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백질·천연 면역강화제 풍부...바다향 머금은 고소함에 인기

[농수축산신문=김동호 기자]

 

시커멓고 뾰족한 가시 때문에 두려움을 주기도 하지만 미식가들이 별미로 꼽는 성게. 성게는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갈 즈음 바닷속에는 속이 꽉 차 제철을 맞는다. 성게는 바다의 향과 함께 부드럽고 씁쓸한 맛에 고소함까지 담겨 있다. 성게는 전국 연안에서 볼 수 있지만 해녀들이 수작업으로 생산하는 제주의 수산물로 유명하다.

성게는 우리말로는 밤송이조개라고 부르며 오래전부터 한반도 연안에서 발견됐다. 자산어보에는 성게가 율구합(栗毬蛤)’이라고 기록됐으며 제주도에서는 구살이라는 별칭으로 불린다. 성게는 암반에 붙어 생활하는 극피동물의 일종이다. 극피동물은 피부에 가시가 돋은 동물을 뜻하며 불가사리, 성게, 해상 등이 극피동물에 속한다. 성게는 온 몸에 가시가 둘러져 암반에 붙어있지만 아랫부분에 입이있고 몸통부위에 소화관, 윗부분에 항문이 있다. 야행성 동물로 낮에는 빛이 들지 않는 바위틈에 머물다가 밤이 되면 인근의 해조류를 섭취한다. 식성이 좋아 인근 해조류 섭취량이 많으며 굶주린 상태에서도 오랫동안 견딜 정도로 생명력이 높은 특성이 있다.

성게는 전 세계적으로 900여 종이 있으며 우리나라 해역에는 30여 종이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국내에서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성게는 보라성게와 말똥성게로 국내에 많이 분포하는 성게는 보라성게다.

성게에서 식재료로 사용되는 부위는 성게알이라고 불리는 부위로 알이라고 불리지만 사실은 성게의 생식선이다. 표면이 딱딱한 껍질로 쌓여있는 성게 특성상 속을 열었을 때 먹을 수 있는 부위가 생식선 외에는 거의 없다. 수컷의 경우는 비교적 밝고 옅은 흰색을 띄며 암컷의 경우 붉고 진한 노란빛을 띈다. 산란기가 아니면 암컷과 수컷의 맛이 그리 다르지 않지만 산란기에는 암컷이 자신의 몸을 보호하기 위해 쓴맛을 내는 성분을 만들어내 맛이 떨어질 수 있다.

성게알은 해녀들이 수작업으로 채취해온 뒤 육상에서 일일이 손으로 성게알을 분리해낸다. 채취한 성게를 잘라 내장을 버리고 성게알을 숟가락 등 도구로 긁어내면 대략 15g 미만을 얻을 수 있다. 소량의 성게알을 얻어내기 위해서 노동력과 품이 많이 들기 때문에 성게알의 가격이 높다.

성게알은 바다의 호르몬이라고 불릴 만큼 보양식으로도 인기가 많다. 우선 성게알은 고단백 수산물로 알려져 있다. 100g 당 약 15g의 단백질을 포함하고 있고, 열량과 지방함량이 낮아 다이어트식으로도 좋다. 특히 천연 면역강화제인 베타-글루칸과 다양한 항산화물질들을 함유하고 있어 체내 면역 시스템을 개선하고 세포 손상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오메가3 지방산인 EPA와 비타민 K를 함유하고 있어 혈액을 희석시키고 혈압을 낮춰 심혈관 건강에 도움이 된다.

산모들은 산후식으로 성게가 들어간 요리를 먹기도 하는데 체내 세포형성에 도움을 주는 아연, 철분, 엽산 등의 영양소가 많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야맹증과 시력에 좋은 비타민A, 대사촉진과 신경활동에 도움을 주는 비타민B1, 피부에 좋은 비타민C 등 다양한 영양분으로 건강에 도움이 된다.

성게알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세계적으로 사랑받아온 바다의 진미다. 일반적으로 고급 일식요리에 사용된다는 인식이 많지만 바닷가 산지에서는 신선한 성게알을 비교적 저렴하게 즐길 수 있다. 국내에서는 제주도에서 미역국에 성게알을 넣어 끓인 성게알 미역국이 유명하다. 성게알과 미역은 그 맛의 조합이 좋다. 미역국을 끓이고 불을 끄기 직전에 성게알을 넣어준다. 성게에는 효소 등이 많이 들어있어 국물이 시원하고 숙취해소에도 좋다고 한다. 바닷가에서는 비빔밥, 미역국, 계란찜, 젓갈 등 다양한 곳에 성게알을 넣어서 먹는다.

전남에서는 성게알을 살짝 데친 물을 냉장고에 숙성한 뒤 오이, 양배추, 고추, 부추 등 재료에 식초를 살짝 넣어 더운 여름 속 시원한 성게 식해를 즐길 수 있다. 그 외에도 멸치, 다시마 등 육수에 국수와 각종 야채를 넣고 성게알을 넣어주면 새로운 맛의 국수인 성게국수가 된다. 성게알은 다른 해산물들과도 궁합이 좋아 스시나 생선회, 그리고 감태나 김 등과 함께 곁들어 먹으면 바다의 풍미를 제대로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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