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일류, 가격 높지만 물량 부족 농가 실익 없어
채소, 안정적 가격 유지

[농수축산신문=박유신·박세준·이두현 기자]

설을 앞두고 사과·배와 같은 제수용 과일류의 가격이 크게 오른 가운데 채소류와 밤·대추 등의 가격은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
설을 앞두고 사과·배와 같은 제수용 과일류의 가격이 크게 오른 가운데 채소류와 밤·대추 등의 가격은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

다음달 10일 민족 최대 명절인 설날을 앞두고 대목 잡기에 분주한 모습이다.

정부는 과일류를 제외하고 대체로 성수품 수급이 안정적이라 판단하고 있지만 농업인들로서는 생산량 감소로 정작 출하할 물량이 적어 근심이다. 이번 설 명절 선물로 사과·배 혼합세트를 선택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유통업계 역시 다양한 설 선물세트를 마련, 소비자 공략에 나서고 있다.

설을 앞두고 주요 농산물과 임산물의 수급상황을 점검하고 선물세트 선호도와 정부의 수급안정대책 등을 다각적으로 살펴봤다.

 

# 과일 물량시세↑…농가 소득에 실익 없어

농산물 도매시장에서 과일류 가격이 다소 높게 형성됐지만 이는 물량 부족에 의한 것으로 생산자의 실질적인 소득 증가로 이어지지 않아 대목을 앞두고도 농업인들의 표정은 밝지 않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사과 생산량은 425000톤으로 추정돼 평년 508000톤에 비해 16%가량 감소했으며, 지난달 저장 물량 역시 202700톤으로 평년 268200톤에 비해 24.4% 감소했다. 배 역시 지난달 저장 물량은 88100톤으로 평년 98600톤에 비해 10.6% 감소했다.

이처럼 설 명절에 소비되는 사과·배 저장 물량이 크게 감소함에 따라 시세도 높게 형성됐다. 지난 10~17일 가락동농수산물도매시장에서 거래된 사과 10kg 상품의 평균 도매가격은 약 630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약 70%, 15kg 상품은 7만 원 내외로 지난해 대비 두 배가량 각각 상승했다.

다만 과일류의 가격 상승이 물량 부족에 의한 것인 만큼 출하량이 적어 농가 소득이 그만큼 오르지는 않는 상황이다.

이창원 청송GAP작목반 회장은 청송 지역의 대부분 사과 농가는 도매시장에 제대로 납품할만한 사과 물량이 지난해 대비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결국 수취 단가가 높아도 생산비가 오르고 출하 물량이 적어 실질적인 농가 소득은 감소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딸기는 이달 중순 일화방 교체 시기로 물량이 줄어 시세 강세가 유지, 지난 10~17일 가락시장에서 거래된 딸기 2kg 상품은 35000원 내외로 지난해 대비 30%가량 높게 시세가 형성됐다.

이처럼 주요 과일들의 시세가 높게 형성됨에 따라 지난해 다소 안정적인 시세를 유지하던 샤인머스캣도 소폭 가격이 상승해 지난 10~17일 가락시장에서 2kg 상품 기준 17000원가량에 거래됐다.

이에 비해 만감류의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시세가 크게 높지 않은 상황으로 지난 10~17일 가락시장에서 레드향 3kg 상품은 2만 원대 초반, 천혜향 3kg 상품은 1만 원대 후반에 형성됐다.

이석철 서울청과 과일부서장은 제철 농산물의 경우 출하 초기 시세가 중요한데 지난달 만감류가 조기 출하됨에 따라 맛이 다소 떨어져 낮은 가격에 거래가 시작됐다전반적인 작황도 양호해 가격이 급등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번 주부터 본격적인 설 대목장에 들어섬에 따라 출하 물량이 증가해 다소간의 시세 안정에 대한 기대도 나타난다.

이재희 중앙청과 과일영업관리이사는 과일류의 시세가 높게 유지됨에 따라 생산자들이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으로 명절 전 출하 물량을 조절한 것으로 보인다본격적인 대목장이 시작돼 물량이 쏟아져 나오면 오히려 시세가 다소 안정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 채소류, 특별한 이슈 없는 한 안정적인 가격 유지될 듯

채소의 경우 전반적으로 안정적인 도매시세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 10~17일 가락시장에서 애호박 상품 한 상자(20)3만 원대 중반, 백다다기오이 상품 한 상자(50)5만 원 내외로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에서 거래됐다. 명절 기간 소비가 증가하는 시금치 역시 같은 기간 가락시장에서 4kg 상품이 12000원 내외에서 거래돼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을 기록했다.

최선만 서울청과 부장은 이번 겨울 흐린 날이 많고 일조량이 적어 시설 과채류의 작황이 좋지 않아 출하 물량이 많지 않다다만 명절을 앞두고 시설 농가들이 본격적으로 난방을 가동하면 물량이 증가할 여지는 있다고 내다봤다.

현재 전반적인 채소 출하 물량은 평년 수준을 밑돌고 있지만 소비도 원활히 이뤄지지 않고 있어 시세는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

김동진 한국청과 상무는 최근 기상여건이 농산물을 재배하기에 적합하지는 않아 작황이 좋지는 않은 상황이지만 소비세도 주춤해 도매가격이 전반적으로 보합세를 띄고 있다고 설명했다.

 

# ·대추, 생산량 감소에도 가격 안정적일 듯

국립산림과학원에 따르면 지난해 밤 생산량은 전년 대비 9.7% 감소한 39042톤 내외로 추정, 지난해보단 가격이 다소 오를 것으로 예측된다. 다만 설 물량은 이미 산림조합 등이 판매물량을 확보해 가격이 크게 오르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산림조합 임산물유통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이달 밤 가격은 1kg 소비지 기준 특품 8069, 상품 6115원으로 지난해 동월 7225, 5935원보다 다소 올랐다.

국립산림과학원 관계자는 지난 추석 이후 전반적으로 가격이 오른 상황이라 현 수준이 유지되거나 약간 오르는 정도일 것이라 예상했다.

생대추도 지난해 주산지의 재해로 생산량이 감소했지만 설 수급에는 큰 문제 없이 안정적인 가격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안현진 농경연 부연구위원은 제수용으로 쓰이는 생대추는 품질이 크게 중요하지 않아 생산자 측에서 어떻게든 수급을 맞출 순 있다생산량은 다소 감소하겠지만 수급에는 큰 문제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 명절 선물로 신선과일 선호도 증가

설 명절 선물을 준비하는 소비자들은 과일·소고기와 같은 보편적인 품목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성인 3036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5~13일 진행한 설 성수품 및 선물세트 구매의향 조사에 따르면 선호하는 명절 선물로 사과·배 혼합세트를 선택한 비율이 10.6%로 가장 많았고 소고기 10.3%, 사과 9.6%, 6.9%, 사과··만감류 혼합세트 6.9%, 만감류 6.5% 순이었다.

지난해 추석의 경우 선물 선호도가 소고기 21.4%, 건강기능식품 16.8%, 사과·배 혼합세트 12.2%였던 것과 비교하면 소비자의 신선과일 선호도가 높아졌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소비자들의 수요에 부응해 유통업계 역시 설 명절 준비에 나섰다.

이마트는 한우 세트와 샤인머스캣을 포함한 혼합 과일 선물세트 등을 주력 상품으로 설 명절 대목 시장에 대응하고 있다. 이커머스 업계 역시 발 빠른 행보에 나서 설 명절 전까지 행사를 진행한다. 오아시스마켓은 농림축산식품부 할인지원 사업의 일환인 설맞이 농축산물 할인대전을 펼쳐 다양한 농축수산물을 선보이며 풀무원 올가홀푸드는 사과·배 혼합세트를 앞세워 소비자가 맛에 만족하지 못할 경우 환불해주는 당도 보증제를 시행해 소비자를 공략하고 있다.

더불어 올해 설 귀성 의향은 45.5%로 지난해 추석 31.6%에 비해 크게 증가한 만큼 설 선물과 성수품 등의 수요가 늘면서 내수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 설 장바구니 부담 완화 위해 10대 설 성수품 194000톤 공급

농식품부는 아직까지 기상재해 등으로 생산이 감소한 과일류를 제외하고 대체로 성수품 수급은 안정적인 상황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 한파나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 등에 따라 채소류와 계란 등의 수급 변동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이다.

이에 농식품부는 지난 19일부터 설명절 전까지 3주간 10대 성수품을 역대 최대 규모인 194000톤을 공급하고 590억 원 규모의 농축산물 할인지원을 추진하는 등 설 성수품 수급안정 대책을 마련·추진 중이다.

특히 선물세트 등 수요가 집중되는 설 전 2주 차에 전체 공급량의 44.6%86000톤을 집중 공급하고 설 전 1주 차에 29.4%(57000), 설 전 3주 차에 25.9%(5만 톤) 순으로 공급량을 배분해 수급 안정을 도모할 계획이다.

품목별로는 배추·무의 경우 농협 계약재배 물량을 우선 공급하고 수급 상황에 따라 정부 비축분과 출하조절시설물량 등 설 명절 가용물량 45000톤을 탄력적으로 공급할 계획이다.

지난해 기상재해 등으로 생산량이 크게 감소한 사과·배는 계약재배와 전국 농협물량 등 총 74000(사과 38000, 36000)을 집중 출하하고 비정형과, 소형과의 시장 출하를 유도해 공급을 확대할 계획이다. 또한 소비자가격을 직접적으로 낮추기 위해 제수용 사과·(3입 팩)에 대한 산지의 대형마트 공급가격 인하(사과 50050만 팩, 90040만 팩, 1팩 당 1000원 인하)를 지원하고 정부 할인지원(30%)과 연계해 유통업체의 자체 할인율 확대(20~40%)를 유도하기로 했다. 아울러 사과·배 선물세트 수요를 분산하기 위해 유통업체를 통한 만감류, 포도, 견과류 등 혼합세트 공급을 확대하는 한편 농협을 통해 사과·배 선물세트를 소포장화하고 실속 선물세트 10만 개를 준비해 시중가 대비 15~20%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할 계획이다.

·대추는 생산량은 다소 감소하였으나 주산지 저장물량이 충분한 상황으로 산림조합 저장물량을 설 1~2주 전에 집중 공급해 성수기 수급 안정을 도모할 계획이다.

농축산물 할인지원 규모 역시 지난해보다 2.2배 많은 역대 최고 수준인 590억 원으로 확대하기로 했으며, 알뜰 소비 정보 제공, 부정유통 단속 등 생산자·소비자 보호 강화 대책도 추진하기로 했다.

한 훈 농식품부 차관은 지난 18일 성수품 수급상황을 점검하기 위해 가락동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명절을 앞두고 사과, 배 등 성수품을 중심으로 가격이 상승할 우려가 있어 장바구니 물가에 대한 국민들의 걱정이 매우 높다남은 기간 동안 물동량 확보, 출하 시간 단축 등 가능한 모든 역량을 발휘해 성수품 공급에 차질이 없도록 각별히 신경써 달라고 당부했다.

산림청과 산림조합도 설맞이 수급안정과 소비촉진행사를 개최한다.

산림청은 설 임산물(·대추) 수급 안정 대책반을 지난 19일부터 다음달 8일까지 운영해 임산물 공급과 가격 동향을 매일 점검하고 설 2주 전부터는 평시 대비 밤은 4, 대추는 15배 더 공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다음달 8일까지 온라인 쇼핑몰 푸른장터, 우체국 쇼핑, 네이버 쇼핑 등과 연계해 제수용품, 임산물 선물세트 등을 시중보다 10~30% 할인 판매할 계획이다. 산림조합은 전국 12개소에서 특판행사도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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