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C인증, 환경·생태계·사료·사회적책임 강조…전 세계적 빠른 확산세

[농수축산신문=김동호 기자]

 

전 세계적으로 지속가능성 인증을 받은 수산물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다. 유럽, 북미 등의 주요 선진국을 중심으로 해양관리협의회(MSC) 인증 수산물의 점유율이 빠른 성장세를 보인데 이어 수산양식관리협의회(ASC) 인증도 빠른 확산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ASC인증기준을 중심으로 지속가능한 양식업의 기준과 필요성에 대해 살펴본다.

# 커져가는 양식업의 중요성…환경·사회 등에 악영향

전 세계적으로 양식업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양식업이 환경과 사회적으로 악영향을 미치는 문제가 불거졌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가 발간한 ‘2024 세계 어업·양식업 현황’보고서에 따르면 1990년대 연평균 2180만 톤 수준이었던 세계 양식수산물 생산량은 2000년대 4340만 톤, 2010년대 7150만 톤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어로어업 생산량은 1990년대 8890만 톤, 2000년대 9090만 톤, 2010년대 9110만 톤 등으로 정체됐다. 이같은 추세는 2020년대에도 이어져 2022년에는 양식수산물 생산량이 9440만 톤을 기록, 같은 해에 9100만 톤을 기록한 어로어업 생산량을 넘어섰다.

이처럼 전 세계 수산물 공급량에서 양식수산물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면서 수산물 공급에 있어 양식업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지만 동시에 집약적인 양식업이 자연환경과 사회에 미치는 악영향들도 부각되기 시작됐다. 노르웨이를 중심으로 한 연어양식업에서는 해저퇴적물 문제와 항생제의 오남용문제가 불거졌으며 새우양식업에서는 아열대나 열대해변, 하구 기수역에 서식하는 맹그로브 숲을 파괴하는 문제가 대두됐다. 아울러 개발도상국이나 저개발국에서는 양식업 과정에서 노동자의 인권 문제도 함께 불거지면서 양식업의 지속가능성을 제고하기 위한 논의가 본격화됐다.

# WWF-IDH, 지속가능 양식업 기준 마련

양식업의 환경·사회적 영향을 저감하기 위한 노력은 2004년 세계자연기금 미국본부(WWF USA)에서 시작됐다. 당시 WWF 미국본부에서는 약 10년간 2000명의 환경보호활동가와 비정부기구(NGO), 학계, 양식업계 등이 참석한 가운데 8차례의 양식협의체 회의를 열어 논의를 통해 연어와 새우, 메기, 무지개송어, 전복 등 12개 어종에 대한 인증기준이 마련됐다.

이후 네덜란드에 기반을 둔 지속가능무역이니셔티브(IDH)와 WWF 네덜란드본부가 협업해 ASC를 설립하게 됐다. ASC는 다양한 양식어종에 대한 인증표준을 제정·관리할 수 있도록 독립적인 비영리기구(NPO)의 형태로 설립됐다.

ASC인증은 3자 인증체제로 운영되며 양식업인증과 유통인증(CoC)으로 나뉜다. ASC는 네덜란드와 영국에 등록된 비영리단체로 표준을 제정·관리하지만 인증을 하는 프로세스에는 관여하지 않는다. 이는 인증절차의 독립성과 투명성을 보장하기 위한 조치로 ASC인증을 받으려는 양식어업인 또는 기업은 적합성 평가기관으로 자격을 갖춘 외부 독립 평가기관으로부터 인증을 받아야 하며 국내에서 ASC인증 심사를 할 수 있는 기관은 양식업의 경우 노르웨이비즈니스어슈어런스(DNV), 로이드인증원(주), 컨트롤유니온코리아에서 가능하며 CoC인증은 SGS코리아도 가능하다.

# 전체 양식수산물 6.4%가 인증

ASC인증은 지속가능한 수산물에 대한 수요를 바탕으로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다. ASC한국사무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ASC인증을 받은 수산물은 전년대비 8.6% 늘어난 204만 톤으로 52개 국가에서 58개 어종이 인증을 받았다. 또한 지난해 기준 유통인증을 받은 업체도 전년대비 4.2% 늘어난 3010개 업체로 기록했으며 116개 국가에서 2만5300개의 인증제품이 유통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전복과 해조류를 중심으로 양식업인증이 빠르게 늘고 있다. 2018년 청산바다가 전복양식에서 인증을 받은 것을 시작으로 16개 법인 또는 어가가 인증을 받았으며 최근에는 빅토리인터내셔널에서 2개 어가가 함께 인증을 받고 있다. 이와 함께 청산도영어조합 소속 17개 어가는 다음달에 본심사를 앞두고 있으며 전남 신안군에서 개체굴을 양식하는 4어가가 오는 12월에 본심사를 받을 예정이다.

이처럼 국내에서도 인증이 늘어나는 것은 지속가능성인증에 대한 관심과 함께 유통시장에서의 차별화를 시도하기 위한 것이다. 수출시장 뿐만 아니라 코스트코를 비롯한 국내의 다국적 유통기업이나 힐튼호텔을 비롯한 호텔프렌차이즈 등에서는 본사의 방침에 따라 ASC나 MSC와 같은 지속가능성 인증을 받은 수산물을 일정 비율이상 구매하고 있기 때문이다.

# 환경·생태계·사료·사회적 책임 강조

ASC인증은 환경과 생태계, 사료, 사회적 책임 등의 영역에서 지속가능한 형태로 운영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전복양식업에 대한 심사기준을 중심으로 보면 인증제도는 8개 원칙에 부합해야 한다. 이 원칙은 △국내법률과 규정 준수 △자연서식지·생물다양성·생태계시스템 보호 △야생개체군의 건강성 보호 △환경친화적인 사료의 이용 △환경친화적인 질병·기생충 관리 △근로자의 인권보호 △지역사회와의 갈등 해소 △종자 공급업체 요건 등으로 구성돼 있다.

우선 인증을 받고자 하는 양식어가에서는 국내의 현행법령을 준수해야하며 세법과 노동관계법령 역시 준수해야한다. 또한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저감하기 위해 저서생태계건강도 지수를 일정 수준이상을 유지해야하며 양식장에서 사용되는 모든 화학물질에 대한 기록관리, 양식과정에서의 야생동물의 피해저감 등을 요구하고 있다. 아울러 배출수의 생물학적산소요구량(BOD)과 총부유물질량, 총암모니아성질소가 일정 수준 이하여야 하며 양식장에서 발생한 슬러지가 주변 환경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음이 확인돼야 한다.

사료는 사료생산자에 의해 모든 어유와 어분성분의 출처가 증명돼야 하며 사료는 어분과 어유의 함유율을 줄여 양식장의 사료전환비율이 최적화돼야 한다.

ASC인증에서는 사회적 책임 역시 주요한 평가 지표중 하나다. 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근로자의 결사·단체교섭의 자유가 보장돼야하며 15세 미만의 아동의 노동은 허용되지 않고 15~18세 청소년은 10시간을 초과하지 않는 선에서 가능하다. 또한 부채담보나 인신매매 등 강제노동이 발생해서는 안되며 작업자의 안전보호, 기본임금, 양식장관리사에서 숙식하는 근로자의 생활여건 보장 등의 규정도 포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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