브랜드를 만들고 돈을 많이 들여 패키지를 개발했다. 패키지를 만들 당시 주변에서는 포장지에 수천만원을 쓰는게 말이 되냐고 했지만 세련된 패키지를 개발했고 서산의 감태 명인으로 지정된 아버지의 스토리를 구성, 이를 바탕으로 수출시장 개척에 나섰다. 그 결과 지금 외국에서는 감태를 고급식재료로 인정하기 시작했고 외국의 유명쉐프가 사용하는 감태라는 경쟁력으로 국내 유통채널 확보에 나서니 유통 채널 진입이 비교적 쉬웠다. 여성어업인들이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개인이 아닌 조직의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어촌계나 한여련 등은 어촌사회의 공동체이다보니 정부의 지원사업을 받는 것이 비교적 쉬울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수산기업 등과 협업해나가면 성공모델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고향순 분회장=어촌공동체에서 여성들이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남성어업인들에 대한 교육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한여련 회원들 모두 어촌계에 소속돼있는데 여성어업인들이 어촌계 등에서는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 내 경우 지역에서 생산되는 바지락의 품질이 너무 좋아 어촌계에서 바지락 칼국수 식당을 열거나 여행온 관광객들에게 직접 팔자고 제안했었지만 어촌계원들은 그냥 유통인에게 넘기는 게 낫다며 묵살했다. 품질좋은 바지락 등 수산물이 지역에 많은데 캠핑객들은 해물찜 재료를 택배로 배달받아서 쓴다. 이런 상황에서 여성어업인의 역할을 확대하는 것은 어렵다. 여성어업인에 대한 어촌계장들의 인식을 개선해야한다. 한여련 회원들이 아무리 교육을 받아봤자 주류를 이루고 있는 남성들의 인식이 변화하지 않으면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정부나 수협중앙회 등에서 실시하는 어촌계장 관련 교육에서 여성어업인의 역할과 중요성에 대한 커리큘럼이 마련돼야 한다. 특히 최근 어촌사회의 고령화가 심화되면서 어촌사회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오히려 퇴보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남성어업인들의 인식개선이 병행돼야 한다.

△장경희 부회장=한여련 회장 등 리더의 위치에 있는 여성어업인이 우선 성공모델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한여련이 권역별이나 지역별로 새로 사업에 뛰어들기 어렵다면 지역에 있는 여성어업인의 리더들이 사업을 먼저 시작해서 시범적으로 상품을 만들어보려는 노력을 해야한다. 상품이 개발되고 시장에 진출할 수 있다면 여성어업인연합회에서 새로운 사업을 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이 기사는 어업인 삶의 질 향상을 위해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의 지원으로 제작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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