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모습과는 반전 매력
겨울철 별미로 DHA·EPA도 ‘풍부’
[농수축산신문=김동호 기자]
독특한 외형과 뛰어난 맛으로 오랜 세월 많은 사랑을 받아온 도루묵. 도루묵은 몸은 회색이며 옆으로 납작하다. 체고가 가장 높은 지점은 제1등지느러미 앞쪽으로 아래턱이 앞으로 튀어나와 입이 위를 향하며 입에는 작은 이빨이 나 있다. 비늘이 없고 몸 길이는 약 20cm 정도다.
도루묵은 생김새가 볼품없지만 미각을 돋우는 생선으로 강원도에서는 겨울철 별미로 대접을 받으며 매년 겨울이면 도루묵 축제도 많이 열린다.
도루묵이 우리 문헌에 처음 등장한 것은 16세기로 청주에서 발견된 순천 김씨의 무덤을 발굴하는 과정에서 나온 간찰에서 ‘돌목’이라는 이름으로 기록돼 있었다. 이는 조잡한 생물에 붙이는 ‘돌-’이 붙은 것으로 추정된다. 이후 발음이 변해 19세기 후반 조재삼의 ‘송낭잡지’에 ‘도로목(都路木)’으로 등장한다. 조선시대 초에는 도루묵을 ‘은어(銀魚)’로 기록하기도 했는데 이는 왕이 그 맛을 좋아해 이름이 바뀌었으나 싫증이 나 다시 ‘도로 목어’로 돌아갔다는 민간어원설이 존재한다.
조선시대에 도루묵은 다른 종에 비해 품질이 낮은 물고기로 여겨졌다. 이 때문에 현대에도 ‘말짱 도루묵’이라는 표현이 쓰인다. 도루묵은 한국 동해와 일본 북부, 캄차카, 사할린, 알래스카에 분포하며 문어 같은 천적을 피해 낮에는 140~400m 깊이의 바닷속 진흙모래에 숨어 있다가 밤에 활동한다. 밤에 수온이 섭씨 6~10도일 때 깊이가 2m인 모자반과 청각 같은 해조류에 약 1500여 개의 알을 낳는다. 산란기는 11월부터 12월까지다.
도루묵은 DHA와 EPA가 풍부하게 함유돼있는데 두 성분은 오메가-3 지방산의 일종으로 뇌와 혈관 건강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DHA는 성장기 어린이의 두뇌 발달에 필수적이며 기억력과 시력을 개선하는 데 도움을 준다. 또한 혈관을 부드럽게 하고 중성지방 수치를 낮춰 혈액 순환을 원활하게 해주는 효과가 있다. EPA는 혈전 형성을 예방하고 중성 지방을 줄여 혈액순환을 개선, 동맥경화, 뇌졸중, 심근경색 등의 예방에도 기여한다.
아울러 도루묵에 포함된 글루타민산은 체내에서 이뇨작용과 피로 회복을 촉진하는 아미노산이다. 이 성분은 또한 암모니아를 해독하는 데 도움을 주며 체내 에너지 생성과 신진대사 촉진에도 기여한다. 뼈 건강을 위해서도 도루묵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도루묵은 칼슘의 좋은 원천으로 뼈를 강화하고 골밀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성장기 어린이에게는 성장 발육을 지원하며, 성인에게는 골다공증 예방에도 유익하다. 또한 칼슘 외에도 인과 마그네슘이 포함돼 있어 뼈와 치아의 형성을 돕는다. 이 외에도 도루묵은 칼륨을 함유하고 있어 체내 나트륨 배출을 도와주고 부종을 개선하는 데 유익하다. 또한 저칼로리이며 단백질이 풍부해 건강한 다이어트에도 좋다.
도루묵은 구이와 찌개, 조림으로 주로 섭취하는데 도루묵을 씻어서 지느러미와 꼬리 정도만 떼어낸 후 그대로 석쇠에 구워 소금을 뿌려가며 먹는다. 특별한 양념장으로 요리하지 않아도 담백하고 고소한 맛을 온전히 느낄 수 있다. 도루묵 찌개는 무와 양파, 도루묵, 두부 등을 넣고 끓이는 요리다. 도루묵은 살이 연해 너무 센불에서 익히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도루묵 조림은 도루묵과 연근, 양파 등의 채소를 간장 베이스의 양념으로 조리는 요리다. 도루묵의 풍미를 양념과 잘 어우러지게 해 깊은 맛을 만들어낸다.
도루묵의 제철인 11월부터 12월에는 더욱 풍부한 맛과 영양을 자랑하므로 이 시기에 다양한 도루묵 요리를 즐겨보는 것이 좋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