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봄철 농가 판매될 비료 생산 중단
수입선 다변화·국내 생산 ‘불가능’
마땅한 대안 없어 발 동동
[농수축산신문=이문예 기자]
이달 들어 중국이 이인산암모늄(DAP)의 수출길을 통제하면서 자체 생산 능력을 갖춘 남해화학을 제외하고 100% DAP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모든 국내 화학비료 제조업체의 물량 수급에 비상이 걸렸다.
# DAP 수출 중단...최소 내년 3월까지 지속 예측
국제정보지(fertecon)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 1일부터 인산염 수출과 관련한 세관·출입국 관리·검역(CIQ)을 중단했으며 이는 최소 내년 3월까지 지속될 것으로 예측된다.
이러한 결정의 배경으로 여러 추측이 제기되고 있지만 비료의 계절적 수요가 증가하는 12월부터 이듬해 봄까지 중국 내수 시장의 가격 상승을 방어하겠다는 의도가 숨어있다고 보는 설이 유력하다. 자국 내 공급을 우선적·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방책인 셈이다. 중국은 2021년 요소수 파동 당시와 지난해 11월에도 같은 사유로 DAP 수출을 규제한 바 있다.
일각에선 유황 가격 상승도 일부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 보고 있다. 유황으로 황산을 만들고 이를 인광석과 반응시켜 인산을 제조하는데 최근 국제 유황 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해 중국산 DAP 가격이 급등한 것과도 연관이 있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 6월 중국 도착도 가격은 톤당 55달러였지만 지난 12일에는 74달러까지 치솟았다.
중국 내에선 이미 규모가 작은 DAP 공급업체들조차 내년도 3월까지 공급할 수 있는 물량이 모두 소진됐고 일부 재고가 있더라도 자국 시장으로의 공급을 약속한 상황이라 수출 여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진다.
# 봄철 판매될 NPK 비료 생산 잠정 중단
국내 업체들은 중국의 수출 중단에 난감해하고 있다. 내년 봄철 본격 농가 판매를 위해 보통 10월부터 원재료를 사들여 제품을 제조·비축해야 하지만 원재료 수급길이 막히며 이러한 계획에 차질이 생겼기 때문이다.
업체 관계자 A 씨는 “정부는 국내 업체들이 내년 3월까지는 재고를 확보하고 있다고 판단하는 것 같은데 아마 현 재고가 아니라 사전 계약해 들어올 물량까지 합한 양일 것”이라며 “다수의 중국 DAP 공급업체들도 화물 검역이 취소됐거나 통관을 위한 협의를 진행 중이지만 중국 정부가 명확한 방향성을 제시하지 않고 있어 그 무엇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 B 씨도 “인산이 함유된 NPK(질소·인산·칼륨)비료는 주로 3~4월 밑거름으로 판매되고 인산이 빠진 NK비료는 6월 이후 판매되기 때문에 보통 순차적으로 제품을 제조해 비축하지만 올해는 상황이 해결되기 전까지 NK비료 생산이라도 먼저 해야 하나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중국도 우리 업체들이 중국산 DAP에 크게 의존하고 수급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걸 알면서도 자국 이익만을 위해 이런 결정을 해 우리로서는 계속 끌려다닐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 중국산 대체 불가...뾰족한 수 없어 업체들 ‘난감’
지난해에도 동일한 규제가 있었던 만큼 올해도 충분히 예측 가능한 일이었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중국이 해외로 수출하는 물량을 적정 범위 내에서 할당하는 쿼터제를 시행하고 있는데다, 미래 수요를 예측해 수개월 전 막대한 비용을 투입해 미리 비축하는 것은 큰 위험도 동시에 안아야 하는 일이라 쉽지 않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게다가 수입선 다변화도 현실적으로 어렵다. 운송비 등 비용적인 측면에서 접근 가능한 나라는 베트남과 중국 정도에 불과한데 베트남의 경우 중국과 DAP의 질소·인산의 농도가 달라 국내 업체들의 요구조건을 충족하지 못한다. 예를 들어 중국 DAP의 질소·인산 농도는 64%인데 베트남산은 56%에 불과해 고농도 NPK비료 제조가 불가능하다. 중국산의 완전한 대체가 불가능한 셈이다.
업체 관계자 C는 “중국산이 아니더라도 현재 웃돈을 주면 DAP 구매가 가능하지만 소위 정품이라 분류하는 품질 기준에 맞출 수 없어 업체들로서도 막막한 입장”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국내 다른 비료제조업체들도 남해화학처럼 자체 생산 능력을 갖출 순 없을까. 결론적으로 인광석을 산분해해 DAP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부생석고의 별도 처리시설을 갖춰야 하고 이러한 자본을 갖췄다 해도 환경 이슈로 수용 가능한 지자체가 없어 신규 생산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B는 “지금이야 DAP 가격이 좋지만 기업경영 측면에서 가격 하락에 대한 부담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어 섣불리 뛰어들기도 어렵다”며 “최근에는 요소도 파동이라 일컬을 정도로 수급 문제가 예민하지만 과거에는 가격이 낮게 형성돼 국내 요소 생산공장들이 다 문을 닫았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한편 남해화학은 국제 원자재 가격 등을 고려해 적정한 가격 수준이 맞춰진다면 내수용 판매도 검토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나머지 비료제조 업체들과 국내 시장에서 경쟁구도에 있는 만큼 원활한 조율이 가능할 지에 대해선 의문이라는 의견도 제기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