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선금융전문기관 설립과 어선정책과의 연계 강화 위한 방안 마련을
연근해어선의 노후화 문제가 해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어선의 노후화문제는 어선안전과 어업경영에 직결되기에 연근해어업의 경쟁력과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라도 정책대안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어선의 현대화를 위한 금융제도가 제대로 마련돼있지 않아 어업현장에서는 현대화가 소극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에 엄선희 한국해양수산개발원 부연구위원의 ‘어선현대화 촉진을 위한 금융제도 개선방안연구’ 보고서를 중심으로 연근해어선 노후화 문제를 진단하고 이에 대한 정책대안을 살펴본다.
# 연근해어선 10척 중 3척이 노후어선
국내 연근해어선 10척 중 3척은 선령 21년 이상의 노후어선이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2000년 6만8629척이던 연근해어선은 2011년 4만9488척으로 줄어든 데 이어 2022년 3만9066척까지 줄었다. 같은 기간 선령 21년 이상인 노후어선의 척수는 4453척에서 1만2468척으로 3배에 육박하게 됐다.
이에 따라 국내 연근해어선의 노후어선 비율은 2000년 6.49%에서 2012년 12.00%로 처음 10%대를 기록했다. 이후 2017년에는 21.10%를 기록해 처음으로 20%를 넘어섰으며 2021년에는 33.34%, 2022년에는 31.92%를 기록, 연근해어선 10척 중 3척 이상이 선령 21년 이상의 노후어선인 상황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국내 연근해어선의 대부분이 섬유강화플라스틱(FRP) 소재로 만들어졌다는 점이다. FRP는 건조비가 저렴하고 증·개축과 관리가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내구 연한이 강선에 비해 짧다. 실제로 2003년 69.46%였던 FRP어선의 비율은 2013년 92.27%를 기록했고 2022년에는 전체 어선의 97.18%가 FRP 어선이었다.
# 변화하는 어업환경에 어업경쟁력 ‘약화’
어업환경이 변화하면서 노후어선의 문제는 어업경쟁력 약화로 직결되고 있다. 우선 제기되는 문제가 어선의 승선기피 현상이다. 어선이 노후화되면서 어업작업환경이 악화, 국내 어선원들의 승선기피로 이어지고 있으며 최근에는 외국인 어선원의 무단이탈 문제를 더욱 심화시키는 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또한 기관손상을 비롯한 어선사고건수가 늘어나면서 어업안전사고를 증가시키는 주요 원인이 되는 동시에 첨단기술 적용을 어렵게 만든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목된다. 해양안전심판원에 따르면 어선노후화에 따른 기관손상 건수는 2013년 216건에서 2020년 605건으로 급증했다. 또한 어업인구의 감소와 고령화로 첨단기술을 통한 노동력절감이 절실하지만 노후화된 어선에는 첨단기술 적용이 어려워 노동집약적 어로 작업들이 이어질 수 밖에 없다.
아울러 노후어선은 연료비와 수리비 등이 어업경영비 증가요인으로 작용해 어업의 수익구조를 악화시키고 있다. 실제로 근해어업은 지난 20여년간 출어일수가 정체 내지 감소세를 보였으나 연료비와 수리비의 비중은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업의 불확실성과 어업인의 경영악화, 금융지원 부족 등으로 인해 어선의 현대화가 이뤄지지 않고 실정이다.
# 어선금융전문기관 설립·어선금융제도 개선 필요
어선 노후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어선금융을 전담할 전문기관의 설립과 어선금융제도 개선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기준 향후 5년간 연근해어선 2만1433척이 대체돼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약 4조~4조9000억 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어선금융제도는 대부분 정책자금을 통한 이차보전에 머물러 어업인의 관심을 끌기에는 부족하며 어선리스제도나 어선현대화펀드는 연근해어업의 담보력 부족문제와 불확실성에 따르는 상환능력의 한계 등으로 도입이 지연되고 있다.
따라서 어선금융전문기관의 설립과 함께 어선금융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 특히 어선금융전문기관은 어선 금융제도개선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로 어선금융관련 법령의 정비가 선결돼야 한다. 현재 추진 중인 어선임대사업과 모태펀드, 어선원 보험 등 다양한 금융사업 이외에도 (가칭)어업경영정보센터를 설치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아울러 어선 정책과의 연계를 강화하기 위해 스마트 어업과 친환경 어업에 대한 우대 금융을 제공하고 어선금융을 위한 거버넌스 개선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엄 부연구위원은 “어선현대화는 어업환경 변화에 따른 어업의 지속가능성을 실현하기 위한 기반으로써 중요한 현안”이라며 “어업인의 고령화와 감소 등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어선현대화를 촉진하기 위해서는 어선금융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