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재생에너지 증산기조…대두유 수요·대두박 생산량 '증가'
내년엔 수출 물량 두배 늘어날 것…판로확대 모색에 '골몰'
재생에너지 붐타고 대두 생산 증가
주 정부가 주도해 사업 진행
대선 이후에도 영향 없을 것

[농수축산신문=안희경 기자]

미국 워싱턴주 그레이 하버에 위치한 AGP의 곡물 엘리베이터. AGP는 태평양 북서부(PNW) 물동량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곡물 공급사다.
미국 워싱턴주 그레이 하버에 위치한 AGP의 곡물 엘리베이터. AGP는 태평양 북서부(PNW) 물동량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곡물 공급사다.

최근 미국 대두산업이 큰 변환기를 맞고 있다. 미국의 재생에너지 증산 기조에 따라 리뉴어블디젤 생산량이 늘어나면서 대두유 생산량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대두유 생산에 필수 부산물로 생산되는 대두박의 생산량이 늘어나는 것은 명약관화하다. 

품질 좋은 미국산 대두박이 향후 2년 내 2배 이상 늘어날 것이라는 예상에 대두박을 원료로 하는 사료업계의 이목도 집중되고 있다.

특히 지난달 31일 미국대두박 5만 톤이 인천항에 도착, 지난 1일부터 하역을 시작한 데 이어 이달 말 미국산 대두박 2000톤이 추가로 워싱턴 주 시애틀 인근 그레이스 하버항에서 선적돼 한국으로 들어온다는 소식에 국내 배합사료업체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내 배합사료업체 14개사의 관계자들로 구성된 미국대두 시찰단이 그레이스 하버 방문을 기념하는 단체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국내 배합사료업체 14개사의 관계자들로 구성된 미국대두 시찰단이 그레이스 하버 방문을 기념하는 단체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대두협회에서는 지난 1월 22일부터 28일까지 국내 사료업체 관계자 14명과 함께 이번에 한국으로 오는 미국대두박을 선적한 그레이 하버를 시작으로 태평양 북서부(PNW) 물동량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곡물 공급사 AGP, 세계적 곡물 공급사인 번기와 카길, 미국대두협회(USSEC) 본사를 방문했다. 국내 배합사료업체 14개 사의 구매 담당자들과 함께 시애틀과 세인트 루이스를 방문해 미국에서 생산된 대두가 우리나라로 들어오는 흐름을 보고 미국대두산업을 전망하는 한편  지속가능성을 들여다봤다.

<上> 미국산 대두박, 2배 늘어난다
<下> 미국대두의 지속가능성에 주목할 때

# 미국 재생에너지 붐, 대두생산량 늘어

USDA(미국농무부)의 전망치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대두 생산량은 1억1600만 부셸로 전년도인 2022년 생산량인 1억2100만과 비교하면 다소간 줄었다고 볼 수 있다. 흥미로운 점은 같은 기간 미국 대두 수출량은 5800만 부셸에서 5400만 부셸로 생산량 감소에 비해 더 큰폭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나 미국내 대두 수요량이 증가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실제로 미국내 곡물 공급사들은 미국내 대두 수요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여기에는 미국의 재생에너지 붐이 가장 큰 원인을 차지하고 있다. 2021년 이후 미국의 재생가능한 디젤과 기타 바이오 연료 생산능력은 3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에너지 정책은 2050년까지 재생에너지 생산량을 늘려 탄소를 저감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신재생 에너지에 대한 대대적인 투자와 정책 지원을 이어가면서 재생에너지 붐은 지속될 것이란 예상이 쏟아지고 있다.

미국 현지를 방문한 한국 배합사료 관계자들은 이같은 재생에너지 붐이 미국의 대선 이후 달라지지 않을까 궁금해했다. 이에 대해 미국 현지에서 만난 곡물 공급사 관계자들은 미국 대선 이후 집권당이 바뀌어도 이같은 정책 기조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AGP의 한 수출 담당자는 “현재의 미국 대두 생산기조와 재생에너지 붐은 사실상 연방정부의 정책이 아닌 주 정부의 정책에 매우 영향을 받는다”며 “현재 대두를 주원료로 하는 리뉴어블디젤을 생산하는 곳은 캘리포니아, 오레곤, 워싱턴 주 등 주정부가 주도해 사업을 진행하고 민간의 이익 때문에 생산기조가 유지되는 곳으로 대선 이후 정책 향방과는 무관하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대두 생산량 증가는 올해부터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USDA의 WASDE 1월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대두 생산량은 일리노이, 미주리, 노스다코타 등지에서 증가해 전월 대비 3500만 부셸 증가한 42억 부셸로 추정됐고 수확면적도 이전 추정치보다 줄어 8240만 에이커로 관측됐다. 미국의 대두 생산량 증가에도 불구하고 세계 대두 생산량은 크게 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USDA는 올해 대두 생산량은 아르헨티나, 미국, 러시아, 중국, 파라과이, 볼리비아의 생산량이 증가함에도 불구하고 브라질에서 생산량이 감소하면서 큰 폭의 증가세는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브라질 생산량에 대해서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이다.

세인트 루이스에서 만난 세계 3대 곡물 공급사 번기의 한 관계자는 “아르헨티나는 대두 생산량이 줄었다가 다시 늘어나면서 전반적인 생산량 증가세를 견인하고 있다”며 “브라질 대두 생산량이 감소할 것이라고 보는 전망이 많지만 지난해 12월 이후 토양수분 상태가 많이 개선됐고 향후 10일간 비 예보가 있어 더 개선될 여지가 있는 만큼 브라질 날씨에 따라 대두생산량은 변화할 수 있다고 본다”고 전했다. 
  
# 미국대두박, 생산량 크게 늘어

올해 미국의 유지종자 생산량은 지난달보다 90만 톤 증가한 1억2240만 톤으로 추정되고 있다. 주목할 만한 것은 유럽연합(EU), 아르헨티나와 러시아의 생산량 감소로 전 세계 해바라기 씨 생산량이 130만 톤 감소한다는 것이다. 미국 재생에너지 붐을 타고 대두 생산량이 증가하며 이렇게 감소된 타 유지종자의 부족분을 채우게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재생에너지 생산으로 대두 가공시설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 정부가 발표한 23개의 대두 가공시설 중 14개는 완전히 신규 시설로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이 신규 시설에서 7억에서 7억 5000만 부셸 정도의 대두가 가공될 것이란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대두박 생산량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AGP에서는 이같은 기조에 맞춰 최신 대두 가공공장을 신축하고 있다. 네브라스카주 헤이스팅스의 대두 가공공장은 AGP 시설 중 가장 큰 시설로 걸프만이나 멕시코를 통해서도 대두를 수출하고 있다는 게 AGP측의 설명이다. 신규로 건설되고 있는 대두 가공공장은 네브라스카 주 데이비트 시티에 위치, 정제시설까지 보유하고 있어 재생에너지 생산과 함께 대두박까지 생산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대두가공공장을 추가 증설한 번지도 올 여름에 가공공장을 한 개 더 증설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에 따라 번기측도 미국의 대두박 가공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번기의 한 관계자는 “대두박 마진이 개선되고 리뉴어블디젤 관련 법령이 현실화되면 대두유생산 증가로 대두박 생산량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며 “내년에는 2100만~2700만 톤까지 수출량이 늘어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카길은 이미 대두가공시설 증설을 완료하고 가공량을 늘리는데 골몰하고 있는 상황이다.

카길의 한 관계자는 “대부분의 대두가공시설의 확장은 향후 3~4년 내 모두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며 “카길은 이미 대두가공시설 인수와 확장을 완료한 상태”라고 밝혔다.

다만 대두가공시설의 확장에 변수도 있을 것이란 지적이다. 

아담 퀘니거 카길 트레이드 팀 리더는 “지난 몇 년간 금리가 3~7% 가량 오른데다 가공장을 짓는데 10년 전에는 1억5000달러가 들었다면 2년 전에는 4억 5000달러로 늘었고 최근 6~7억 달러로 더욱 많이 올랐기 때문에 신규 가공장에 대한 계획에 다소 변수가 있을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 미국 대두박 수출에 눈 돌려   

이같이 대두박 생산량이 늘어나면서 내수시장에서 대부분 소진되던 미국 대두박은 수출시장에 눈을 돌리고 있는 상황이다.

번기의 한 관계자는 “번지는 미국내 대두박 가공생산량의 18%를 차지하고 있는데 지금까지는 미국내 대두박 소비에 초점을 맞췄지만 최근 대두가공이 늘어나고 대두박물량이 늘어나면서 수출쪽으로 방향을 선회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대두박 가공시설의 20%를 점유하고 있는 카길도 대두박 생산량이 늘어 새로운 시장을 찾아야 할 이유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아담 퀘니거 카길 트레이드 팀 리더는 “지난 100년간 미국 대두박은 미국내 시장에 초점을 맞추고 철도를 통해 미국내륙에 수송했지만 재생에너지로 대두유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 필연적으로 대두박 생산량이 늘어나면서 수출시장 확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대두가공을 하면 기름이 20%, 대두박이 80%로 대두유 생산이 늘어날수록 대두박은 더욱 많이 늘어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1년에 미국에서 1250만 톤 정도의 대두박을 수출하고 있는데 당장 내년에는 수출 물량이 두 배로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며 “더 많은 고객과 새로운 시장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AGP의 한 관계자도 “AGP의 헤이스팅스 공장에서 1년에 110만 톤, 사우스다코타 에버딘에 있는 공장에서 100만 톤 정도의 대두박이 생산되고 있다”며 “데이비드 시티의 신공장이 완공되면 1년에 100만 톤 정도의 대두박이 추가로 수출을 위해 이동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게다가 현재 다소 감소추세에 있는 대두박 수요도 증가할 것으로 보여 향후 대두박 수출시장이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번기의 한 관계자는 “현재는 큰 수요처에서 중국이 가축 사육에 대한 수익성이 낮아지면서 대두박 수요가 감소하고 있어 수요가 회복되고 있지 않은 데다 대두 가공의 마진이 감소하면서 대두박 가공 사업이 전반적으로 녹록지 않은 상태”라며 “그러나 올해 하반기부터는 가축 사육이 증가하면서 세계적으로 대두박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곡물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대두박 생산량이 늘어난다는 것은 바이어들에게는 좋은 소식이라고 본다”며 “미국내에서도 공급망을 개선하고 있어 대두박에 대한 유통망이 더욱 좋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며 미국 대두박의 수출시장을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미국대두 시찰단이 AGP의 곡물 사일로 등을 살펴보며 대두박이 선적되는 과정을 직접 보고 있다.
미국대두 시찰단이 AGP의 곡물 사일로 등을 살펴보며 대두박이 선적되는 과정을 직접 보고 있다.

# 아시아 시장 타깃으로 PNW 주목해

미국대두의 수출시장 확대에 따라 PNW 항로(북서태평양 항로)에 대한 주목도도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 등 아시아 시장으로 수출할 때는 미국의 가장 서쪽에 위치한 PNW를 통해 수출하는 것이 이동 시간면으로 가장 짧기 때문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에 따르면 PNW의 경우 이동시간이 15일 정도인 것에 반해 걸프는 35일 정도로 두 배 이상 차이가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PNW 물동량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AGP는 터미널 4를 내년 완공하고 신규로 증설한 데이비드 시티 대두가공장과 함께 운영하겠다는 계획이다. 

AGP의 한 관계자는 “터미널 4는 두 개의 선박에 선적 가능한데 패너맥스급 선적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터미널 4는 기차 4량이 한 번에 물량을 하차할 수 있고 8시간 내 총 100량의 기차 물량을 상차할 수 있으며 동시에 홀드 두개를 채울 수 있어서 필요하다면 다른 종류의 상품을 동시에 선적할 수 있다”며 수출시장에 대한 준비가 완료됐음을 시사했다.

실제로 AGP는 터미널 4를 통해 수출을 두 배로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300만 톤의 대두박을 수출하고 있는 AGP는 600톤까지 수출물량을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걸프만을 통한 수출이 많은 번지는 수출을 원활하게 할 수 있도록 시설을 개선해 PNW를 통해 수출하는 물량을 세 배까지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실제로 번기는 팬오션, 에그테그라 등과 합작해 곡물엘레베이터 합작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팬오션이 합작한 EGT는 PNW를 통해 대두박을 수출하는 회사로 대두박 저장시설을 확장해 향후 5만 톤의 대두박을 적재, PNW로의 대두박 수출물량을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이미 PNW를 통한 대두박 구매는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AGP의 한 관계자는 “최근 PNW를 통해 곡물을 구매하겠다는 요청이 늘어나고 있고 한국 기업들도 요청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전쟁 등으로 인한 불확실성 등 여러 상황을 고려하면 사업을 하기에 안전한 곳은 미국이고 아시아 입장에서 미국은 결국 PNW지역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시장이 매우 급변하면서 복합한 상황으로 남미 대두와 대두박도 가격이 높아진 상황으로 칠레와 페루, 한국 기업들에서도 구매 요청이 이어지고 있다”며 “바이어나 셀러가 모두 새로운 시장에 맞춰 움직여야 하고 이제 이렇게 시장이 급변하는 것이 노멀한 상황으로, 뉴노멀 시대가 왔다는 것을 모두가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AGP는 5개주에 10개의 대두가공공장을 갖고 있다. 사진은 내륙간 수송열차로 대두 등 곡물을 수송한다.
AGP는 5개주에 10개의 대두가공공장을 갖고 있다. 사진은 내륙간 수송열차로 대두 등 곡물을 수송한다.

# PNW 물동량의 대부분을 담당하는 AGP

AGP는 153개의 현지 조합과 5개의 지역 조합으로 이뤄진 조합형 곡물 공급사다. 특히 미국내 25만 명 정도의 농부를 조합원으로 하고 있어 미국대두만을 취급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할 만 하다.

대두 정제를 통해 대두유를 생산하는 가공량도 미국에서 4위를 차지하고 있는 주요 대두박 공급사로 AGP의 가장 큰 장점은 항구에서 대두박을 가장 빠르고 저렴하게 내보낼 수 있다는 데 있다.

AGP는 선적 후 PNW를 통해 아시아 지역으로 보내는데 15일 정도가 걸린다. 걸프에서 오는 대두박이 35일, 남미가 40일인 것과 비교하면 신선한 대두박을 공급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강점이라고 볼 수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PNW를 통해 수출되는 물량이 미국 대두의 30% 정도 되는데 이 중 AGP터미널을 이용해 나가는 것이 93%다. 

# [인터뷰] 알바로 코데로 AGP 트레이딩 디렉터

- 대두박 생산 증가, 한국 등 수출시장 확대 주력

AGP는 아시아 시장을 중심으로 하는 PNW 물동량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곳으로 다른 공급사와는 선적방식이 다르다. 특히 AGP는 농가조합으로 100% 미국대두만을 취급하기 때문에 더욱 자부심이 있다. 대두가공장 증설과 대두박 생산량 증가로 한국을 포함한 새로운 수출시장 확대를 목표로 하고 있는 만큼 AGP는 터미널 4 확장을 통해 전기를 마련하려고 한다.

AGP는 대두와 대두박의 품질면에서도 우수하지만 우천시에도 비가 들어가지 않고 선적을 할 수 있는 특별한 시설을 고안하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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