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선청년임대사업 '공감대'…고민 나누고 경험 공유하며 함께 성장할 수 있어

[농수축산신문=김동호 기자]

 

어선청년임대사업으로 낯선 곳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된 청년선장들. 기성 어업인들에게는 가장 기본적인 것들조차 헤매는 일이 일쑤인 초보선장들에게 선장의 길을 함께 걷는 동료들은 존재만으로도 힘이 된다.

저마다의 이유로 낯선 곳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한 강덕길·김지후·최민권·이보라 선장. 이들은 어선청년임대사업을 매개로 같은 곳을 바라보며 함께 걷고 있다. 제주도를 찾아 4명의 청년선장의 고민에 대해 들어봤다.

 

# 어떻게 함께 하게 됐나.

△이보라 선장=어선청년임대사업에 선정되고 교육을 할 때 만나게 됐다. 낚시를 좋아하는 데다 제주도로 귀어를 하려고 계획하고 있다는 것에서 공감대가 있었다. 서로의 고민에 대해 이야기도 하고 성향도 잘 맞는다.

△강덕길 선장=회사를 다니다가 몸을 다치게 돼서 잠시 쉬려고 처가가 있는 제주로 오게 됐다. 그러다 낚시의 매력에 빠져서 어선청년임대사업에 지원해 제주도에 정착하게 됐다. 최민권 선장은 배를 계약했지만 김지후 선장과 이보라 선장은 아직 배가 없어서 나와 함께 조업을 나가고 있다. 초보선장들 인터라 조업을 나가도 기름값을 벌기도 힘든 날이 많아 배운다는 심정으로 함께 조업을 하고 있다.

△김지후 선장=지난해 청년어선임대사업 대상자로 선정이 됐는데 나만 교육을 마치지 못하고 배도 계약되지 않아 낙심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제주도에서 이뤄지는 교육에서 다른 선장들을 만나게 됐다. 교육에 가보니 다들 제주도로 정착한다고 해서 반가웠다. 오랜시간 알고 지낸 것은 아니지만 서로 매일 연락을 하다보니 서로에게 의지가 되고 있다.

△이보라 선장=난 아마 이 모임이 아니었으면 진작에 포기하고 돌아갔을 것 같다. 낚시가 좋아서 선장이 돼야겠다고 생각을 했는데 막상 제주도에서 와서 보니 내가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내가 배를 계약한다고 해서 조업을 나갈 수는 있을까? 어선청년임대사업에 선정이 됐지만 내가 할 수 있을지에 대한 두려움도 크다. 그래도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들이 주위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힘이 된다. 동병상련이랄까?

△강덕길 선장=어선어업을 하는 것도 사업의 하나인 만큼 사업을 하는 선장이 스스로 해야할 일이 많다. 그런데 막상 어선을 임차하고 조업을 시작하고 보니 내가 아는 것이 충분하지 않았다. 한국수산자원공단에서 실습교육도 해주고 하지만 숙련도가 쌓일 만큼 교육만 받을 수는 없기에 일단 배를 운영하게 되는데 이건 너무 어렵다. 우리는 모르는 것이 너무 많은 만큼초보선장들은 모여서 함께 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좋을 것 같다.

△최민권 선장=처음 어업을 시작하려고 하면 모르는 것 투성이인 것 같다. 교육을 받을 때 생각해보지 못했던 문제들이 마구 튀어나온다고 해야할까? 예를 들어 주유카드로 어떻게 기름을 넣는지를 알아보는 것부터 쉽지 않았다. 기존의 어업인들에게는 숨쉬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일일텐데 초심자에게는 그런 일조차 어렵다. 그리고 기름을 얼마나 넣어야 하는지 감을 못잡다가 기름이 넘치기도 했다. 그런 것이 쓸데 없는 지출이되는 것인데. 그런 소소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힘이 되는 것 같다.

# 만나면 무슨 이야기를 나누나.

△최민권 선장=강 선장 골려먹는 이야기라거나 서로의 고충을 토로한다. 어선청년 임대사업으로 3.3톤짜리 배를 구했는데 혼자 조업을 나가서 적자를 보고 있다. 며칠전에는 조업을 나갔는데 어획고가 7만 원이었다. 유류비 뿐만 아니라 미끼대와 얼음, 박스구입비까지 들어가니 하루 조업을 나갈 때 경비가 20만 원 가량 들어가는 데 어획고가 10만 원도 안된다. 그런 현실적인 고민들을 많이 나누는 것 같다.

△김지후 선장=조업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는 것 같다. 얼마전에 조업을 나갔다가 갈치를 100마리도 넘게 잡았는데 어획고는 15만 원이었다. 그날은 많이 잡았다고 좋아했었는데 막상 어획고를 받고 보니 얼마 안되더라. 많이 잡아서 박스값도 많이 들었는데 위판가가 낮다보니 어획금액이 너무 적었다.

△강덕길 선장=항에서 만난 어업인들이 왜 하필 올해 온거냐고 하더라. 수온이 너무 높아져서 올해는 배를 묶어놓고 안나가는 어업인들도 적지 않다고 한다. 그렇다고 해서 나도 안나갈 수는 없는 상황이다. 우리같은 초보선장들에게는 경험이 중요한데 내가 나가지 않으면 이보라 선장이나 김지후 선장은 그마저도 경험하기가 어렵다.

△최민권 선장=다들 배를 구하는 입장이다보니 배 얘기도 많이 한다. 내가 비교적 최근에 배를 계약했는데 고장이 나서 비용이 계속 들어가고 있다. 초보 선장들은 조업기술이 미숙해서 수익도 없는데 엔진이라도 덜컥 고장이 나면 큰 돈이 들어가게 돼 부담이 크다. 그래서 배를 구할 때 어떤걸 봐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한다. 난 2년밖에 안된 배를 임차했는데도 문제가 생겼다. 다른 선장들도 배를 구해야 하는 상황이라 많은 배에 대해서도 많은 얘기를 하는 것 같다.

△김지후 선장=오늘도 배를 보고 왔는데 임대인이 배를 빌려줄 수 있는 조건이 안되서 또 구하지 못했다. 임대를 하기 위해서는 영어자금 등 대출이 없어야 하는데 대부분의 어선주들이 영어자금 대출이 있다. 조건을 맞출 수 있는 배가 그리 많지 않아서 초조한 느낌도 있다.

△이보라 선장=정보공유와 함께 앞으로 어떻게 할지 이야기도 많이 한다. 난 아직 어선을 운영하기에는 많이 부족한 상황이다. 배에 올라서면 무슨 일을 어떻게 해야할지 정확히 모르고 있다. 그런 고민을 얘기하다보면 새로운 길도 이야기를 하곤 한다. 다른 선장들은 자신들이 잡아올테니 내가 판매를 맡아보라고도 했다. 그 말을 들으니 많은 위안이 됐다. 내가 어선어업을 하지 못하더라도 함께 새로운 일을 할 수 있는 동료가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 함께 정착을 하는 것이 도움은 되나.

△강덕길 선장=아무래도 혼자 있는 것보다는 함께 하는 것이 낫다.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고 하지 않나. 무엇보다 좋은 것은 많은 정보를 함께 나눌 수 있다는 것이다. 기성 어업인들은 정보를 좀처럼 공유하지 않는다. 예전에 수심 100m 수역 정도 가면 고기가 많다는 얘기를 듣고 난 그 지역으로 갔는데 알고보니 나를 보내놓고 그들은 다른데 가 있더라. 어선청년임대사업이라는 공감대가 있어서 그런지 서로 의지를 많이 한다.

△최민권 선장=함께 할 동료가 있다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 배를 계약하고 조업을 나가서 표류된 적이 있었는데 위급상황에 대처가 매우 어려웠다. 해경은 위급상황이 아니면 출동할 수 없으니 견인할 수 있는 배를 알아보라고 했다. 내가 이용하는 한림항에서 기존의 어업인들게 열심히 인사를 하고 다녔는데 견인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을 구할 수는 없어서 막막했다. 물론 도움을 주려고 해도 쉽지 않다. 내 배를 견인하기 위해 오려면 하루라는 조업시간을 날리게 되는 데 그걸 선뜻 포기하고 할 사람이 많지는 않다. 배를 견인해서 들어오는데만 몇시간씩 걸리는 데 기름값만 받고 그 일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이 있겠나?

△김지후 선장=혼자 하는 것보다는 서로의 경험을 함께 축적하다보니 더 빨리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인 것 같다. 경험이 많은 선주들은 어장에 대한 정보 등을 거의 공유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우리가 모두 따로 나가서 좋은 어장을 찾으려고하면 많은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함께 시행착오도 겪어보고 데이터를 축적하다보면 우리도 숙련된 선장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보라 선장=내 경우는 심리적으로 의지가 많이 된다는 것이 가장 크게 다가온다. 어선임대사업을 신청할 때는 잘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제주도로 내려와서 시간만 흐르고 있는 기분이었다. 그래도 힘든 시기에 잘 모르는 것을 서로 의지해가면서 하다보니 조금은 더해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강덕길 선장=난 다른 어선청년임대사업대상자들도 우리처럼 모임을 만들어서 함께 시작하는 것을 추천한다. 어디를 가도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은 궁금한 게 많지만 이를 해소하는 것은 쉽지 않다. 어선어업인 인터넷이나 유튜브를 찾아본다고해서 정보가 나오는 영역이 아니다. 직접 몸으로 부딪혀야 하는 게 많은데 서로 하나씩 알아가면서 성장해나가는 것이 좋은 것 같다.

[농수축산신문·한국수산자원공단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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