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레저 ‘급증’에 수산자원감소 심화…낚시·해루질 관리제도 마련 위해 공론화 필요

 

수산자원감소에 대응해 낚시와 해루질 역시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국민소득증가에 힘입어 낚시, 해루질 등 해양레저활동은 꾸준히 증가세가 이어져왔다. 해양레저활동들이 수산자원을 이용하는 레저행위임에도 불구하고 이들 활동은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있다.

이에 낚시와 해루질의 관리현황을 살펴보고 수산자원의 지속가능한 이용을 위한 해양레저행위 관리방안에 대해 살펴본다.

# 해양레저 ‘급증’에도 파악조차 안돼

수산자원을 이용하는 해양레저행위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지만 정부는 이같은 행위를 제대로 파악조차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2014년 207만 명이었던 낚시어선 이용객수는 2022년 519만 명까지 늘었다가 지난해 499만7000여 명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는 낚시어선의 이용객수 일뿐 갯바위 등에서 이뤄지는 낚시행위는 숫자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낚시객들의 조획량은 파악이 더욱 힘든 상황으로 지난해 처음 실시된 통계청의 낚시어선어획량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조획량이 1만5432톤으로 집계됐다. 이 역시 낚시어선의 이용객들의 조획량일 뿐 전체 낚시객의 조획량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해루질은 낚시에 비해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국립국어원에 따르면 해루질은 전라지역과 충남지역의 방언으로 ‘밤에 얕은 바다에서 맨손으로 어패류를 잡는 일’을 의미한다. 하지만 해루질의 개념은 계속 확대되고 있다. 밤에 횃불을 이용해 어패류를 잡는 행위에서 주간에 패류 등을 채집하는 행위, 무릎 정도 수심에서 일정 도구를 이용해 어패류를 포획하는 행위, 얕은 바다에서 통발을 이용해 수산동물을 포획하는 행위까지도 ‘해루질’이라는 개념을 사용하고 있다. 해루질에 대한 정의가 명확하지 않다 보니 해루질을 하는 국민의 수나 해루질을 통해 포획·채취되는 수산생물의 양이 얼마나 되는지 추산조차 힘든 실정이다.

# 1억 원이 고작인 대국민홍보예산

해양레저산업이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수산자원에 대한 인식개선을 위한 정책적 노력은 크게 부족하다.

해수부의 낚시관련 예산은 2019년 19억 원에서 지난해 34억 원까지 늘었으나 올해는 다시 줄어 28억 원 수준을 기록했다. 이마저도 대부분의 예산이 낚시 교육 등에 편중돼 수산자원의 이용과 관리에 대한 해양레저객의 인식개선을 하기에는 터무니없이 적은 수준이다. 예산 뿐만 아니라 정부가 운영하고 있는 대국민홍보채널에 대한 관리 역시 부실하다. 한국어촌어항공단이 운영하는 유튜브채널인 ‘낚시종합포털 낚시누리’는 지난 20일 기준 구독자가 875명으로 가장 최근에 업로드된 영상이 1년 전에 게재된 영상이었다. 조회수는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낚시안전과 관련한 영상은 방송인 지상렬 씨와 가수 KCM 씨가 출연했지만 조회수가 7회에 그치는 영상도 있다. 사실상 낚시와 관련한 홍보를 하지 않고 있는 셈이다.

해루질은 더욱 심각한 상황으로 해루질과 관련한 정부예산은 전무한 실정이며 수산자원관리 홍보의 일환으로 1억여 원의 예산이 편성돼 있다. 이 예산은 유령어업예방 등을 함께 홍보하기에 수산자원과 관련한 국민들의 인식개선을 포기한 것과 다름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산업계의 한 전문가는 “낚시와 해루질은 지난 10여 년간 어촌사회에서 엄청난 갈등을 유발시켜온 문제인데 정작 해수부는 낚시와 해루질을 관리하기 위해 무슨 노력을 했나”라며 “수산자원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 개선이 해양레저행위를 둘러싼 갈등을 해소하는 첫걸음이지만 해수부는 첫걸음조차 내딛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 쿠폰제부터 조획마릿수까지 관리하는 서구사회

우리나라와 달리 서구국가들은 쿠폰제의 형태로 볼 수 있는 면허를 판매하는 동시에 일당 조획마릿수까지 관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정삼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연구위원이 2018년 실시한 ‘낚시관리 실행력 제고 방안 연구’에 따르면 미국은 연방정부와 주정부가 각각 낚시를 관리하기 위한 규정을 두고 있는데 캘리포니아주는 주내 거주여부와 낚시일수에 따른 면허를 판매하고 있다. 또한 대하와 철갑상어 등 상업적 가치가 높은 특정어종은 별도의 기록카드를 판매해 포획일자와 마릿수를 관리하고 있다. 뉴질랜드는 민물낚시에만 면허제를 실시하고 바다낚시는 어종에 따라 1일 최대마릿수와 체장, 낚시도구 등을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으며 서호주정부 역시 낚시면허제와 다양한 낚시관리제도들을 두고 있다.

이같은 외국의 사례에서 찾아볼 수 있는 공통점은 낚시면허제도를 통해 재원을 마련, 낚시객들의 편의성을 개선하고 낚시인과 어업인간 갈등해결 방안을 모색한다는 것이다. 또한 명예감시관과 레인저 프로그램, 불법낚시행위에 관한 신고 등 모니터링 시스템을 갖추고 있으며 낚시규정에 대한 접근성개선, 아동과 청소년 등을 대상으로 한 낚시교육 등도 병행하고 있다.

# 낚시·해루질 관리제도 마련위한 공론화 나서야

수산자원관리와 해양레저행위로 인한 어촌사회의 갈등 저감을 위해서는 낚시와 해루질 행위를 관리하기 위한 제도 도입을 위한 공론화가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정부는 낚시산업의 성장으로 어업인들의 반발과 어촌사회의 갈등이 심화될 때면 낚시면허제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낚시인들이 반발로 번번이 무산됐다. 2017년에도 낚시면허제에 대한 낚시인들의 부정적 정서를 감안해 낚시쿠폰제와 이용부담금 제도 등 다양한 대안을 고민했지만 이 역시 아직까지 시행할 수 있는 기반조차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해수부가 낚시인 등 이해관계자, 국민 등을 대상으로 한 공론화 과정없이 일방적으로 검토후 발표한 데 따른 것으로 낚시와 해루질 등 해양레저행위가 지속가능하게 이뤄지려면 국민들의 인식개선과 공론화 과정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수경 국립수산과학원 연근해자원과장은 “최근 연근해의 수산자원 상태가 답보상태에 있는 가운데 기후변화에 관한 국가간 협의체(IPCC) 보고서에서는 기후변화로 중·저위도지역에서 수산자원감소가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며 “낚시와 해루질 등을 통해 수산자원을 이용하고 있는 국민들이 늘어나고 있는 만큼 이를 보다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한다”고 말했다.

수산업계의 한 전문가는 “낚시나 해루질 등은 국민들이 즐길 수 있는 건전한 여가활동이지만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산자원감소 문제 등은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있다”며 “공론화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무작정 면허제나 쿠폰제, 포획·채취 수단 제한 등의 제도를 도입하려다보니 국민들의 반감이 커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장기적으로 낚시나 해루질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우선 수산자원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을 개선하고 관련 거버넌스를 구축해 공론화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를 바탕으로 단계적으로 해양레저행위를 관리해나가야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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