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7년까지 5000억 원 상장 목표…운영준비는 '부족'
선도·품질등급 규격화도 미흡…방향성 있는 대책 시급
온라인 수산물 도매시장이 다음달 1일부터 본격 운영된다. 온라인 도매시장은 농수산물의 거래방식을 디지털로 전환, 다양한 유통주체가 농수산물 도매거래에 참여해 도매유통의 혁신을 이루고 이를 통해 물가안정과 효율적인 유통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도입됐다. 온라인 농산물 도매시장이 오랜 시간에 걸친 준비를 통해 도입된 반면 온라인 수산물 도매시장은 준비가 부족한 상황에서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가게 됐다. 실제로 시장의 본격적인 운영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상황임에도 정작 수산물 유통업계 관계자들은 온라인 도매시장의 운영과 관련한 이해가 크게 부족한 실정이다.
이에 온라인 수산물 도매시장의 목표와 추진현황에 대해 진단해본다.
(上) 활성화 대책도, 지원도 부족한 온라인 도매시장
# 마른김·마른멸치·천일염 거래시작 계획…업계는 공문도 못받아
해양수산부는 온라인 농수산물 도매시장을 통해 2027년까지 5000억 원의 거래액을 달성한다는 목표로 도매시장 운영을 준비하고 있지만 이를 위한 준비는 크게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온라인 도매시장은 지난달 1일 관계부처합동으로 발표한 농수산물 유통구조 개선대책의 일환으로 기존의 유통구조가 가진 높은 유통비용 문제 등을 해소하기 위해 도입됐다. 온라인 도매시장은 기존 도매시장의 거래형태를 준용하되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상 제3자 판매금지, 직접 집하 금지 등 거래제한 규제를 적용받지 않고 품목제한도 받지 않는다. 아울러 일정 자격요건을 충족하는 다양한 거래주체가 참여할 수 있다. 해수부는 지난 3일 개최한 관계기관 회의에서 다음달부터 온라인 도매시장을 통해 마른김, 마른멸치, 천일염 등의 품목부터 거래를 시작한다는 계획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온라인 도매시장을 주도해온 농림축산식품부는 장기간 준비를 거쳐 온라인 농산물 도매시장의 운영을 시작한 반면 해수부에서는 준비가 부족한 상황에서 급하게 도입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농식품부는 지난해 2월 민·관합동 개설작업반을 꾸려 본격적인 온라인 도매시장 출범에 나선지 10개월 만인 지난해 11월 30일에 개장식을 갖고 본격적인 운영에 돌입했다. 농식품부는 출범에 앞서 지난해 10월 16일부터 11월 10일까지 시험거래를 실시, 농가수취가격이 오프라인 거래 대비 4.1% 상승하고 유통경로 단축과 물류최적화로 출하·도매단계의 비용이 7.4% 절감된 것을 확인하기도 했다.
이에 비해 해수부는 지난 4월 무렵에야 온라인 수산물 도매시장의 운영 준비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시장의 본격적인 운영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지난 7일까지 올해 거래를 개시할 품목을 정한 수준에 그쳤을 뿐 판·구매자를 모집하기 위한 준비는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11일 기준 일선 수협은 온라인 도매시장과 관련한 어떠한 공문도 받은 적이 없는 상황이다. 또한 김산업연합회도 온라인 도매시장과 관련한 공문을 수취한 적이 없으며 관련 설명도 제대로 듣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28일 열린 수협 경제상무회의에 참석한 일선 수협의 한 관계자는 “경제상무회의에서 온라인 도매시장에 대한 설명이 있긴 했으나 온라인 도매시장에는 산지에서 경매하기전의 물량을 올리는 것인지, 누가 상장을 하는 것인지 등 세부과정에 대한 설명이 없으니 이해할 수가 없었다”며 “경제상무회의가 열리기 전에 온라인 도매시장과 관련한 공문 등을 미리 보내서 간략하게라도 내용을 파악하고 갈 수 있었다면 어떻게 대응할지 논의라도 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표했다.
# 판·구매자 유인 위한 인센티브 ‘부족’
온라인 수산물 도매시장의 판매자와 구매자를 유인하기 위한 인센티브가 부족하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목된다.
농식품부는 온라인 도매시장의 개장에 앞서 온라인 판·구매자 모집을 위한 여러 인센티브 제도를 마련했다. 대표적으로 판매자에게는 시장사용료에 해당하는 플랫폼 이용수수료(거래금액의 0.3%)를 3년간 면제하도록 했다. 구매자 역시 특별보증보험증권을 제공하며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를 통해 일부 보험료 환급을 지원한다. 아울러 물류업체 매칭수수료와 견본택배비 등 물류 관련 비용도 지원한다. 농식품부는 이를 위한 예산으로 올해 11억7800만 원을 편성했다.
반면 수산물 도매시장에서는 지원정책이 제한적이다. 해수부에 따르면 온라인 수산물 도매시장을 이용하는 판·구매자에게 제공되는 지원은 0.3%의 플랫폼 이용료 면제밖에 없으며 해수부가 편성한 내년도 예산안에도 온라인 도매시장의 판·구매자를 위한 지원사업 예산이 없다. 별도의 예산이 편성되지 않는 한 수산업계는 농업계에 비해 부족한 지원을 받게 되는 셈이다.
또한 판·구매자 모집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현행 규정상 온라인 도매시장에 판매자 등록은 연간 거래금액이 20억 원이 넘는 업·단체만 가능하다. 이는 최소수준의 물량규모화와 상품·품질관리가 가능한 출하주를 선별하기 위한 것이다. 농업부문은 2000년대 초반부터 이어진 산지조직화 사업을 통해 물량을 규모화해왔고 이를 바탕으로 1600여개소의 온라인 도매시장 판·구매자를 모집했다. 하지만 수산부문은 산지의 생산자 조직화가 거의 이뤄지지 못한 실정으로 규모화된 판매자를 모집하는 것이 쉽지 않은 실정이다.
수산업계의 한 전문가는 “농식품부는 2000년대 초반부터 산지의 생산자를 조직화하고 자체적인 마케팅역량을 강화하는 등 기존 정책의 성과들을 저변에 깔고 온라인 도매시장을 준비했다”며 “하지만 해수부는 온라인 도매시장을 위한 사전적인 준비 작업이 전혀 이뤄지지 않은 채 급작스럽게 온라인 수산물 도매시장을 준비하다보니 관련 정책들이 마련되지 못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 이행하지 않은 과거 대책이 발목잡아
해수부가 이행하지 않은 과거 대책이 온라인 도매시장의 활성화에 발목을 잡는 측면도 있다.
현재 수산물이 온라인 도매시장을 통해 거래되는 데 걸림돌이 되는 요소로는 선도와 품질에 대한 표준화·등급화·규격화가 돼 있지 않은 점이 지목된다. 수산물의 대부분은 품질등급이 없이 산지 중도매인들의 관능검사를 바탕으로 가격이 책정된다. 구매자가 온라인 도매시장에서 수산물을 구매할 때 객관적인 데이터를 제공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해수부는 2013년 7월 발표한 수산물 유통구조개선대책에서 2014년까지 총 30개 어종의 품질등급규격집을 제작·보급한다고 발표했으나 품질등급규격은 마련되지 않았다. 당시 대책에서 발표한 내용이 이행됐다면 온라인 도매시장의 활성화가 한결 쉬웠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또한 당시 해수부는 산지위판장의 위생관리기준을 마련·시행하고 위생관리수준별로 위판장을 등급화해 인증하는 품질관리인증제도를 마련하겠다고 했다. 이중 위생관리기준은 2018년 마련됐지만 위생관리수준별로 위판장을 인증하는 제도는 마련되지 않았다. 산지 위판장의 위생수준에 관한 정보가 온라인으로 상품을 구매하려는 구매자에게 중요한 정보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아쉬움이 드는 대목이다.
수산물 유통분야의 한 전문가는 “박근혜 정부에서 해수부가 재출범한 이후 많은 대책들을 내놨는데 수립된 대책이 제대로 이행되는 사례가 있긴 한가”라며 “정책이 큰 방향성을 가지고 오랜 기간에 걸쳐 일관되게 추진해야 성과가 나는 것이 많은데 해수부는 방향성 없이 그저 대책을 남발하다보니 환경변화에 대응하기 어려운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해수부 유통정책과 측은 “보기에는 부족한 부분도, 모자란 부분도 있겠지만 온라인 도매시장이 새로운 유통경로라는 측면으로 바라봐줬으면 한다”며 “사전에 모든 것을 준비해놓고 시작하는 것이 좋겠지만 이 경우 시장의 운영이 너무 지연되는 만큼 일단 시장을 운영하면서 필요한 부분을 추후 보완해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