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축산신문=이문예 기자]

 

2022년 농업 정보의 디지털화를 위해 문을 연 디지털농업연구소가 지난 6월 법인화 절차를 마치고 공식적인 활동 개시를 선언했다. 이제 막 걸음마를 뗐지만 벌써부터 여러 작물보호제 기업과 기관 등에서 실험·연구 협업을 요청하는 등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이에 지난 4일 경기 평택시 진위면 일대에 터 잡은 디지털농업연구소에서 김경무 소장을 만나 향후 계획 등을 들어봤다.

 

# 영상 기록으로 보다 정확한 지식·정보 전달 가능해져

김 소장은 작물보호제 기업 등 농업계에 30년간 몸담은 식물 병해충 전문가다. 그간 수많은 경로를 통해 업계의 이야기를 듣고 현장을 살피면서 그는 늘 정확한 지식과 정보에 목말라 있었다. 특히 언어와 표, 사진, 그래프 등 정지된 순간의 기록이 갖는 한계를 넘어서 영상으로 정확한 사실을 전달하고 싶다는 생각을 늘 해왔다. 그런 마음으로 퇴직 후 설립한 것이 바로 디지털농업연구소다.

디지털농업연구소에서는 영상 등 디지털 자료의 분석을 통해 가치를 발견하고 이를 컨설팅, 솔루션 제안 등을 통해 실용화하고 있다. 예컨대 작물보호제의 약효 발현 과정, 토양 속 충의 생태 등을 연구하는 일이다.

김경무 소장은 ‘사실(팩트)로 가치를 디자인하다’를 캐치프레이즈로 내걸고 디지털농업을 위한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김경무 소장은 ‘사실(팩트)로 가치를 디자인하다’를 캐치프레이즈로 내걸고 디지털농업을 위한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김 소장은 사진으로는 순간밖에 볼 수 없어 필연적으로 정보의 오류가 발생하지만 영상을 활용하면 오류를 줄이고 보다 면밀하게 사실을 관찰할 수 있다“3일 촬영해 5분짜리, 어떤 경우 일주일 촬영해 2분 짜리 영상을 추려내 분석·컨설팅해야 하는 쉽지 않은 작업이어서 국내에는 이런 일을 하는 사람도, 하려는 사람도 없다고 말했다.

연구소에 들어서니 디지털현미경에 연결된 모니터에 벌레가 가해한 사과의 단면을 고배수로 확대한 모습이 띄워져 있었다. 하루종일 이러한 영상을 여러 개 동시 촬영·관찰하려니 종종 밤을 꼴딱 샐 때도 있지만 김 소장은 농업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면 피곤함보다 뿌듯함이 크다고 말했다.

병해충 피해를 입은 사과를 디지털현미경을 통해 고배수로 확대한 모습.
병해충 피해를 입은 사과를 디지털현미경을 통해 고배수로 확대한 모습.

 

# 국내 농업현실 반영한 컨설팅 제공...협업 요구 늘어

최근에는 기업의 작물보호제나 친환경 신제품 출시와 관련한 협업 요구가 커지고 있다. 새로운 물질이나 제품의 가치를 제대로 알아야 정확하고 효율적인 홍보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작물보호제의 경우 그동안 주로 해외 원제에 의존하며 원제사에서 주는 데이터와 방제가를 우선시 해왔고, 약제의 세밀한 특성과 살포법 등에 대한 해외 보급시험 자료가 있어도 실제 국내 농가의 현실과는 다른 문제가 있었다.

김 소장은 디지털농업연구소의 1순위 목표는 농업 데이터의 디지털화라며 각각의 약제가 우리 논밭에서 어떻게 작용하고 효과를 나타내는지 등을 연구한 데이터를 많이 쌓아야 농업인들도 자신의 농장에 맞는 재배력, 방제력을 만들 수 있고 결국 국가의 농업 경쟁력도 높아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스마트팜 확대 기조에 따라 기관들도 스마트팜에서 사용하는 농업자재들의 효과를 검증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디지털농업연구소의 역량은 더 빛을 발한다. 토양 속 충의 활동모습 등 관찰하기 어려웠던 것들을 눈으로 직접 확인하며 충의 생태에 맞는 농업자재의 사용법 등을 컨설팅하기도 한다.

 

토마토뿔나방, 관주처리 방제법 발견 성과

디지털농업연구소는 요즘 토마토뿔나방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이미 해외에 널리 확산돼 있는 토마토뿔나방은 최근 몇 년 사이 국내에 유입돼 농가에 적지 않은 피해를 입히고 있다. 알은 눈에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고, 부화한 후에는 곧장 잎 안으로 파고들어가기 때문에 예찰이 어렵다. 더 광범위한 지역에 무차별적으로 확산되지 않도록 유입 초기인 지금 제대로 된 방제법을 확립하고 관리해 나가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얼마 전에는 몇몇 실험들을 통해 의미있는 결과도 도출했다. 나방 방제는 주로 경엽처리를 하는데, 정식 전 관주처리로 토마토뿔나방을 효과적으로 방제할 수 있는 사이안트라닐리프롤(cyantraniliprole) 성분의 제품을 확인했다.

김 소장은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토마토뿔나방의 효과적인 방제를 위한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얼마 전에는 정식 전 관주처리로도 토마토뿔나방 방제에 효과를 나타내는 제품을 확인해 검증실험을 하고 있다.
김 소장은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토마토뿔나방의 효과적인 방제를 위한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얼마 전에는 정식 전 관주처리로도 토마토뿔나방 방제에 효과를 나타내는 제품을 확인해 검증실험을 하고 있다.

김 소장은 잎 표면에 약제를 처리하는 게 초기 방제에는 효과가 있지만 중령애벌레 이후 단계에서는 한계가 있다정식 전 관주처리 단계를 더하는 것만으로도 발생지연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게 확인된 만큼 더 많은 농가들이 이러한 방법으로 토마토뿔나방 고민을 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실험을 통해 관주처리로도 토마토뿔나방을 효과적으로 방제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냈다는 것에 굉장히 의미가 있다고 자평하고 있다. 앞으로도 이같은 실험·연구를 꾸준히 이어나갈 계획이다.

김 소장은 다른 산업은 디지털화가 많이 진행됐지만 농업 쪽은 돈이 안된다는 생각이 있어 어려움이 많다농업도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 10년 후에는 진짜로 농업을 사랑하고 열심히 일할 수 있는 후계자가 안정적으로 연구소를 물려받을 수 있는 분위기가 자리잡길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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