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산업·어촌에서 새로운 기회 찾은 34살 마케터…제2의 봉선장 꿈꾼다
임대사업 뿐만 아니라 다양한 정책 패키지화…어선어업 귀어인에게 많은 도움 될 것
[농수축산신문=김동호 기자]
“서울에서 일할 때 사는 게 불편함은 없었습니다. 연봉도 만족스러운 수준이었고 삶의 환경 역시 만족스러운 수준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느날 쳇바퀴 돌 듯 돌아가는 삶이 너무 답답했습니다. 조금 더 가치 있는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에 귀어를 결정하게 됐습니다.”
지난 3월 경남 남해군으로 귀어한 신동선 선장은 만족스러운 수준의 연봉과 서울에서 누릴 수 있는 더 나은 삶의 여건을 모두 버리고 귀어를 선택했다. 서울에 위치한 유명 교육회사에서 마케터로 근무하던 신 선장은 고령화와 과소화로 소멸위기에 처한 지방에서 자신이 더 많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귀어를 결정했다. 34살 청년어부 신 선장이 꿈꾸는 어촌에서의 삶은 어떤 모습일까?
# 제2의 봉선장을 꿈꾸는 마케터
신 선장은 이봉국 ㈜봉선장 대표를 롤모델로 어업에 나서고 있다. 평소 귀어에 관심이 있었던 그는 직장에 다니는 것이 아닌 수산업에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지방소멸이 심화되는 추세 등을 감안할 때 어촌에서 청년이 할 수 있는 일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하던 가운데 TV, 뉴스 등을 통해 이 대표와 김태현 블루오션영어조합법인 이사 등의 사례를 알게 됐다.
그는 “지방이 소멸된다는 뉴스가 자주 등장하는 상황에서 귀어인들의 삶이 어떤 모습일지 궁금했었는데 마침 이 대표와 김 이사가 기존의 어업인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새로운 길을 열어나가는 모습을 보게 됐다”며 “선배 귀어인들이 각자의 영역에서 어업의 효율성을 개선해나가는 모습을 보고 청년으로서 나도 어촌에서 새로운 길을 만들어 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의 귀어는 짧은 시간에 밀도있는 준비를 거쳐 이뤄졌다. 어촌마을에 연고가 없는 신 선장은 교육을 받을 귀어학교를 알아봤고 경남귀어학교의 교육일정이 가장 빠른 시기에 있어 교육을 받게 됐다. 이후 남해군에서 실습과정을 하게 됐고 이를 인연으로 남해군에 정착하게 됐다.
신 선장은 “귀어인의 삶을 접하고 귀어를 위한 이론 교육을 받아보고자 경남귀어학교에서 교육을 받았고 실습 이후의 길을 고민하다 청년어선임대사업을 알게 돼 신청하게 됐다”며 “남해군에 어선을 임대하려는 선주가 있어서 배를 계약하기 전에 4개월 동안 선주의 배에 승선하면서 기술을 배우고 남해에 정착했다”고 설명했다.
# 어업·어촌 적응 도운 멘토 임대인
신 선장이 단기간에 남해군에 정착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든든한 지원자였던 임대인이 있었다. 남해군에서 어선어업을 하면서 귀어닥터로 활동 중인 김상우 선주는 신 선장과 어선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기 전부터 귀어를 희망하는 신 선장을 살뜰히 챙겼다. 지난 3월에 임대차계약을 체결했으나 금어기에는 임대료를 받지 않는가 하면 계약 이후 2주간 멘토링을 하는 것이 계약조건이었으나 아직도 신 선장의 멘토링을 맡고 있다. 뿐만아니라 신 선장의 안전한 조업을 위해 임대하는 어선에 첨단 장비인 이네비게이션을 설치하고 다양한 지원도 이어가고 있다.
신 선장은 “어선청년임대사업은 청년들의 어선어업 진입장벽을 완화시켜준다는 측면에서 큰 도움이 됐으며 특히 어선을 임대한 선주는 작은 것 하나도 낯선 어촌마을에서 빠르게 적응할 수 있게 도와줘 빠르게 적응해나가고 있다”며 “김 선주는 내가 어업을 하고 있는 곳은 상선이 다니는 항로라 위험할 수 있다며 어선에 이네비게이션도 새로 설치해주고 어로에 필요한 각종 장비 지원에 더해 반년 넘게 멘토링까지 이어가고 있다”며 김 선주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 임대사업 기간 중 월 매출 1000만 원 달성 목표
신 선장의 단기적인 목표는 임대사업을 하는 기간 중에 월 어획고 1000만 원을 달성하는 것이다.
신 선장이 하고 있는 업종은 연안통발어업으로 문어와 낙지를 어획한다. 문어는 연중 조업하고 낙지는 여름, 봄철에는 갑오징어 등을 주로 생산하고 있다. 그는 김 선주의 배에 승선하는 4개월 동안 어업기술을 배우는 동시에 어획고가 얼마나 되는지, 계절의 변화에 어떻게 대비하는지도 배웠다. 그 결과 세운 목표는 월 1000만 원, 연 1억 원의 어획고를 올리는 것이었다.
그는 “김 선주의 배에 승선해서 일을 배우는 과정에서 보니 어획고가 월 1000만 원 가량이었다는 것을 알게 됐고 그의 어업을 따라가는 것을 1차 목표로 산정했다”며 “어선임대사업 기간 중에 나에게 맞는 어업방식을 구축하고 월 1000만 원의 목표를 달성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신 선장은 어선청년임대사업은 귀어를 하는데 있어 좋은 기회이자 발판이었다고 말한다. 초기 진입장벽을 낮추는 것 뿐만 아니라 어업이 가지고 있는 리스크를 최소화한 가운데 경험을 쌓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신 선장은 “다른 여느 사업들과 마찬가지로 수산업도 진입장벽이 있고 어업 진입초기에 경험부족에서 오는 시행착오를 통해 성장하고 발전한다”며 “어선청년임대사업은 어선의 임대료를 지원해 초기 부담을 줄이는 것 뿐만 아니라 임대사업 기간 동안 충분한 경험을 쌓아 어업경영주로 자신의 사업을 시작할 때 시행착오를 줄이고 어촌에 보다 쉽게 정착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고 말했다.
# 어업생산성·부가가치 높인다
신 선장의 중장기적인 목표는 어업의 숙련도를 바탕으로 자신에게 맞는 어업방식을 확립하고 봉선장처럼 새로운 유통방식을 찾아나가는 것이다.
이를 위해 그는 1인 조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선원을 고용해 효율적이고 편안하게 일할 수도 있으나 현재의 어업방식이 가지고 있는 문제를 개선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신 선장은 “과거에는 양망기나 유압장치 등이 없이 사람의 힘으로 조업을 했으나 지금은 기술발달로 과거에 비해 적은 힘으로도 조업을 할 수 있게 됐다”며 “어선임대사업 기간 동안 나에게 맞는 어업방식을 확립, 나에게 맞는 배를 새로 건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새로운 유통방식을 마련하는 것도 장기적인 목표 중 하나다. 기존처럼 위판에만 의존해서는 성장이 어려운 만큼 함께 새로운 유통형태로 부가가치를 높여갈 파트너를 구해 사업을 확장한다는 것이다.
그는 “어촌에서의 일은 내가 스스로 판단해 일하고 앞으로를 계획해나가야하는 것이 서울에서의 직장생활과 완전히 달랐다”며 “단기적인 목표 뿐만 아니라 중장기적인 목표도 세워 하나씩 차근차근 추진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 [인터뷰] 신동선 선장
“귀어교육을 받을 때는 배멀미를 해서 제대로 서있지도 못할 만큼 너무 힘들었습니다. 그런데 바다에서 큰 파도를 만나보면서 적응이 되고 있습니다. 특히 어선청년임대사업을 통해 선장이 되고보니 배에 대한 책임감이 강해져서 웬만한 건 모두 이겨낼 수 있게 되더군요.”
1990년 생인 신동선 선장은 귀어 초기에 너무 힘들었으나 선장이 되면서 서서히 적응해나가는 중이라고 설명한다. 신 선장에게서 지금 귀어를 준비하는 후배귀어인에 전하고 싶은 말과 한국수산자원공단에 바라는 점에 대해 들어봤다.
# 후배귀어인에게 전하고픈 말은.
“귀어를 준비한다면 기존의 어업인들이 어떻게 조업하는 지 꼼꼼히 배울 것을 권한다. 기존의 어업인들도 오랜시간 어업을 이어오며 체득한 지혜가 있다. 기존 어업인들의 방식이 어렵고 힘들어보여도 그들만의 지혜가 있는 만큼 귀어 초기에는 기존의 어업방식에 최대한 익숙해져야 앞으로 개선해야할 과제들을 찾아 고칠 수 있다. 실습이든 선주에게 부탁해서 일정기간동안 함께 조업을 하든 기존 어업인들이 조업하는 방식을 최대한 습득하는 것이 중요하다.
내 경우에는 4개월간 어선을 임대해준 선주의 배를 무작정 탔었다. 일하는 모습을 보면서 왜 그런 방식으로 일하는 지 의문이 드는 것도 있었고 새로운 방식에 대한 가능성도 찾아볼 수 있었다.”
# 공단에 바라는 점은.
“어선청년임대사업에 대해서는 전반적으로 만족도가 높다. 다만 어선의 임차료가 지나치게 높을 경우 귀어 초기의 어업인들에게는 큰 부담으로 다가오게 된다. 어선을 계약하면 임차료를 내야 하는데 별도의 지원이 없이 금어기에 들어가게 되면 굉장히 부담스러울 것이다. 금어기 등의 기간에는 임차료를 크게 줄이는 등의 방식을 통해 소득이 없어지는 시기에 경제적으로 어려워지는 것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해 보인다.
아울러 정책의 패키지가 만들어졌으면 한다. 어선청년임대사업을 통해 어업을 시작한 사람들은 2년이 지나고 나면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이 많을 것이다. 귀어학교에서부터 어선청년임대사업, 영어자금, 귀어인의 집 등 귀어인을 위한 정책을 확인하는 것을 모두 개인이 해야할 경우 부담이 클 수 밖에 없다. 공단이 임대사업 뿐만 아니라 다양한 정책을 패키지화해서 지원할 수 있게 된다면 어선어업으로 귀어를 하려는 사람들에게는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농수축산신문·한국수산자원공단 공동기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