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실있는 교육 커리큘럼 마련…청년 여성어업인이 참여할 수 있는 계기 마련해야

 

어촌사회에서 여성어업인의 역할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남성 중심의 어촌사회 분위기를 개선할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어촌사회는 수산물 생산 중심의 산업구조가 고착화되면서 여성을 부수적인 역할로 가둬놓고 있다. 최근에는 수산물의 생산보다 가공·유통·판매 단계에서 창출되는 부가가치의 중요성이 주목받으면서 어촌사회에서 여성어업인의 역할을 확대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으며 특히 이 과정에서 남성 중심의 어촌사회 분위기를 개선해야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본지는 한국해양수산개발원, 한국여성어업인연합회와 함께 ‘위기의 어촌에 신활력을 이끌 여성어업인의 역할과 과제’를 주제로 여성어업인 권역별 좌담회를 마련, 어촌사회에서 여성들의 역할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했다. 지난 7일 전남 목포시 국립호남권생물자원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전남권역 여성어업인 좌담회의 내용을 지상중계한다.

△주최 :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주관 : 한국여성어업인연합회·농수축산신문

△후원 : 수협중앙회

△일시 : 2023년 12월 7일 10:00~12:00

△장소 : 국립호남권생물자원관 대회의실

△좌장 : 박상우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어촌연구부장

△패널 : 조은경 담미소 대표, 양경숙 (사)한국여성어업인연합회 전남지역 부회장, 원금선 (사)한국여성어업인연합회 해남군분회장, 이지선 (사)한국여성어업인연합회 목포분회원

△정리·사진 : 김동호 기자

 

△[좌장] 박상우 부장=여성어업인들의 권익에 대해 논의하기에 앞서 여성어업인의 조직에 대한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 여성어업인연합회의 힘은 지역에서 탄탄한 분회조직을 형성하고 이를 바탕으로 어업현장의 목소리가 중앙단위로 모여지는 구조에서 나오게 된다. 그간 한여련이 이뤄온 성과와 한계에 대해 먼저 논의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원금선 분회장=한여련이 사단법인으로 출범하고 적지 않은 시간이 흘렀지만 사단법인으로써 활동을 충실히 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어업현장에서 여성어업인들이 겪는 애로사항에 대한 의견이 연합회 측으로 전달이 되지만 이 사안들이 해양수산부 등 정책당국으로 전달되지는 않는 것 같다. 또다른 문제점은 체계적인 교육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전남지역의 경우 연간 1회의 워크숍이 열리는데 이 정도 교육으로는 부족하다. 연합회 차원에서 열리는 행사는 분회별로 참석이 가능한 인원을 제한하다보니 회원들에게 충분한 교육 등을 제공하지 못하는 측면도 있다. 아울러 여성어업인을 위한 행사가 열리는 시기도 문제다. 여성어업인의 날이 10월 10일로 전국단위 행사도 그 시기에 한다. 하지만 10월 초는 대부분의 어가가 매우 바쁜 시기다. 연중 가장 바쁜 시기에 행사를 하면 참석해도 마음이 편치 않다.

△이지선 분회원=여성어업인연합회에는 젊은 사람들이 참석하기가 쉽지 않다. 내 경우 봉사활동을 해보자고 해서 참석하기 시작해서 지금까지 활동하고 있다. 주위에 젊은 여성어업인이 꽤 많은데 이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한여련 차원에서 내실있는 교육 커리큘럼을 마련해 젊은 여성어업인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계기를 만들어주는 것이 필요하다. 모든 회원들에게 일괄적인 교육을 하는 것이 아니라 생산부터 가공, 유통, 판매 등 다양한 영역의 교육프로그램을 마련, 교육을 희망하는 여성어업인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맨손어업을 하는 사람에게 어선어업과 관련한 교육을 하면 관심이 없지 않겠나? 젊은 여성어업인들이 원하는 교육프로그램을 마련한다면 많은 청년들이 한여련에 가입, 한여련의 조직력이 강화될 수 있을 것이다.

△양경숙 부회장=여성어업인연합회의 활동은 일선 수협이나 해양수산부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분회에서 뭔가를 하려고 하면 수협에 부탁을 해야한다. 형식상 한여련과 수협은 별개이지만 수협의 협조가 필수적인 경우가 많다. 회원이 있어야 한여련이 있고 조합원이 있어야 조합이 있는 데 교육일정 등이 일방적으로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회의나 교육을 통해 회원들이 모이고 의견을 나누다보면 여성어업인의 역할에 대해서도 많은 고민을 나누게 되는데 회의나 교육 일정 때문에 참석이 어려워지다보면 그런 기회들도 줄어들게 된다. 현장에 있는 회원들이 교육 시기나 콘텐츠, 강사 등을 추천해서 한여련 차원에서 교육을 시행하는 상향식으로 이뤄질 필요가 있다.

△조은경 대표=봉사활동으로는 회원들의 권익을 보호할 수 있는 힘이 생기지 않는다. 봉사활동한 것이 언론에 의해 보도된다고 해서 무슨 힘이 생길 수 있겠나? 한여련이 현장에 있는 여성어업인에게 힘이 될 수 있으려면 한여련 또는 지역의 여성어업인 공동체들이 사업을 할 수 있는 능력을 축적하고 이를 바탕으로 정부의 정책적 지원을 이끌어내가는 과정들이 필요하다. 수협 등 다른 주체에 의존해서는 여성어업인들에게 역량이 생기지 않는다.

△[좌장] 박상우 부장=여성어업인들이 특화될 수 있는 영역은 생산이 아닌 유통·가공·판매 등 생산된 수산물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영역이다. 사업을 하는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에 대해 미리 파악해야 향후 여성어업인들이 새로운 사업모델을 만들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조은경 대표=성공한 여성어업인의 모델을 제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내 경우 고향인 전남 무안군에서 도리포 일대에서 생산된 품질 좋은 김을 가공·판매하고 있다. 사업을 시작하는 과정에서 포장김의 규격화 문제에 직면했었다. 기본적인 표본은 같지만 지역에서 생산된 김으로 구이를 만들어보니 포장지가 규격에 맞지 않았다. 포장지를 잘못 만들어서 버린 것만 1200만 원 가량이었다. 시행착오 끝에 포장지의 규격을 맞추고 나니 지역에 있는 어업인들은 우리 회사가 만든 규격을 따라갈 수 있어 시행착오 없이 판매를 할 수 있게 됐다. 또한 영양성분표시를 해야해서 내가 연구소에 의뢰해서 측정한 영양성분을 함께 쓸 수 있기에 비용을 줄일 수 있었고 김 판촉을 위해 만든 샘플김도 지역에서 다른 사람들이 따라 만들면서 판매에 기여를 하고 있다. 이처럼 누군가가 앞서 사업모델을 보여주는 역할이 필요하다. 지역의 여성리더들이 길을 보여준다면 후배들이 보다 쉽게 따라갈 수 있을 것이다.

△원금선 분회장=여성어업인들이 사업을 이끌어가는 주체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교육기회가 부여돼야한다. 현재 남성어업인들에 대한 교육은 다양한 주제로 해외연수의 기회까지 많지만 여성어업인들에게는 그 기회가 비교적 적은 편이다. 가공이나 마케팅 등은 섬세하게 접근해야하는 것이 많은 만큼 여성들의 역할이 큰 영역이다. 외국의 가공이나 마케팅 사례 등에 대한 선진지 견학이 이뤄질 수 있도록 더 많은 기회가 제공됐으면 한다.

[이 기사는 어업인 삶의 질 향상을 위해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의 지원으로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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