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L탐방] 배배젤라또

4대째 배 농사 짓는 부모님께
원물 조달 받아…맛·품질 보장

배 활용한 이색메뉴 개발에도 열심
문화사업까지 확장하고파

[농수축산신문=이문예 기자]

김 씨 가족들은 매장 옆에 위치한 배밭에서 배 농사를 4대째 이어오고 있다. 사진은 김 씨와 그의 오빠 김명준 씨가 ‘낙산배’를 들고 볼하트를 하고 있는 모습.
김 씨 가족들은 매장 옆에 위치한 배밭에서 배 농사를 4대째 이어오고 있다. 사진은 김 씨와 그의 오빠 김명준 씨가 ‘낙산배’를 들고 볼하트를 하고 있는 모습.

 

대한민국 서핑 일번지로 꼽히는 강원 양양군. 이곳에서는 최근 또 다른 명물이 입소문을 타고 있다. 바로 젤라토다. 해풍을 맞고 자라 당도가 높아 예로부터 임금님 진상품으로 올려졌던 ‘낙산배’가 이제는 두 젊은 남매의 손에서 젤라토와 소르베로 탈바꿈해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양양군 월리에 위치한 ‘배배젤라또’에서 김명준·김혜정 공동대표를 만나 인기비결에 대해 물었다.  

 

배배젤라또, ‘디저트 맛집’으로 인기 급상승 중

 

2030세대 사이에서 배배젤라또는 양양에 가면 꼭 들러야 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핫플(핫 플레이스)로 떠오르고 있다. 배 밭이 훤히 보이는 통창과 아기자기한 예쁜 소품, 천연 빛깔의 알록달록한 젤라토와 소르베 등 다채로운 시각적 요소는 끊임 없이 이곳으로 젊은 층의 발길을 이끈다. 

하지만 무엇보다 배배젤라또의 인기 이유는 디저트 전문점의 본질인 맛과 품질의 우수성에 있다. 이곳에서 판매되는 모든 빙과류는 직접 재배한 낙산배를 재료로 만들어지는데, 배의 달큰함이 다른 재료들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독특하고 새로운 맛과 향을 낸다. 풍부한 과즙과 단맛이 일품인 낙산배의 또 다른 변신이다.  

젤라토는 유지방 함량이 낮은 아이스크림, 소르베는 유제품이 함유되지 않은 빙과(차게 얼려먹는 디저트)를 말한다. 배배젤라또의 소르베는 물을 넣지 않고 인공향료, 색소나 유화제 없이 제조돼 깔끔하고 시원한 배 본연의 맛·향을 즐길 수 있어 특히 인기가 높다.

배배젤라또에서 판매 중인 젤라토
배배젤라또에서 판매 중인 젤라토

 

종류도 다양하다. 지금까지 선보인 젤라토, 소르베만 150종이다. 그때 그때 제철을 맞은 과일이나 배와 맛 궁합이 어울릴 만한 식재료들을 조합해 내보이며 방문객들에게 색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가장 인기 있는 메뉴는 단연 제철 낙산배를 듬뿍 넣어 만든 소르베 ‘배배’와 100% 양양 콩으로 만든 순두부를 재료로 한 젤라토 ‘야양순두부’다. 두 메뉴 모두 지역의 특색을 듬뿍 담아 외지인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주인장 김혜정 씨는 “배배는 낙산배를 색다르게 즐길 수 있어서, 야양순두부는 고소한 맛에 매료돼 또 다시 선택하게 되는 메뉴”라며 “배배젤라또가 서핑을 하러 온 외지인은 물론 현지인들도 많이 찾는 디저트 맛집으로 자리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재배부터 가공까지 ‘가족경영’으로 똘똘

 

김 씨는 2021년 문을 연 배배젤라또의 흥행을 이끈 장본인이다. 그는 제대로 젤라토를 만들기 위해 서울에서 1년여 동안 젤라토를 공부했다. 매장을 연 이후에도 메뉴 개발과 선정, SNS 홍보, 온라인 리뷰 관리는 물론 매장 곳곳의 소품과 메뉴판, 글귀 등 모든 것을 하나하나 세심하게 신경 썼다. 가게 입구에 세워진 입간판의 동글동글 귀여운 배 캐릭터도 직접 그려낼 만큼 온 열정을 쏟아내 지금의 배배젤라또가 탄생한 셈이다. 

그가 이렇게 애정을 갖고 열정을 쏟아 부은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벌이와 생활이 안정적인 교사직을 과감히 그만두고 성공에 대한 확신 하나로 시작한 일이기 때문이다. 

김 씨는 “안정적이고 보람됐던 교사 시절이 가끔 그리워지기도 하지만 젊은 시절 장사를 통해 좋은 경험을 쌓고 있어 절대 후회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계획 단계부터 낙산배를 주제로 다채로운 이야기를 연계한다면 충분히 성공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며 “실제 많은 손님들이 우리의 이야기와 움직임에 많은 관심을 갖고 호응해줘 매일같이 즐겁게 일하고 있다”고 웃어보였다.

사실 김 씨는 일명 ‘배배젤라또 프로젝트’에 가장 마지막으로 합류했다. 아버지 김익환 씨, 오빠 김명준 씨가 매장의 커다란 통창 밖 배나무를 키워가는 동안 어머니 박정숙 씨가 판로 개척과 가공 등을 위해 젤라토·소르베 전문점을 기획했고 뒤늦게 김 씨가 가족경영에 뛰어들었다.

그는 “개업 전 어머니가 종종 플리마켓에서 생과나 배라떼 등을 판매하며 고객들의 반응을 살폈고 배 디저트 매장 운영에 대한 확신을 갖게 됐다”며 “어릴 때부터 과수원 안에서 작게나마 역할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왔는데 온 가족이 낙산배를 매개로 함께 일할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100년 가까이 배농사...가족 모두 ‘배’에 진심

현재 배배젤라또에서 사용하는 배는 전량 매장 바로 옆에 위치한 약 1만2066㎡(3650평)의 배밭인 ‘낙산배농원’에서 조달한다. 김 씨 가족은 1933년 증조부 때부터 100년 가까운 시간 동안 한 자리에서 4대째 배 농사를 짓고 있다. 

김 씨의 부모도 벌써 40년 째 배 농사에 전념하고 있다. 2006년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신지식농업인으로 선정됐으며 2013년에는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상을 받으며 뛰어난 배 재배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오빠 김명준 씨는 대학 졸업 후 본격적으로 농사일에 뛰어들어 이제 농업인 7년차에 접어들었다. 부모의 배 재배 노하우를 전수받고 발전시켜온 공을 인정받아 그도 2022년 강원도농업인대상을 수상하는 등 배 재배 명가(名家)의 자리를 지켜오고 있다.

김명준 씨는 “거의 하루도 빠뜨리지 않고 상세히 영농일지를 써온 아버지와 함께 예방방제 위주로 관리하기 때문에 재배에 특별히 어려운 점은 없다”고 말했다.

다만 “재작년에도 거센 바람에 수확을 앞두고 과실 70%가 낙과피해를 입었다”며 “동해안 낙산배 생산의 관건은 바람이어서 늘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낙산배농원에서 생산되는 배는 GAP(농산물우수관리) 인증을 받아 철저한 관리 하에 재배된다. 흠집이 없고 당도가 높은 단단한 과실은 설과 추석 등 명절 선물세트로 판매되고, 상처나 흠집이 났지만 품질에 전혀 문제가 없는 못난이 배는 해썹(HACCP, 안전관리인증기준)에 맞춰 배즙과 젤라토, 소르베 등으로 가공되고 있다. 

김혜정 씨는 “4월부터 손님이 많아지기 시작해 7~8월 극성수기에는 눈 코 뜰새 없이 바빠진다”며 “원물이 좋으니 젤라토와 소르베는 당연하고 부수입 창출을 위해 판매하고 있는 배즙도 온·오프라인 판매로 한 달에 80~100박스가 팔릴 정도로 인기가 좋다”고 말했다.
  
 

‘배배젤라또’가 양양의 맛·멋·문화 거점 되길

김혜정 씨가 지금까지 개발한 젤라토, 소르베의 이름첩을 들춰보고 있다.
김혜정 씨가 지금까지 개발한 젤라토, 소르베의 이름첩을 들춰보고 있다.

 

김 씨는 손님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계속해서 새로운 메뉴 개발을 위한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에는 배즙 큐브와 다른 과일 청을 넣은 이색적인 에이드 개발에 특히 공을 들이고 있다.

그는 “원래는 배즙을 활용한 슬러시를 만들어 보고자 했지만 상품화에는 한계가 있어 포기했다”며 “요즘은 배 에이드를 집중 개발 중이어서 배와 맛이 잘 어우러지고 색감이 예쁘게 나올 수 있는 과일 조합을 추려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배타르트 등 배를 활용한 빵 개발에도 관심이 많아 제과·제빵 수업도 들었다. 아직은 사업 초기여서 기존의 메뉴를 소화하기 바빠 여력이 되지 않지만 언젠가는 꼭 제대로 빵을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은 하고 있다. 

사업에 대한 욕심이 남다른 김 씨는 앞으로 배배젤라또를 통해 문화사업까지 확장하고 싶다는 장대한 꿈도 꾸고 있다. 

지금도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등에서 문의가 올 때마다 적과(摘果) 후 아기배에 그림 그리기, 수확기 배따기 체험, 소르베 시식과 같은 체험활동을 진행하는 등 일종의 문화사업의 포문은 열어뒀다. 

“향후엔 지역 내 다른 매장이나 청년들과의 협업을 통해 지역 활성화를 이끌 수 있는 다양한 문화활동을 전개하고 싶어요. 그들과 배배젤라또의 정체성을 나타낼 수 있는 상품(굿즈)를 만들거나 인근에 공병 재생(리사이클)이나 사진 작업과 같은 예술활동을 하는 지역 작가를 소개할 수도 있고요. 배배젤라또가 양양의 맛과 멋, 문화의 거점이 되는 날을 꿈꾸고 있습니다.”

꿈을 풀어내는 김 씨의 얼굴에 배꽃같이 화색이 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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