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에 가라앉지 않고 고루 섞여 음료·양념 등 액상 제품 활용 기대
[농수축산신문=이남종 기자]
농촌진흥청(청장 권재한)은 최근 물에 풀어도 가라앉지 않고 고루 섞이는 쌀가루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쌀가루를 익혀 초음파 처리하는 것으로 음료, 양념(소스) 등 액상 제품에 활용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농진청은 향후 대량 생산 공정 개발과 생산 효율성을 높여 나간다는 계획이다.
쌀은 우리 조상 대대로 이어온 주식으로서 식생활의 근본을 이루는 곡물이다. 쌀은 가식부의 대부분이 전분으로서 약 75% 내지 80%를 차지하며 최근 쌀에 포함되어 있는 다양한 기능성 성분들도 주목을 받고 있다.
쌀의 섭취를 간편하게 하고 소비를 증대시키기 위해 가공식품으로서 떡류와 즉석밥, 죽, 면류, 또는 쌀과자나 밀가루를 대체하는 제품들이 개발됐으며 음료로는 막걸리나 청주와 같은 주류제품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연간 쌀가루 사용량은 2018년 3만7132톤에서 2022년 5만4446톤으로 증가했으나 대부분 떡(27%)이나 술(25%)에 활용되고 있다.
이는 쌀가루가 물에 쉽게 가라앉고 가열했을 때 점도가 높아지면서 떡처럼 뭉쳐지는 등 가공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쌀가루를 음료나 양념(소스) 등 액상 제품에 활용하는 것이 어려웠다.
쌀가루는 불용성으로서, 물에 쌀가루를 넣고 호화하면 겔을 형성할 뿐만 아니라 물에 가라앉는 성질이 있기 때문에 이와 같은 쌀가루를 음료 제품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쌀가루의 가공처리가 반드시 필요하다.
시중에도 쌀을 이용해 제조된 음료가 나와 있지만 분산안정성을 유지하고 쌀가루가 침전되지 않게 하기 위해 복잡한 공정을 수행하거나 유화제를 처리하는 방법 등이 보고된 바 있다. 따라서 단순한 공정을 통해 비용을 절감하고 유화제를 처리하지 않고도 분산 안정성이 개선돼 재수화시 분산성 회복율이 높은 특성을 가질 수 있는 쌀가루의 제조방법이 요청된다
이와 관련 농진청은 쌀가루가 물에 가라앉지 않는 기술을 개발했다. 우선 쌀가루를 물과 섞어 가열해 익힌 뒤 초음파 처리한다. 이를 건조해 분말로 만들면 가라앉지 않는 쌀가루가 된다.
초음파 처리로 생성되는 강력한 에너지 파동은 액체 내부에 미세한 기포의 생성과 붕괴가 반복되며 이때 발생하는 높은 온도와 압력은 주변의 입자들을 분쇄하고 분산시키는 현상이 발생하는데 이것에 착안해 ‘물에 가라앉지 않는 쌀가루 제조 기술’을 개발한 것이다.
초음파 처리에 의해 쌀가루의 입자크기가 작아지고 분자구조가 바뀌게 돼 점도가 낮아지고 물과의 결합력은 높아져 물에 풀어도 가라앉지 않게 된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쌀가루의 입자 크기는 평균 100마이크로미터(um) 수준에서 10um 수준으로 감소한다. 쌀가루의 미세구조는 벌집형태에서 편평한 형태로 바뀌게 되며 전분 구성의 비율도 단단한 구성을 이루는 구조에서 불규칙한 구성으로 변화하며 물과의 결합력이 증가한다.
또한 이 쌀가루는 물에 녹여 가열할 경우 기존 쌀가루에 비해 점도는 3% 수준으로 낮고 온도에 의한 점도 변화가 적어 흐름성과 분산성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다. 더불어 완전히 익힌 상태에서 가공했기 때문에 추가적인 가열처리가 없어도 즉석에서 사용이 가능하다.
이 쌀가루는 물에 가라앉지 않아 음료, 양념, 이‧미용 제품 등에 폭넓게 사용할 수 있으며 특히 쌀가루 음료 시장에서는 유화제나 안정제를 추가로 사용하지 않고도 음료 외관과 성질을 개선할 수 있어 품질, 유통성 등이 좋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울트라소닉스 소노케미스트리(Ultrasonics Sonochemistry)에 논문으로도 게재됐다. 또한 특허출원 ‘분산안정성이 개선된 쌀가루 제조방법(10-2023-0166127)’도 완료됐다.
연구진은 물에 가라앉지 않는 쌀가루의 대량생산을 위해 연속식 초음파 공정을 개발 중이다. 이 기술이 개발되면 처리 시간은 줄고 생산 효율성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조용식 농진청 발효가공식품과 연구관은 “이번 연구는 쌀가루의 물리적 특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해 산업적 활용도를 높인 중요한 성과다”며 “앞으로도 쌀을 포함한 다양한 농산물의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 연구를 지속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