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사료 공급난·수온상승 심화 전망…양식업 구조재편·무병성 종묘개발 필요

 

최근 생사료 가격이 급격히 상승하면서 어류양식업이 기로에 서 있다. 국내에 유통되는 생사료는 주로 미성어나 치어 등을 사용하고 있는데 사료용으로 사용되는 고등어의 신규 판로확보와 생산량 감소 등으로 최근 가격이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또한 전기요금의 급격한 인상 등 생산비 인상요인이 맞물리는 가운데 올해 국내 경기가 침체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양식어류의 가격 전망도 밝지 않다.

이에 최근 어류양식산업이 처한 현황을 짚어본다.

# 치솟은 생사료 가격

어류양식업은 치솟은 생사료 가격으로 어려움에 처해있다. 양식어업인들은 생사료로 미성어나 치어, 잡어 등을 주로 사용하며 특히 크기를 집중적으로 키우는 시기에는 고등어, 청어 등 지방질이 많은 등푸른 생선을 주로 이용한다.

하지만 지난해 가을 어기부터 사료용 고등어의 가격이 큰 폭으로 올랐다. 부산공동어시장에 따르면 2022년 1kg당 700~800원 가량하던 사료용 고등어의 가격이 지난해 가을어기부터는 1kg당 1100~1200원 가량으로 큰 폭으로 올랐다. 이는 작은 크기의 고등어의 수출이 증가한데 따른 것이다. 실제로 수산물수출정보포털에 따르면 지난해 고등어 수출액은 2022년 대비 62% 가량 늘어난 1억666만 달러를 기록했다. 이처럼 사료용 어류의 가격이 치솟으면서 양식현장에서는 그동안 사료용으로 잘 쓰지 않던 전어 등도 생사료로 공급하고 있다.

생사료 가격의 급등에도 정부에서는 대책을 내놓기 어려운 상황이다. 생사료 시장이 유지되는 것은 미성어의 판로를 지속적으로 제공해 수산자원관리에 악영향을 제공하는 데다 사료의 유실이 많아 해양환경에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경남 통영시의 한 양식어업인은 “우럭의 경우 300g 정도까지는 배합사료와 생사료가 양식어류의 성장속도가 크게 다르지 않지만 300g 이후부터는 생사료가 성장속도가 빠른 터라 양식어업인들이 생사료를 선호하고 있다”며 “양식어업인들은 출하를 앞두고 고등어나 청어 등 지방질이 많은 물고기를 생사료로 급이하는 것을 선호했으나 최근에는 생사료의 가격이 오른 데다 생사료를 구하는 것조차 쉽지 않아 전어, 전갱이 등의 물고기를 급이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제주도의 한 양식어업인도 “예전에는 1kg당 1000원이 넘는 것은 고급사료였는데 지금은 어종을 안가리고 모두 1000원이 넘어간다”며 “사료는 양식어업 생산비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투입재인터라 사료 가격이 오르는 것은 어업인들에게 체감이 크다”고 말했다.

# 생사료 공급 갈수록 어려워질 것

생사료의 공급은 앞으로 더욱 어려워질 공산이 크다. 2016년에 연근해어업 생산량이 100만 톤을 하회한 이후 수산자원관리를 강화해야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이어져왔다. 이 때문에 정부에서는 주요 어종들의 금지체장을 상향조정하고 총허용어획량(TAC)제도의 전면 확대 등 다양한 대책들을 내놓고 있다. 특히 정부에서는 최근 ‘연근해어업 선진화 대책’을 내놓고 국내 모든 어종에 대해 TAC를 설정하는 등의 방안도 함께 제시하고 있다.

이는 국내에만 국한된 일은 아니다. 국제적으로도 수산자원의 남획을 저감하기 위해 수산보조금 협상을 진행하는 등 다양한 의제들을 논의하고 있다. 또한 전 세계적인 어업생산량이 정체 내지 감소추세에 있는 가운데 수산물 수요가 증가하고 있어 어린 물고기도 식용으로 활용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들이 이어질 공산이 크다. 이 때문에 생사료의 공급량 감소와 가격상승은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수산업계의 한 전문가는 “전 세계적으로 양식어업 생산량이 늘어나고 있는 데다 사료원료로 이용되는 부어류들은 자원량의 변동성이 크기에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생사료의 가격상승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며 “특히 수산물 수요증가에도 전 세계의 어업생산량은 정체 내지 감소상태에 있기 때문에 사료가격은 일시적인 하락은 있어도 장기적으로는 상승세가 이어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양식어업인들의 생산비 증가분이 그대로 판매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기는 힘든 구조인만큼 어류양식업의 구조재편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정명화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수산정책연구실장은 “국제적으로 양식수산물은 블루푸드로 불리며 긍정적인 측면이 강조되고 있다”며 “하지만 지금보다 더 나아가면 양식어업이 환경이나 수산자원에 미치는 영향도 함께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기후변화에 생육단계 리스크↑

양식어업이 처한 현안 중 하나는 기후변화다.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1968년부터 2022년까지 연근해 표층수온은 약 1.36도 상승했다. 이는 전 지구의 평균에 비해 2.5배 가량 높은 수치로 표층수온이 매우 빠르게 상승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기후변화는 어류양식업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해면어류양식업은 해상가두리양식과 육상수조식의 형태로 이뤄지는데 해상가두리양식은 바다에 가두리를 쳐놓기 때문에 수온변화를 통제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육상수조식 양식어업 역시 바닷물을 끌어와 내보내는 지수식이기에 수온 변화에 민감한 것은 마찬가지다. 지난 겨울동안 수온이 비교적 높은 상황으로 유지됐기 때문에 어류양식어가에서는 오는 여름기간 동안 수온이 급등할 것을 우려하고 있는 실정이다.

‘기후변화’가 ‘기후위기’가 된 지금의 상황을 놓고 볼 때 양식어업인의 경영상 리스크는 향후 더욱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인성 국립수산과학원 기후변화연구과장은 “표층수온이 상승하게 되면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발생하지 않던 질병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고 기존에 있던 질병 중에서 수온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질병들은 발생기간이 길어지게 돼 양식어업에서는 리스크로 작용하게 된다”며 “특히 국내 양식장들은 태풍이나 파도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 수심이 얕은 내만에 위치한 경우가 많아 고수온으로 인한 피해에 더욱 취약한 구조”라고 말했다.

# 양식업 구조재편 서둘러야

수산물 생산에서 양식업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양식업의 구조재편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의 관행양식은 표층수온 상승 등 기후변화에 취약한데다 생사료가격의 상승 등 생산비 증가에도 취약하다. 이 가운데 전기요금과 인건비도 빠른 상승세를 보여왔기에 양식업계의 생산성을 증가시키는 것이 시급한 실정이다.

따라서 환경을 통제할 수 없는 해상가두리 양식은 육상수조식 양식으로 전환을 추진하고 제주나 완도일대의 광어양식장은 인접한 양식장을 합쳐 규모화하고 시설개선을 통해 리스크 저감과 생산성을 제고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아울러 대기업의 어류양식업 진출을 촉진하기 위해 무병성종묘개발 등에도 적극 나서야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수산업계의 한 전문가는 “기후변화로 인한 수온상승과 사료가격인상 등은 앞으로도 꾸준히 이어질 수 밖에 없다”며 “이는 지금의 어류양식업 구조로는 한계가 있다는 뜻으로 어류양식업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관행양식을 하는 어업인들의 경쟁력 제고와 대기업의 양식업 진출 유도 등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소규모 육상수조식 어류양식어가는 지역적으로 인접한 어가들이 소규모 클러스터를 조성, 양식시설개선을 통한 지속가능성 확보가 필요하다”며 “스마트 양식기술 등은 개별 어업인이 나서기 힘든 영역인만큼 대기업들의 진출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다른 무엇보다 종묘단계에서 질병이 없는 종묘가 확보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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