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종자산업의 현재와 미래를 보다…우수 품종 세계화 박차

농기자재·육종기술 등 전후방산업 관련 기업도 대거 참가

사전 온라인 수출상담에 국내 15개 사·해외 9개 사 참여
7만3000달러 규모 계약 체결

‘대한민국 우수품종상’ 대통령상에 시드피아 육종 벼 품종 ‘골드퀸3호’

[농수축산신문=이두현 기자]

지난 16~18일 전북 김제 민간육종연구단지 일원에서 ‘2024 국제종자박람회’가 진행됐다. 사진은 행사 개막식에서 종자 산업의 발전을 기원하며 나무에 물을 주는 퍼포먼스를 진행하는 모습.
지난 16~18일 전북 김제 민간육종연구단지 일원에서 ‘2024 국제종자박람회’가 진행됐다. 사진은 행사 개막식에서 종자 산업의 발전을 기원하며 나무에 물을 주는 퍼포먼스를 진행하는 모습.

국내 종자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세계화를 도모하기 위한 ‘2024 국제종자박람회가 지난 16~18일 전북 김제시 백산면 소재 민간육종연구단지·종자산업진흥센터 일원에서 진행됐다.

2017년 시작돼 올해 8회를 맞이한 종자박람회는 국내 유일의 종자산업 관련 박람회로 국내 종자산업 성장의 발판이 되고 있다. 올해 종자박람회는 농림축산식품부·전북특별자치도·김제시가 주최하고 한국농업기술진흥원이 주관해 국내 종자기업이 육성한 우수품종을 알리고 세계시장 진출을 지원하고자 마련됐다.

종자박람회 개회식에 참석한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은 기후변화가 앞으로 더 심해질 것으로 점쳐지는 상황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에 맞는 종자 개발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정부는 디지털 육종기술 상용화와 종자산업 혁신클러스터 구축을 목표로 내년부터 3년간 234억 원을 투입해 종자산업 연구개발(R&D)을 지원하고 2026년까지 육종연구단지 내에 종자가공처리센터를 건립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종자박람회의 공동조직위원장을 맡은 안호근 농진원 원장은 기후변화 시대 식량 안보에 있어 종자의 중요성은 더욱 부각되고 있다종자박람회가 우리 우수품종을 전 세계에 알릴 기회가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더불어 행사의 하나로 최근 기후변화가 심화됨에 따라 농업에도 지속해서 큰 피해가 발생하는 상황에서 이상기후에 적응할 수 있는 종자 개발을 주제로 심포지엄도 개최돼 눈길을 끌었다.

# 국내 종자기업 세계화에 박차

종자박람회에는 국내외 유수의 종자기업이 참여해 각 사가 육종·유통하는 품종을 소개했으며 전시포도 운영돼 실제 품종이 재배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이번 종자박람회에는 농우바이오·아시아종묘·경농 동오시드·오스템바이오·고농종묘·코레곤 등 종자기업 38, 전후방산업 기업 37, 기관·단체 16곳 등 역대 가장 많은 총 91곳이 참여했다. 다끼이·세르톤 등 외국계 기업도 참여한 만큼 국내·외 기업 간 품종정보, 시장 여건 등 정보교류를 통한 해외 경쟁력 강화에 대한 기대감도 나타났다. 더불어 종자기업 뿐만 아니라 농기자재·육종기술 등 전후방산업 관련 기업도 대거 참가해 상승효과를 높였다.

우수품종상을 휩쓴 농우바이오는 직접 육종해 수상한 품종을 중점으로 홍보에 나섰다. 농우바이오가 선보인 엔더블유 골든(NW GOLDEN)’은 국내에선 최초로 중남미 지역에 수출한 고추로 고온다습한 환경에서 높은 착과율과 우수한 생산력을 자랑한다. ‘겨울왕국은 과거 외국계 회사 품종이 차지하던 월동 조생배추 시장에 진입해 현재 60%가 넘는 시장점유율을 자랑하는 대표적인 월동배추 품종으로 뿌리가 강해 내한성이 좋고 이상기후에서도 재배가 안정적이다.

아시아종묘는 변화하는 소비지 시장의 경향에 발맞춰 1인 가구를 겨냥한 과채류를 선보였다. 기존 수박보다 크기가 작은 쪼꼬미와 밝은 황색을 보이는 골드인골드는 관람객의 눈길을 끌었다. 부스 참관에 나선 송 장관 역시 “1인 가구가 증가하는 최근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을 것 같다며 기대감을 전했다. 더불어 과육의 색이 노랗고 당도가 높은 슈퍼골드도 많은 관심을 받았다.

류경오 아시아종묘 대표는 앞으로 종자산업 등 전반적인 농업에서 수출은 더 중요해질 것이라며 국민과 세계인의 식탁에 우리 품종을 더 많이 올릴 수 있도록 신품종 개발과 시장 개척에 더욱 힘쓰겠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이번 종자박람회에선 참가기업의 수출 확대 발판을 마련하기 위한 노력이 두드러졌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한국무역협회(KITA) 등 무역 전문기관과 협력해 67명의 신규 해외바이어를 발굴·초청했으며 이들과 참여기업 간의 기업 대 기업(B2B) 수출상담회를 진행해 사업 연계를 제공했다. 특히 종자박람회에 앞서 진행한 사전 온라인 수출상담에는 국내 15개 사, 해외 9개 사가 참여했으며 73000달러 규모의 계약이 체결됐다. 이외에도 참가기업 12개 사가 직접 초청한 해외바이어 16명도 종자박람회에 참여해 실질적인 수출 상담이 진행됐다.

전시포에서는 종자기업과 기관이 출품한 품종들의 실제 재배가 이뤄져 참관객이 직접 농산물을 살펴볼 수 있도록 조성됐다.
전시포에서는 종자기업과 기관이 출품한 품종들의 실제 재배가 이뤄져 참관객이 직접 농산물을 살펴볼 수 있도록 조성됐다.

4ha 규모의 전시포에는 28개 종자기업과 농촌진흥청과 지역 농업기술원이 출품한 58개 작물, 497개 품종이 전시됐다. 전시포에는 기업과 농업진흥기관이 출품한 배추··양배추·브로콜리·오이·수박·고추 등을 실제 재배해 농업인과 바이어 등이 직접 작물의 생육상태를 확인하고 세부 특성을 판단할 수 있도록 해 주목받았다.

이외에도 일반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고구마 수확 체험과 화분 만들기, 씨앗강정 만들기 등 다양한 체험 행사를 운영하고 코스모스·백일홍 등 경관작물로 산책로와 포토존을 조성해 관람객의 관심을 높였다.

국제종자박람회와 함께 진행된 ‘2024년 제20회 대한민국우수품종상’에는 종자기업과 기관 등에서 육종한 우수품종이 선정됐다. 올해 대통령상은 시드피아에서 개발한 ‘골드퀸3호’가 품질과 상업성 등에서 높은 평가를 받으며 수상했다. 국무총리상의 영예는 농우바이오의 ‘겨울왕국’과 ‘엔더블유 골든’이 차지했다.
국제종자박람회와 함께 진행된 ‘2024년 제20회 대한민국우수품종상’에는 종자기업과 기관 등에서 육종한 우수품종이 선정됐다. 올해 대통령상은 시드피아에서 개발한 ‘골드퀸3호’가 품질과 상업성 등에서 높은 평가를 받으며 수상했다. 국무총리상의 영예는 농우바이오의 ‘겨울왕국’과 ‘엔더블유 골든’이 차지했다.

# ‘골드퀸3대한민국 우수품종 대통령상 영예

종자박람회에선 ‘2024년 제20회 대한민국 우수품종상도 함께 진행돼 국내에서 육종된 품종 중 우수품종을 선발·시상했다.

우수품종상은 채소·과수·화훼·수출 분야에 출품된 총 40개 품종을 대상으로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심사위원회에서 시장성 기술개선 품질완성도 종자 수출 가능성 종자산업 발전 기여도 육종 난이도 소비자 기호도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8개 품종을 선정했다.

영예의 대통령상에는 시드피아에서 육종한 벼 품종인 골드퀸3가 선정됐다. 골드퀸3호는 은은한 향이 나며 재해 안정성이 높고 찰진 식감을 갖고 있다. 경기 지역에서 재배가 확대되며 고시히카리’, ‘추청등 외래 품종을 대체하며 상업화에도 성공한 점이 높게 평가됐다.

시드피아의 '골드퀸3호'.
시드피아의 '골드퀸3호'.

국무총리상의 영예는 농우바이오에서 출품한 겨울왕국 배추와 엔더블유골든 고추가 거머쥐었다. 이어 농식품부장관상은 국립원예특작과학원의 플레임포인세티아, 충북농업기술원의 충랑포도, 충남농업기술원의 금선인삼과 킹스베리딸기, 농우바이오의 더하드토마토 등이 선정됐다.

농우바이오의 '겨울왕국'.
농우바이오의 '겨울왕국'.

# 기후변화에 가장 효과적인 대응책은 품종개발

종자박람회 이튿날인 지난 17일에는 기후변화 시대에 맞춰 이상기후에 대응한 신품종 개발 등 종자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는 학술대회도 진행돼 주목을 받았다.

한국종자연구회 주관 아래 이상기후에 대응한 종자생산 및 개발을 주제로 열린 학술심포지엄에서는 기후변화에 대응한 품종별 육종 방안과 국내 종자 생산 현황 등이 논의됐다.

변상지 종자연구회 회장은 인구 증가로 식량 안보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기후변화에 대응한 품종 육성이 요구되는 상황에서 세계종자시장은 연평균 5% 이상의 급격한 성장을 이루고 있다우리나라도 농작물 재배 적지가 변하는 등의 변화 속에서 미래 신성장 동력으로 종자산업이 발전할 수 있도록 논의된 내용을 정부에 제안하겠다고 심포지엄의 개최 의의를 밝혔다.

기후변화 대응 벼 품종개발 방안을 주제로 발표에 나선 고희종 서울대 명예교수는 농업의 기후변화 대응 방안 효율성을 비교한 연구에 따르면 재배 시기 조정, 재배지 이동, 관개 방법 개선 등의 대처보다 품종 육성의 효과가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기후변화 대응을 넘어서 농업 분야도 탄소 배출 저감에 힘써 기후변화 자체를 막아야 함을 강조했다.

고 명예교수는 “2019년 국내 산업별 온실가스 배출량을 살펴보면 농업 역시 3%를 차지하고 있다작물의 생산량과 품질은 최대한 유지하면서도 화학 비료의 사용을 최소화하고 생육 과정에서 메탄 발생을 저감하는 품종을 개발·보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디지털육종의 효율성 제고 등 종자산업의 성장을 위한 규제 완화와 예산확보 같은 정치권의 노력에 대한 주문도 이어졌다.

강병철 서울대 교수는 이상기후 대응 고추의 디지털육종 기술 연구발표를 통해 용이한 신품종 개발을 위해 유전자 편집 기술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강 교수는 이상기후로 인해 새로운 병원균이 계속 발생하고 이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유전체 선발 기술, 유전자 편집 기술 등의 적용이 필요하다국내에선 아직 유전자 편집이 유전자변형생물(GMO)로 분류돼 상업화가 굉장히 어려운 만큼 이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강 교수는 관련 예산의 부족으로 원활한 R&D가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는 최근 인공지능(AI)을 활용한 품종개발 등도 연구되고 있지만 이에 필수적인 데이터가 턱없이 부족하고 이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많은 예산의 투입이 필요하다올해 농업 분야 R&D 예산이 25%가량 삭감되고 내년 예산 역시 20%가 삭감되는 상황에서 종자 개발 관련 예산이 300억 원도 안 돼 힘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농수축산신문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