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g 당 칼슘 함량 509mg…우유보다 5배 많은 '칼슘왕'
한식밥상에 빠질 수 없는 생선은 멸치다. 국민들에게 익숙한 수산물인 멸치는 반찬으로 쓰이거나 찌개나 국물요리를 만들 때 육수로 사용한다. 멸치는 칼슘의 왕이라 불릴 만큼 다량의 칼슘을 함유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철분, 오메가3 등 영양이 풍부하다. 우리나라에서도 전국 연안에서 두루 잡혀 오래전부터 국민들의 영양을 담당하는 역할을 해오고 있다.
멸치라는 이름은 물 밖에 나오면 금방 죽어버린다는데서 붙여진 이름이다. 정약전의 자산어보에서는 멸치를 한자로 ‘추어’로, 속명은 ‘멸어’로 기록돼 있다. 너무 많이 잡혀 업신여겨진다고해 ‘업신여길 멸(蔑)’자를 사용했다는 설과 성질이 급해 물가에 나오면 바로 죽는다고 해서 ‘멸할 멸(滅’)자를 썼다는 이야기가 있다.
멸치는 불빛을 좋아해 밤에 등을 밝혀 움푹 패인 곳으로 유인해 떠 올렸다고 전해진다. 19세기에 편찬된 ‘송남잡지’에는 멸치가 고려가 망할 때 처음 잡힌 고기라서 ‘멸려(滅麗)치’라 부른다는 설도 있다.
멸치는 크기가 최대 15cm정도에 불과해 바다 생태계에서 가장 낮은 위치에 있는 어종으로 바다 속의 동물성 플랑크톤을 먹으며 성장한다. 주로 8~30도까지 다양한 수온에서 회유하는 어종으로 우리나라 전 연안에서 서식하며 특히 남해에서는 통영, 추자도 연안에서, 서해에서는 평안북도, 동해에서는 강원도 지역까지 발견된다.
국내에서 소비되는 태평양 멸치는 크기에 따라서도 종류가 구분되는데 작은크기 순으로 세세멸, 세멸, 자멸, 소멸, 중멸, 대멸 등으로 나뉜다. 크기에 따라 주먹밥이나 반찬용, 조림용, 육수용 등으로 활용된다.
멸치는 조업방식에 따라서도 품질이 달라지는데 국내에서는 기선권형망, 유자망, 정치망, 전통어업인 죽방렴 어법 등 30여가지의 다양한 조업 형태가 있다. 기선권현망 어업은 여러 척의 선박들이 선단을 이뤄 그물로 어획하는 방식으로 각 선박들이 정해진 위치로 이동해 멸치 떼를 몰아 협동으로 포획하는 방식이다. 성질이 급한 멸치의 특성상 대량조업 시 금방 죽기 때문에 갓 잡힌 멸치는 즉시 가공선으로 옮겨서 소금물에 삶은 뒤 육지로 이동해 건조하는 과정을 거친다. 주로 남해안에서 이와 같은 기업형 대량 조업방식으로 국내 멸치 어획량의 절반 이상을 생산해 낸다.
전통적인 멸치잡이는 죽방렴을 이용한 조업방식이다. 경남 남해군과 삼천포 지역에서 약 500년 이상을 이어온 원시적인 어업방식으로 대나무로 어살을 만들어 바다에 설치해 놓으면 조수간만의 차를 이용해 물고기들을 잡는다. 어획량이 상대적으로 많지는 않으나 손상이 적고 선도가 좋기 때문에 이곳에서 잡힌 ‘죽방멸치’를 최상급 품질로 여긴다.
멸치는 작은 크기에도 불구하고 풍부한 영양분을 가지고 있다. 특히 마른멸치는 100g당 칼슘 함량이 509mg으로 같은 양의 우유보다 5배 가량 많다. 칼슘은 뼈와 치아를 구성하는 영양소이기 때문에 섭취시 골밀도를 높여주고 골다공증을 예방하는데 도움이 된다. 불포화지방산인 EPA와 DHA도 다량 함유돼 있어 뇌세포를 활성화 시키고 치매예방 뿐만 아니라 뇌질환 예방과 뇌세포 건강에 도움이 된다. 핵산 성분 역시 풍부하게 함유돼 있어 체내 단백질 합성과 성장촉진에 도움되고 에너지 생산을 통해 신진대사를 활발하게 하며 간 해독작용에 도움을 줘 숙취해소에도 좋다.
멸치는 다양한 방법으로 조리해서 먹을 수 있다. 산지에서는 선도가 좋은 멸치를 먹을 수 있기 때문에 생멸치의 경우 뼈와 내장을 제거하고 초장에 찍어 회로 먹거나 여러 채소와 함께 무침으로 먹으며 특유의 고소함과 단백한 맛을 느낄 수 있다. 크기가 큰 생멸치는 내장을 제거한 뒤 구이나 튀김으로 먹어도 별미로 여겨지며 찌개나 쌈밥용으로 유통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멸치의 내장은 쓴 맛을 내는 ‘똥’이라 해 제거하고 먹는 경향이 있지만 ‘멸치똥’에는 아미노산, 단백질, 무기질 등 좋은 영양분이 밀도 있게 함유됐기 때문에 같이 먹는 것도 좋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