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료시장 위기돌파 '수출확대' 필요
산업 구조 체질개선은 과제

[농수축산신문=이문예 기자]

김창수 한국비료협회장
김창수 한국비료협회장

세계는 국가간 전쟁과 통상 마찰, 원·달러 환율 상승 등의 악재가 겹치며 혼란스러운 상황에 놓여 있다. 이는 국제 원자재 수급·가격 불안정성 확대로 이어져 국내 무기질비료 업계에도 상시적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다. 업계의 경영 악화도 심화되고 있다.

이에 지난 14일 남해화학 여수공장에서 김창수 한국비료협회장을 만나 업계의 현안 해결과 위기 돌파를 위한 고민과 계획을 들어봤다. 

 

# 효자산업인 ‘비료산업’ 위기 극복 위해 정부 나서야

현재 무기질비료 산업이 겪는 위기와 어려움은 원료의 100%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는 데서 출발한다. 국제 원자재 가격이 조금만 요동쳐도 국내 비료업계에는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여기에 거의 100%에 가까운 물량이 농협 계통구매로 거래되면서 제조업체들의 가격 결정권이 일정 부분 농협에 매여 있는 점도 업계의 어려움을 가중시킨다. 기업 경영의 가장 중요한 목표인 이익 극대화마저 쉽지 않게 만드는 구조여서다. 

무역자유화로 인한 완제품 무기비료 수입 증가도 큰 걱정거리다. 2028년부터 중국의 복합비료의 무관세 수입이 시작되면 국내 복합비료 시장이 빠르게 중국산으로 잠식될 수 있다.

김 회장은 “국내 무기질비료 업계가 기간산업이라는 이유로 너무 오랜기간 가격 통제 하에 있다보니 극히 제한적으로만 이익을 낼 수밖에 없는 구조로 굳어져왔다”며 “원자재 상승분이 비료 납품 가격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 업계의 영업 이익은 줄고 적자는 누적돼 경쟁력은 악화하고 있는 심각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비료산업은 내수용 비료의 안정 공급과 수출이라는 국가의 요구를 성실히 이행해 온 효자산업”이라며 “이제는 정부가 업계의 어려움에 관심을 갖고 산업이 무너지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가 됐다”고 강한 어조로 말했다.
  
# 산업 구조·체질 개선으로 수출 바탕 다져야

김 회장은 비료 시장의 위기 돌파를 위한 카드로 수출 확대를 언급했다. 산업 성장과 소득 증대에 따라 인구와 먹거리 수요가 늘고 있는 개발도상국을 공략한다면 충분히 성장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다만 산업 구조와 체질 개선 등을 선결 과제로 꼽았다. 

남해화학 여수공장 전경.
남해화학 여수공장 전경.

그는 “남해화학의 16-20-0 제품만 해도 태국에 30만 톤을 수출하는데 국내 판매가 40톤인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성과”라며 “이처럼 해외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하지만 국내 제조업체들은 생산 여력이 없어 수출에 큰 힘을 쏟지 못하는 안타까운 상황에 놓여 있다”고 말했다. 

수익이 크게 나면 이익을 유보시켜 힘든 시기에도 안정적인 투자로 이어질 수 있는 구조가 돼야 하지만 업체들이 온전한 가격 결정권을 쥐고 있지 못해 현실적인 어려움이 많다. 결국 생산시설 현대화나 확장, 개보수 여력이 없으니 수출은 언감생심인 셈이다.

이와 관련해 김 회장은 앞으로 무기질비료 원료구입자금의 증액과 현행 3%인 금리의 인하, 생산시설 현대화·개보수 자금 지원 등을 꾸준히 정부에 요청할 계획이다. 

또한 안정적 원료 수입선 확보와 조달비용 절감을 위해 할당관세 적용 품목 유지를 건의하고, 원료 수출국의 수출 규제에 대응하기 위한 회원사 합동 회의 개최를 통해 회원사 협력을 강화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원자재 수급 등 애로사항 발생 시 신속히 대응방안을 모색할 수 있도록 회원사 중심의 태스크포스(TF) 회의도 활성화한다. 

농협 납품가격 조정과 관련해서도 무기질비료 제조 업체들의 입장을 농협에 제대로 전달하고 협의할 수 있도록 해 투명한 가격 결정 구조를 만들어 나간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가격 인상·인하의 기준점을 보다 명확히 하고 관련 업체들이 참고할 수 있게 하는 등 구체적 방안을 제시할 예정이다. 

 

# 농업인과 함께 성장·공존 방안 모색할 것

김 회장은 산업의 지속적 발전을 위해선 농업인들에게 무기질비료와 관련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산업의 존재 이유를 인식시키는 노력도 동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체 농업 경영비에서 비료의 비중은 6.84%이고 무기질비료만 보면 2.4%에 불과하지만 무조건적인 가격 인하 압박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며 “농업인들이 객관적으로 사안을 판단하고 비료산업의 성장을 저해하지 않는 선에서 공존 방안을 함께 고민할 수 있도록 토대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농협중앙회와 경제지주 등에서 농산물 유통 분야 업무를 주로 맡아온 유통 전문가다. 그는 “농산물 유통과 비료산업 모두 결국은 농업인을 수요자로 해 환경변화에 대한 대응점을 모색해 나가야 하는 등 동일한 고민선상에 있다”며 “농업인의 고민을 함께 짊어지고 산업을 영위해 나갈 수 있도록 세심하게 살피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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