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사원 뒷받침 위한 재원 안정적 마련 위해 산림조합 수익사업 고민해야
지도사업이 조합 간 경쟁시스템으로 운영
조합장 의지와 배려 없으면 지도사업에 많은 투자 하기 어려운 게 현실
산림경영지도 사업에 대한 재정지원도 대폭 삭감
산림경영지도 사업에 공급자와 수요자 불만이 제기되는 이유는 부족한 재원이 근본적 원인
[농수축산신문=박세준 기자]
아직 한국전쟁이 치열하던 1951년 9월 21일, ‘산림보호임시조치법’이 제정·공포되고 이듬해 1월 15일 대통령령 제587호로 법 시행이 공포되면서 우리나라에서 산림경영지도의 역사가 시작됐다.
시행령은 전국적으로 리·동 단위로 산주와 가구주로 이뤄진 산림계를 조직할 것을 규정했으며 산림계를 중심으로 임업지식 보급, 기술향상 등을 위한 연구회, 좌담회 등이 마련되면서 산림경영지도가 첫발을 떼기 시작했다.
이후 70여 년간 산주·임업인들과 함께해 온 산림경영지도 사업은 이제 산림녹화산업의 시대와는 또 다른 패러다임을 요구받고 있다.
산림녹화 시대 이후의 산림경영지도 사업의 현황과 전망을 살펴봤다.
# 1978년부터 산림조합이 지도 업무 담당
1952년 이후 산림계를 중심으로 한 산림경영지도 사업 체제는 1962년까지 유지됐지만 사실상 실패했다는 평가다. 실패 원인은 대체로 미흡한 재정지원에 따른 전문인력 확보 부족, 산림계장의 업무 과다로 인한 지도사업 소홀, 강제가입하게 된 구성원의 참여의식 저조가 꼽힌다.
1962년 농촌진흥법 제정으로 농촌진흥청이 발족했으며 농사연구지도체제의 일원화를 위해 산림경영지도도 농진청에서 담당하게 된다. 1967년 산림청이 발족하면서 산림경영지도사업도 산림청이 이관받았지만 행정상의 혼선으로 산림경영지도원(당시 임업지도사)들이 전직하거나 일반산림행정사무를 맡게 돼 산림경영지도원들이 대부분 사라지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하지만 1973년 제1차 치산녹화 10개년 계획 수립을 계기로 국토녹화 사업이 강력하게 추진되면서 산림조합을 중심으로 한 산림경영지도 사업도 활기를 띤다.
1974년 정부는 산림조합 도지부에 지도사업을 전담하는 지도과를 설치하고 산림조합의 모든 조직에 임업기술상담석을 마련케 해 지도 서비스의 접근성을 높였다. 1978년에는 산림경영지도원(당시 임업기술지도원) 312명을 정부 지원 아래 산림조합에 최초 배치했다.
1980년 산림법 전부개정·산림조합법 제정으로 법적으로 산림조합은 임업기술지도원을 배치해 산림경영지도 업무를 수행하는 지도기관으로 공식화하고 국토녹화는 물론 산주·임업인 경영능력과 소득 제고 역할까지 책임지게 된다.
2005년에는 ‘산림자원의 조성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을 공포하며 임업기술지도사는 산림경영지도원으로 이름이 바뀌고 지도원 육성에 필요한 경비의 전부 또는 일부를 정부가 보조할 수 있도록 했다.
2006년 청정임산물에 대한 수요증가, 자유무역협정(FTA)에 대비한 임산물 품목별 경쟁력 제고 필요성 증가 등을 배경으로 산림청의 ‘특화품목 전문지도원 육성계획’에 따라 임업특화품목전문지도원이 배치됐으며 2017년에는 산림경영지도 서비스의 전문화·체계화를 위해 산림경영전담지도 체계를 수립, 특화품목전담지도원 대신 산림경영전담지도원 제도를 시행하고 조금씩 전담지도원 수를 늘렸다.
2021년에는 산림조합중앙회 소속 산림소득지원센터가 설립돼 교육지원 등을 통한 전국 산림경영지도원 수준의 상향평준화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유튜브 등을 포함한 각종 매체를 통한 임업 정보 제공으로 현장 산림경영지도원을 지원하고 있다.
산림조합의 산림경영지도 서비스에 대한 임업인들의 점수는 높다.
유미 산림조합중앙회 회원지원부 과장은 “지난해 산림경영지도 사업에 대한 임업인들의 만족도 설문조사 결과 평균 88.23점으로 요구사항에 대한 대응, 1회 지도당 지도시간, 지도원의 수준 등 항목에서 모두 88점을 넘겼다”고 전했다.
또 산림조합중앙회가 발주한 외부 용역연구에 따르면 산림경영지도 사업이 기여한 임산물 수입 증가, 관광 수입증가, 지역개발, 산림의 공익적 가치 증가 등에 대한 경제적 가치를 계산하면 한 해 4696억여 원에 이른다.
# 산림녹화 성공 이후, 길 잃은 산림경영지도 사업
1978년 이래 산림조합의 산림경영지도원들은 46년 동안 산주·임업인들의 주위에서 우리나라 산림녹화, 산림·임업 경영, 산림의 공익기능 제고 등에 큰 기여를 해왔지만 내·외부에서 여러 비판을 마주하고 있다.
산림경영지도 사업의 직접 수혜자인 산주·임업인들 중 일부는 산림경영지도 사업이 피부에 와닿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꼬집고 있다.
수도권의 한 청년임업인은 “산림조합 등에서 산림경영지도 사업에 대해 노력하고 홍보는 하려고 하는데 임업인들에게 전달이 잘 안되는 것 같다”며 “최근 참가한 청년임업인 좌담회에서도 참가자 절반이 산림경영지도 사업에 대해 몰라 산림조합이나 한국임업진흥원 차원에서 홍보 필요성을 제기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반면 일선의 산림경영지도원들은 과중한 업무량과 열악한 처우를 호소하고 있다.
지역의 A 산림경영지도원은 “산림경영지도원들이 유독 지도사업을 하기 싫어하는 이유 중 하나는 지도사업이 조합 간 경쟁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라며 “지도사업의 평가점수 만점이 100점이라 가정했을 때 모든 조합이 90점 이상 높은 점수를 받는다 해도 상대평가로 평가하기 때문에 1등부터 꼴등이 생겨날 수 밖에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자신이 속한 지역조합이 속한) 중앙회 지역본부에선 지역조합의 지도원들을 착취하는 방식으로 지도사업의 성과가 잘 나지 않자 지도사업 순위를 나열해 지속적으로 반복해서 공문 발송하는 방법으로 지역조합장의 권위를 이용하려 한다”며 “점수가 낮은 조합의 조합장은 공개적으로 망신을 당하는 꼴이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시 또 지도원을 착취하는 악순환이 이뤄진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다른 지역의 B 산림경영지도원도 “솔직히 지도업무 외에도 산림사업 등 다른 업무도 많아 산림경영지도일지를 규정에 맞춰 성실하게 쓰는 것도 쉽지 않다”며 “아무래도 조합장의 의지와 배려가 없으면 지도사업에 많은 투자를 하기 어려운게 현실”이라 털어놓았다.
산림경영지도 사업이 공급자와 수요자 모두에게 불만이 제기되는 이유로는 부족한 재원이 근본적인 원인으로 지적된다.
실제로 박덕흠 의원(국민의힘, 보은·옥천·영동·괴산)이 지난달 16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산림조합중앙회 국정감사에서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산림조합중앙회는 지난해 지도사업 부문에서만 115억8900만 원의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맞물려 정부의 긴축재정 기조 아래 산림경영지도사업에 대한 재정지원이 대폭 삭감된 것도 상당한 타격이 됐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산림청은 산림경영지도 사업 명목으로 산림조합에 예산을 지원해 왔지만 올해 산림경영지도 사업이 종료되면서 지난해 기준 244억6800만 원의 예산이 순감되고 다만 산림경영지도원에 대한 인건비 지원예산 168억9700만 원만은 임산물 생산기반조성 사업으로 내역이 이관돼 편성·지원되고 있다.
내년도 예산안에도 인건비 지원예산은 동결됐지만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실질적으로 줄었다는 평가다.
김양집 산림조합중앙회 회원지원부장은 “1978년에는 산림경영지도원의 인건비 80%까지 정부에서 지원해주고 나머지는 정부 산림사업을 수주받아 충당했지만 2000년 이후 민간 산림법인이 늘어나면서 산림조합에 대한 산림사업 수의계약은 줄어드는 반면 인건비 지원율은 20%로 줄었다”며 “산림경영지도사업 예산은 결국 임업인들에게 돌아가는 것이고 산림경영지도 사업이 정부에서 생각하는 지도사업뿐 아니라 선진지 견학, 임산물 판매 등 지역주민과 연계된 사업도 많다”고 피력했다.
# 지도사업 재원 마련·공세적인 산림경영지도 사업 고민 필요
지도사업을 뒷받침해주기 위한 재원을 안정적으로 마련하기 위해 신용사업 등 산림조합의 수익사업을 고민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된다.
황의식 GSnJ 인스티튜트 농정혁신연구원장은 “협동조합의 지도사업이 수익은 없고 비용은 많이 들어가는 사업이지만 산림조합은 지도사업을 할 수 있는 수익기반이 없다는 게 문제”라며 “원래라면 조합원 십시일반으로 지도사업비를 마련해야 하지만 그렇게 되지 못하는 상황에서 산림조합중앙회의 신용사업을 튼튼하게 하는 등 수익 기반을 창출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지도사업 강화를 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산림계 관계자는 “농협은 각종 농기자재 등 조합 전이용을 통해 금융사업 외에도 농업인 조합원들로부터 경제사업 비용만큼 수익을 거둘 수 있지만 산림조합은 지자체 산림사업으로 이윤을 남기고 임업인으로부터 직접 수익을 얻는 게 거의 없다”며 “모든 서비스가 비용인 요즘 시대에 경영지도사업도 돈을 못 번다는 고정관념을 바꾸고 성공적인 경영지도사업이 있으면 임업인들도 보답을 해야한다”고 지적했다.
또 한편으로 산림녹화 이후 산림경영 시대에 걸맞는 지도사업의 패러다임 변화가 요구되는 가운데 산주·임업인의 민원에 대응하는 방식의 경영지도뿐 아니라 산림경영지도원이 사업을 기획하고 산주·임업인들의 참여를 유도하는 적극적인 지도사업도 이뤄지면서 관련 요청도 늘어나고 있다.
가령 여주시산림조합의 경우에는 베이비붐 은퇴세대의 귀산촌 등으로 관내 전문임업인이 약 3배 늘어나면서 정원 사업을 특화사업으로 정하고 산림경영지도원이 참여하는 가운데 SJ여강정원문화센터 개관, 조경수 육성 등을 지원하고 있다.
이후정 여주시산림조합장은 “산림경영지도원들이 지도업무만 해 행정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경우가 있어 좋은 아이디어가 있어도 행정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민간위탁형 산림사업 확대로 산림경영지도원들이 사업 업무에서 자유로워져야 하며 특히 지도사업 경진대회 등을 통해 아이디어를 산림경영지도원이 발굴하면 해당 지자체에서 특화사업으로 연계할 수 있는 예산을 부여하는 등 아이디어가 사업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신경써줬으면 한다”고 전했다.
산림조합중앙회 산림소득지원센터도 2022년부터 ‘찾아가는 산림소득지원사업’을 시행해 지난해에는 42개 산림조합에 임산물 직거래장터 등에 대한 사업비 총 1억2000만 원을 지원해 매출금액 62억 원의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올해는 예산 삭감으로 자부담율을 높이는 등 어려움을 겪긴 했지만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의 매출 성과를 거둘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와 관련 산림청은 15억 원 규모의 강소임가 육성사업 예산안을 제출해 현재 심사 중이다.
이원미 산림청 사유림경영소득과 사무관은 “임업에 막 진입한 임가나 귀산촌인이 스스로 어느 정도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임가로 육성되는 과정에서 농사뿐 아니라 유통, 조세 등 안정적으로 경영할 수 있는 기술을 갖추는 게 필요하지만 산림 분야가 정말 넓기 때문에 혼자서는 어려운 경우가 있다”며 “그 과정에서 산림경영지도원들이 도우미 역할을 하면서 조직육성, 물류지원 등 경비가 필요할 수 있어 강소임가 육성의 차원에서 예산요청을 했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