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약한 법적근거·정책연계부족·수산자원관리 거버넌스 붕괴…수산자원회복계획 '유명무실'
정책연계성 강화로 실효성 확보
조사평가 기반 강화와 어가경영안정 대책 마련 통해 수용성 제고해야

수산자원변동성 확대에 대응, 수산자원회복계획의 실효성을 확보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어획물을 양륙하고 있는 대형선망어선.
수산자원변동성 확대에 대응, 수산자원회복계획의 실효성을 확보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어획물을 양륙하고 있는 대형선망어선.

 

기후변화와 국내외 어선의 남획, 생태계·서식지 파괴가 이어지면서 수산자원의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수산자원분야의 전문가들은 지난해 동해안 일대에서 오징어와 도루묵 어획량이 급감한 것과 같은 사례는 앞으로도 반복될 것이라고 전망, 어업인의 안정적 어업경영을 위해서라도 수산자원회복계획의 실효성을 담보하기 위한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에 현재 운영되고 있는 수산자원회복계획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이에 대한 개선방안을 살펴본다.

# 작동않는 수산자원회복계획

국내 수산자원회복계획은 어획량이 감소세를 보여도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동해안의 살오징어와 도루묵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살오징어 연간 생산량은 1993년부터 2002년까지 10년간 20만~25만 톤 수준을 형성했다. 하지만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어획량은 감소세를 보였다. 2003년 23만3254톤이었던 살오징어 생산량은 2005년 18만9126톤을 기록한 이후 10만 톤 중후반대에서 형성됐다. 하지만 정부에서 살오징어 생산량 감소에 대한 별도의 대책은 마련되지 않았다. 2017년에는 살오징어 어획량이 8만7024톤으로 10만 톤 이하로 감소한 이후 5만 톤 전후의 어획량을 기록하다 2022년에는 3만6549톤까지 줄었다. 지난해에는 상황이 더욱 심각해졌다. 지난해 11월까지 누적 살오징어 어획량은 2만3065톤으로 2000년대 초반의 10분의 1 수준까지 감소했다.

자원회복의 성공사례로 꼽혔던 도루묵도 마찬가지다. 도루묵 생산량은 1987년 1만2169톤까지 기록하기도 했으나 이후 어획량이 급감, 2000년대에는 2000톤 내외로 형성됐다. 이후 수산자원회복사업을 실시한 결과 연간 어획량이 5000톤 내외 수준으로 회복됐으나 더 이상의 대책 추진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2022년 다시 1408톤으로 주저앉았고 지난해에는 11월 누적 467톤이 어획되는데 그쳤다.

살오징어와 도루묵의 공통점은 수산자원의 감소세가 뚜렷한데도 수산자원회복계획에 따른 정부의 대책이 마련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 강화되는 국제규범

국내 수산자원회복계획이 제기능을 하지 못하는 가운데 수산자원과 관련한 국제적인 규범은 꾸준히 강화되고 있다.

1970년대 이후 수산물 수요가 늘어나면서 주요 어업국이 어업에 대한 투자를 늘렸고 이는 곧 수산자원의 급감으로 이어졌다. 수산자원 감소의 문제가 심각해지자 유엔식량농업기구(FAO) 수산위원회는 1991년 책임있는 어업을 위한 국제 규범의 필요성을 논의하기 시작했고 1995년 열린 제28차 FAO 총회에서 책임있는 어업을 위한 행동규범(The Code of Conduct for Responsible Fisheries)을 채택했다. 이후 지역수산기구(RFMO) 뿐만 아니라 세계무역기구(WTO)에서도 어업용 면세유 폐지 문제가 쟁점이 되는 등 국가간 무역의 쟁점 중 하나가 되기 시작했다. 또한 주요 선진국에서는 해양관리협의회(MSC) 인증 등 지속가능어업인증이 빠르게 확산됐고 미국은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에서도 수산자원관리와 관련한 규범을 담기도 했다.

이같은 추세는 아직도 진행되고 있다. RFMO에서도 수산자원관리 강화를 위해 다양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있으며 포괄적·점진적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등 다자간 무역협상에서도 노동, 환경 등과 관련한 규범이 마련될 것을 전망되고 있다. 즉 수산자원의 변동성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필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것이다.

# 사라진 수산자원관리위원회, 이행되지 않는 권고안

수산자원회복계획이 제기능을 하지 못하는 이유로는 수산자원관리위원회가 중단됐다는 것과 과학위원회의 권고안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는다는 점이 꼽힌다.

수산자원회복계획은 과학위원회에서 과학자들이 대상어종에 대한 조사·평가를 통해 자원상황을 진단하고 자원회복을 위한 권고안을 제시한다. 이후 수산자원관리위원회는 권고안을 바탕으로 어업인과 지자체, 수협, 해경 등의 의견을 들어 최종 권고안을 선정하고 이를 해수부에 보고하며 해수부가 권고안을 검토후 최종 승인하면 수산자원회복계획이 시행되는 구조로 이뤄져 있다.

문제는 수산자원관리위원회가 제대로 개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국립수산과학원이 중심이 돼 매년 두차례 과학위원회가 열리고 있지만 정부가 제도의 실효성 문제로 관련 예산을 삭감하면서 2016년부터 수산자원관리위원회가 열리지 않고 있다. 지자체가 중심이 된 수산자원관리위원회는 제도적으로 명시돼 있지 않은데다 중앙정부로부터 지원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수과원에서는 수산자원관리위원회의 역할 일부까지 병행해야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과학위원회의 권고안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목된다. 과학위원회에서 제시한 권고안은 수산자원관리위원회를 통해 어업인의 의견을 수렴, 해수부로 전달돼야 하나 수산자원관리위원회가 기능을 상실하면서 과학위원회의 권고가 바로 해수부로 전달되고 있다. 하지만 과학위원회 권고안의 이행률은 30% 수준에 머무른다. 이는 과학적 근거가 부족한 권고가 많은데다 어업인의 의견수렴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해수부가 이를 이행하기에는 어업인의 반발이 심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 주먹구구식 회복대상종 선정

수산자원회복계획의 문제점 중 하나로는 회복대상종의 선정시 객관적 기준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 지목된다.

수산자원회복계획 관련 제도를 설계할 당시에는 과거 15년간 어획량의 3년 이동 평균치가 최대치의 30% 미만일 경우 자원회복대상종으로 선정하는 방안이 제시됐지만 현재는 이같은 기준에 부합하지 않아도 해수부의 의견 등에 따라 자의적으로 회복대상종으로 선정되고 있다. 회복대상종으로 선정된다하더라도 자원회복 목표치가 과학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설정되지 않고 있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목된다. 현재 회복대상종의 목표치는 어획량으로 설정되는데 목표치와 실제 어획량의 격차가 큰 경우가 대부분이다.

# 취약한 제도적 근거·무너진 거버넌스

수산자원회복계획의 또다른 문제점으로는 제도적으로 근거가 취약한 가운데 수산자원회복계획을 확정하기 위한 거버넌스가 사실상 붕괴돼 있다는 점이 꼽힌다.

국내 수산자원회복계획은 수산자원관리법 제7조 2항 4호에 ‘수산자원이 감소 또는 고갈될 위험이 있다고 인정되는 특정 수산자원에 대한 수산자원 회복계획에 관한 사항’을 수산자원관리기본계획에 포함하도록 해야한다는 내용으로만 규정돼 있다. 사실상 법적인 근거가 매우 취약한 상황에 놓여있는 셈이다.

이는 국내 수산자원회복계획의 모델이 됐던 미국의 사례와 비교해봐도 대조된다. 미국은 매그너슨-스티븐스 어업관리보존법 301조에 수산자원회복계획 권고안의 설정기준, 위원회 구성 방안, 구체적 계획상의 추진 내용, 회복기간 등이 세부적으로 제시돼 있다.

수산자원회복계획을 추진하기 위한 거버넌스 역시 사실상 붕괴된 상황이다. 수산자원회복계획상 권고안의 이행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어업인과 정부, 전문가, 시민사회 등이 참여하는 거버넌스를 통해 합의안을 도출해내야 이행을 담보할 수 있다. 실제로 미국은 해양대기청(NOAA)이 주축이 돼 8개 지역별 어업관리위원회로 거버넌스가 구성돼있으며 위원회를 통해 수산자원보존조치들이 마련돼 이행된다. 반면 국내에는 수산자원관리위원회가 열리지도 않는 등 사실상 거버넌스가 완전히 붕괴된 상황에 놓여있다.

# 제각각인 수산자원정책

국내 수산자원관리정책은 어획노력량 규제, 어획량 규제, 기술적 규제 등이 혼재돼있으며 바다숲, 산란·서식장 조성 등 조성사업과 감척사업 등이 병행되고 있다. 수산자원관리정책의 목표는 공유자원인 수산자원을 안정적으로 관리한다는 것으로 동일하지만 수산자원회복계획과 연계성은 전무한 실정이다.

실제로 수산자원회복대상종으로 지정된다하더라도 실효성있는 어업규제가 마련되기 어렵다. 이는 정부조직의 구조적인 한계에서 기인하는 측면이 크다. 수산자원회복대상종의 경우 자원감소의 원인에 따라 금어기, 금지체장, 총허용어획량(TAC), 어구·어법, 어획시기 등 다양한 규제조치들이 요구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어업정책과와의 부서간 칸막이가 존재해 회복대상종에 대한 규제조치들이 유기적으로 연계되기는 어렵다. 뿐만 아니라 수산자원조성사업은 수산자원정책과가 담당하고 있지만 수산자원회복대상종으로 지정되더라도 수산자원조성사업이 뒤따르는 등 연계조치들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한 부서 내에서도 유기적인 연계가 이뤄지지 않는 것이다.

김도훈 부경대 교수는 “현행 수산자원회복계획은 다른 어업관리정책들과 병렬적인 구조로 이뤄져있기 때문에 회복대상종으로 지정되더라도 실효성있는 조치들이 연계되지 않는다”며 “미국의 경우 회복대상종으로 지정될 경우 자원 감소 원인에 따라 다양한 어획강도 저감조치들이 뒤따르기에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었던 만큼 우리나라에서도 정책간 연계성을 강화할 수 있는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수산자원 조사·평가 기반 강화돼야

수산자원회복계획의 실효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과학적인 수산자원 조사·평가 기반을 강화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정부는 경남 통영시에 수산자원조사센터를 설립하는 등 수산자원 조사·평가 인프라를 강화하고 있지만 현재 국립수산과학원의 예산과 인력으로는 국내 전 해역의 수산자원조사·평가를 고도화하기에는 한계가 있는 실정이다. 수산자원조사는 바다속을 조사하는 것이기에 육상의 조사에 비해 많은 인력과 시간, 예산이 소요된다. 하지만 국립수산과학원의 수산자원조사·평가 전문인력은 39명에 불과한 실정이다.

뿐만 아니라 어획량 자료 역시 부족하다. 국내 어획량 자료는 통계로 수집되는 자료와 한국수산자원공단의 수산자원조사원이 수집하는 총허용어획량(TAC) 소진량 관련 자료다. 이들 자료로는 낚시에 의한 조획량 등을 집계할 수 없으며 수협을 통하지 않고 판매되는 어획량 등을 정확하게 파악하기에는 한계가 있는 실정이다.

# 어가경영안정대책 연계 필요

수산자원회복계획이 실효성을 갖추기 위해서는 어가경영안정대책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016년 44년만에 처음으로 연근해어업 생산량이 100만 톤 이하로 형성되면서 수산자원감소의 문제점이 크게 대두됐다. 이후 다양한 어종에서 자원감소에 따른 어업인의 경영악화문제가 제기돼 왔다. 특히 지난해에는 동해안 일대의 살오징어 생산량이 급감하면서 어가경영안정을 위한 대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동해안 일대에 지역구를 둔 국회의원 등이 적극 나선 결과 정부에서는 동해안 일대의 살오징어 생산 어업인에게 긴급경영안정자금 등을 지원했다. 하지만 이같은 조치는 땜질식 처방으로 문제를 사전에 예방할 수 없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살오징어처럼 생산량과 생산 어업인이 많은 어종은 땜질식 처방이라도 마련되지만 생산량과 생산어업인이 적은 어종은 지원대책마련도 쉽지 않은 경우가 많다. 즉 수산자원이 감소세가 보일 경우 사전적인 수산자원회복대책을 통해 어가경영안정과 자원회복을 도모해야한다는 것이다.

수산업계의 한 전문가는 “수산자원회복계획은 기본적으로 특정 어종에 가해지는 어획압력을 줄여 수산자원회복을 도모하는 것이 기본이기에 어업인들에 대한 규제가 가해질 수 밖에 없다”며 “생계형 어업이 주를 이루는 국내 어업의 특성상 어가경영안정대책을 함께 마련해야 어업인들의 수용성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 어업인부터 낚시·해루질까지 관리돼야

수산자원회복계획을 통해 안정적으로 수산자원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어업인 뿐만 아니라 낚시와 해루질까지 모두 관리할 수 있는 제도적 근거가 마련될 필요성이 제기된다.

국내에는 다양한 어종이 있으며 어종마다 자원의 감소원인이 다르다. 자원의 감소 원인이 미성어 남획으로 분석될 경우 금지체장을 강화하고 어획량이 과도한 경우 어획량을 줄이는 등 맞춤형 대책이 마련돼야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충남 태안군을 비롯한 서해안 일대의 주꾸미 자원은 어업인의 어획뿐만 아니라 낚시객의 유어행위에 의한 어획량도 많다. 또한 동해안 대문어 역시 어업인의 조업과 함께 해루질객의 포획행위가 수산자원에 큰 압력을 가하는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처럼 수산자원 감소가 어업인뿐만 아니라 국민들의 낚시나 해루질 등 레저활동에 의한 자원감소로 회복대상종이 될 경우 낚시와 해루질 등에 대해서도 강도 높은 규제조치가 함께 수반돼야 한다는 것이다.

류정곤 한국수산회 수산정책연구소장은 “수산자원회복프로그램에 따른 어획강도 저감조치는 어업인뿐만 낚시, 해루질 행위까지 전부 제한할 수 있도록 마련돼야한다”며 “이는 수산자원보호를 위한 조치가 단순히 어업인을 위한 것이 아니라 국민을 위해 자원을 관리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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