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업적 해루질 성행…야간 해루질 금지·마릿수 제한 필요
[농수축산신문=김동호 기자]
지난해 12월 21일 개정된 수산자원관리법이 시행됨에 따라 광역자치단체가 지역의 실정에 맞춰 비어업인의 수산생물 포획·채취기준 조례로 설정할 수 있게 됐다. 수협중앙회는 법률의 개정에 맞춰 광역자치단체가 해루질을 제한하는 조례를 제정할 수 있도록 조례 표준안을 마련, 지자체를 설득해왔다.
이에 지자체의 해루질 제한 조례의 제정 현황과 이에 대한 수산업계의 입장에 대해 들어봤다.
# 강원도, 최초로 해루질 제한 조례 마련
강원도는 개정된 수산자원관리법에 따라 비어업인의 수산자원 포획·채취 관리 기준에 관한 조례안을 마련, 지난 4월 19일 입법예고에 나섰다. 강원도의 조례안은 처음으로 만들어진 조례안이지만 수산업계에서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강원도의 조례안에 따르면 비어업인은 어촌계의 어장구역을 제외한 수역에서만 수산자원을 포획·채취할 수 있다. 다만 정착성 수산동식물(전복, 가리비, 홍합, 해삼, 멍게, 성게, 미역, 다시마)과 문어를 제외한 수산자원을 포획하는 경우나 지자체, 어촌계, 어촌마을 등이 행사·축제장을 운영하는 경우, 어촌계가 어장 일부를 개방한 경우, 어촌계의 동의를 받은 경우에는 수산자원의 포획이 가능하다.
또한 강원도지사는 어촌계 어장내에서 비어업인의 수산자원포획·채취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시장·군수와 협의해 수산자원의 포획·채취가 허용되는 구역을 정해 경계와 면적 등을 고시할 수 있다. 아울러 비어업인은 도루묵 산란기인 10~12월 도루묵 포획을 위해 통발을 사용할 수 없으며 대문어 산란기인 3~5월에는 8kg 이상의 대문어를 포획할 수 없다.
강원도는 규제영향분석서에서 “조례를 제정함에 있어 도 관할수역을 접한 6개 시·군과 어업인 등의 의견을 수렴했고 비어업인의 수산자원 포획·채취 제한을 위한 공통 의견을 중심으로 하되 실현가능성이 있는 조례안을 마련했다”며 “조례 제정을 통해 비어업인의 건전한 유어문화 정착을 유도함으로써 연안수역의 이용주체별로 합리적인 수산자원 포획·채취를 통해 어업인과 비어업인간의 갈등을 예방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 시·도, 지자체 조례 제정 준비중
강원도에 이어 다른 시·도에서도 조례를 제정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수협중앙회가 경남도 측과 방문간담회를 실시한 결과 경남도의회 농해수위원장으로부터 조례제정을 추진하겠다는 확답을 받았으며 충남도는 정광섭 충남도의회 농수산해양위원장이 조례제정안을 이달 중 발의하는 것을 준비하고 있다.
전남도 역시 조례제정을 추진하겠다는 확답이 있었으며 전북도와 제주, 경북도, 인천시 등은 하반기에 제정하는 것을 목표로 조례 초안을 작성하고 있다. 다만 울산과 부산, 경기도는 지자체의 동향을 주시하고 있다.
# 수산업계, “시간·수량 제한 필요”
강원도가 제정한 조례안을 두고 수산업계는 시간과 수량의 제한이 없을 경우 현재의 갈등이 반복될 것이라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어장의 이용을 두고 어업인과 비어업인의 갈등이 심화된 것은 레저행위 수준의 해루질에서 기인한 것이 아니라 레저의 범위를 벗어났다고 볼 수 있는 대규모 상업적 해루질이 횡행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방송, 신문 등 많은 매체를 통해 야간에 유어객들이 마을어장을 벗어나줄 것을 요구하는 어업인과 마을어장에서 해루질을 하는 유어객간의 설전이 오가는 모습이 다수 보도된 바 있다. 특히 야간에는 마을어장 뿐만 아니라 양식장까지 침범하는 경우도 있는 데다 유어객의 안전도 담보하기 힘들기 때문에 익사사고도 끊이지 않고 있다.
수산업계의 한 관계자는 “해루질은 레저행위의 일환인데 어업인의 생계를 위협할 정도의 대규모 상업적 해루질까지 성행하고 있는 만큼 지자체의 조례 제정시 포획·채취 마릿수를 제한해야한다”며 “또한 야간의 해루질은 감시가 어렵다는 문제 뿐만 아니라 유어객의 안전까지 위협하는 위험한 행위인 만큼 야간의 해루질도 금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 기후변화 탓하면서 유어객은 남획?
수산업계의 전문가들은 유어객의 해루질 행위를 제한할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정부와 어업인이 기후변화를 탓하면서 유어객의 해루질을 남획의 원인으로 지목하는 것은 이율배반적인 태도라고 지적하고 있다.
어업인들이 비어업인의 포획·채취하는 마릿수를 제한하도록 요구하는 것은 유어객에 의한 남획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어업인들은 수산자원의 감소 원인을 기후변화로 돌리고 있으며 해양수산부 역시 자원감소의 원인으로 기후변화를 지목하고 있다. 마을어장의 대부분은 수심이 얕은 곳으로 기후변화에 따른 수온상승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 곳인 만큼 기후변화의 영향을 강조할수록 유어객들의 해루질 행위를 제한할 필요성이 약해진다.
김도훈 부경대 교수는 “수산자원 보호와 어업인의 경영안정, 유어객의 안전을 위해 비어업인의 포획·채취 마릿수를 제한하고 야간의 해루질을 금지할 필요가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며 “다만 최근 수산자원의 감소원인으로 기후변화를 꼽고 있는데 기후변화로 자원이 감소한다면 해루질 행위시 포획·채취마릿수는 왜 제한해야하나”라고 지적했다.
강수경 국립수산과학원 연근해자원과장은 “마을어업과 연안어업이 기후변화에 더 취약하다는 것은 일반적으로 알려진 사실”이라며 “기후변화가 모든 자원감소의 원인이라고 할 수 없으며 수산자원의 지속가능한 이용을 위해서는 유어행위와 어업행위에 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