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곡관리법 개정·'금사과' 논란·가축질병·환율 상승 등 대내외 악재
[농수축산신문=농수축산신문]
2024년 갑진년 한 해가 저물어가고 있다. 올 한해 농축수산업계는 쌀값 폭락, 이상기후로 인한 재해빈발과 농축수산물 수급불안, 원달러 환율 상승, 대기환경보전법 개정, 가축질병 창궐 등 대내외적인 여파로 힘겨운 한해를 보냈다.
본지가 선정한 2024년 농림축수산분야 10대 뉴스를 통해 올 한 해를 뒤돌아봤다.
1. 쌀값 폭락
지난해 수확기 정곡 80kg 기준 평균 20만2797원하던 산지쌀값은 올해 들어 하염없이 주저앉아 지난 9월 17만4592원을 기록하기에 이르렀다. 산지쌀값을 회복시켜달라는 농업인의 아우성에도 불구하고 소위 ‘찔끔찔끔 정책’이라 불린 정부의 미온적 대처는 쌀값 폭락을 막지 못한 결과로 나타나면서 수확기를 앞둔 농업 현장의 불안을 가중시켰다.
이에 정부에서는 평년보다 한 달여 빠른 지난 9월 수확기 쌀값안정 대책을 발표하며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지난 15일 기준 산지쌀값은 18만5552원에 머물며 여전히 19만 원 선조차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공공비축미 매입가격 산정기준이 되는 올 수확기 평균 산지쌀값 역시 18만 원 중반대가 예상돼 자칫 공공비축미 매입가격이 조곡 40kg 기준 지난해 대비 5000원가량 하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 양곡관리법 논란
지난해 4월 윤석열 대통령 1호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의 대상이 됐던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지난 19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거부권 행사로 다시 국회로 돌아왔다.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쌀 초과생산량에 대해서 시장격리를 의무화하는 것을 골자로 사전적 생산조절과 사후적 시장의무격리 등을 명시함으로써 쌀 재배농가의 안정적인 영농활동이 가능하도록 한다는 목적이지만 공급과잉에 따른 재정부담이 우려된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국가책임 농정으로의 대전환을 이루는 시작으로 농업인의 최소한의 생존권 보장이 가능하도록 지원하는 제도라는 입장인 반면 정부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시장기능을 왜곡해 쌀 등 특정 품목의 공급과잉으로 막대한 재정부담을 초래할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3. 이상기후에 따른 농산물 수급불안 가중
올해 여름 유난히도 심했던 불볕더위는 가을을 상징하는 추석에도 30도가 넘는 기온을 나타내며 점차 심해지는 기후변화를 몸소 느끼게 했다. 지난해에도 봄철 우박과 여름철 폭염·폭우 등 1년 내내 날씨로 고생한 농업인들은 올해도 하늘만 바라볼 뿐이었다.
추석을 앞두고도 밤낮 없이 고온이 유지되다 보니 사과와 배 등 성수품의 착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오이·애호박 등 과채류의 수정과 생육에도 문제가 생겼다. 더불어 현재 한창 출하되고 있는 딸기 역시 정식 시기 고온으로 제대로 모가 자라지 않아 보식으로 인한 생산비가 증가하고 수확량은 예년만 못하다.
이처럼 날씨로 인한 변동성이 계속해서 심화될 것으로 예견되는 만큼 농산물 주요 품목에 대한 수요·공급 상황을 상시 점검하며 사전에 재배면적을 조정하는 등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4. 금사과·금배추 파동
올해 여름까지도 여론의 금사과 타령은 지속됐다. 공급이 적어지면 가격이 올라가는 것은 당연함에도 산지의 상황을 파악하기보다는 소비지 물가에만 여론이 집중됐다.
정부의 공식적인 발표에 따르면 사과 생산량은 30%가량 줄었다는 것이 원인이었지만 실제 산지에서는 제대로 된 상품은 절반에도 못 미친다는 것이 중론이었다.
이어 김장철을 한 달여 앞두고는 배추가 표적이 됐다. 언론은 실제 김장철에 사용되는 배추와 당시 유통되던 배추는 작기 자체와 수급 상황도 전혀 다름에도 마치 김장철 비용에 큰 부담을 줄 것처럼 호도했다. 결국 실제 김장철에 접어들어서는 전국적으로 생산되는 배추가 원활히 공급되며 오히려 배추 가격은 큰 폭으로 떨어졌다.
생산비 급등과 기후변화 등 우리 농업·농촌은 생존과 직결되는 어려움에 놓여 있다. 단편적인 사실만 가지고 전체를 왜곡하는 것은 지양하며 우리 농업의 현실을 직시해야 할 때이다.
5. 원달러 환율 상승에 먹구름 드리운 농산업계
올해 1월 2일 1312원으로 출발한 원달러 환율은 최근 1400원을 넘어 지난 17일 기준 1440원선에 근접했다. 원달러 환율이 당분간 예전 수준으로 돌아가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농산업계에는 원자재 수입 가격 상승, 물류비 증가 등으로 인한 원가 부담 증가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특히 원료나 원자재의 해외 의존도가 높은 농약, 비료, 사료업계의 피해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비료업계의 경우 3~4월 판매 물량의 비축을 위해 이미 10월부터 원재료를 들여온다. 보통 3개월 이내에 이자와 함께 대금을 지불하는데 이러한 원재료 비용 상환 시기와 환율 상승이 맞물림에 따라 환차손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사료업계도 마찬가지다. 최근 몇 년 간 국제 고물가 상승이 이어진 가운데 환율 상승은 또 다른 부담으로 다가오고 있다.
6. 온라인도매시장 거래액 5000억 원 돌파
지난해 11월 농산물 유통구조 선진화를 위해 출범한 농수산물 온라인도매시장의 거래액이 올해 목표인 5000억 원을 무난히 돌파하며 농수산물 도매거래에 새 장을 열었다.
온라인도매시장은 출범 초 39개 거래품목으로 시작됐으나 늘어나는 거래자의 요구를 반영하고 거래 활성화를 위해 청과물뿐만 아니라 쌀 등 곡물과 계란, 육류는 물론 수산물까지 품목을 확대하면서 지난 10월 기준 136개로 확대됐다. 또 판·구매자도 각각 1000여 곳, 2500여 곳으로 늘어나면서 목표거래액을 초과달성해냈다는 평이다.
다만 현재 농수산물의 온라인도매거래는 ‘규제샌드박스 실증특례’로 한시적인 특례에 의존하고 있어 ‘농수산물 온라인도매거래 촉진법(안)’ 등 법률 제정을 통한 제도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7. 대기환경보전법 논란
환경부는 대기오염물질 배출시설에 대한 관리 강화를 이유로 대기환경보전법 시행규칙을 개정하고 관리대상에 유기질 비료 제조시설을 포함시켰다.
이에 따라 농·축협은 올해 말까지 암모니아 배출 허용기준인 30ppm 이하로 낮출 수 있는 시설을 갖추고 정부에 신고를 완료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했다. 농·축협들은 이러한 시설을 갖추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이며 법과 현장과의 괴리가 크다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피력했다.
그 결과 환경부는 지난달 13일 대기환경보전법 시행규칙 입법예고를 사업자가 이행계획 등을 제출해 관할기관이 인정하는 경우 현 신고기한일로부터 3년 추가 신고기간을 부여했다. 또한 이행계획을 제출한 사업자가 천재지변이나 그 밖의 부득이한 사유로 추가 신고기한일 내 조치를 마칠 수 없는 경우에는 추가로 1년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8. 12년만에 한우 반납시위
고물가‧고금리‧고환율, 이른바 3고(高)시대를 견디지 못한 한우인들이 한우를 이끌고 서울로 상경했다. 전국한우협회가 지난 7월 3일 여의도에서 개최한 한우집회는 한우농가 1만2000여 명이 버스 300대, 소 반납차량 등을 동원해 서울로 상경해 진행됐다. 폭등한 생산비 대비 한우도매가격 하락으로 소 1마리 출하시 230만 원의 적자를 보는 절망적인 상황이 2년 이상 지속되면서 ‘소가 소를 먹는다’는 울음섞인 한우인들의 절규가 여의도를 가득 메웠다.
특히 한우산업 안정화를 위해 한우협회가 부단히 노력해 여야 양당의 한우법 발의를 이끌어냈음에도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법제정이 물거품으로 돌아간 바 한우인들의 민심이 폭발한 것이다. 한우협회 임원진들은 삭발식을 거행하며 지속가능한 한우산업을 위해 법적, 제도적 안정장치를 마련해 달라고 요구했다. 대규모 한우집회 후 정부는 서둘러 한우산업발전대책을 내놨지만 한우인들의 어려움은 여전히 진행 중으로 한우협회는 보다 근본적인 수급안정대책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9. 가축질병 기승
올해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예년보다 빠른 지난 10월에 가금농장에서 발생했다. 전국 어디든 고병원성 AI가 추가 발생할 수 있어 방역당국은 바짝 긴장을 하고 있다.
강원 동해 소규모 산란계농장에서 지난 10월 29일 첫 발생한 고병원성 AI는 지난 16일 충남 청양군 소재 산란계 농장에서 폐사 증가에 따른 신고로 정밀검사한 결과 고병원성 AI로 확진돼 올 들어 10만 마리 이상 대규모 산란계 농장에서 두 번째 발생됐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은 지난 1월 15일 경북 영덕 양돈장에서 발생한 것을 시작으로 지난 16일 경기 양주 양돈장 정밀검사 결과 확진돼 모두 11건이 발생했다. 럼피스킨도 지난 8월 12일 경기도 안성 소재 한우농장에서 발생한 이후 7개 시‧도 19개 시‧군의 한우와 젖소 사육농장에서 총 23건이 발생했다. 겨울철 소독 요령에 대한 교육·홍보 강화는 물론 축산농가는 장화 갈아신기 등의 기본 방역 수칙을 지키고 이상 증상 발견시 즉시 신고가 필요한 상황이다.
10. 해루질 제한 조례 마련
레저객의 해루질을 제한하는 내용의 지자체 조례가 마련, 해루질을 두고 어업인과 레저객간 갈등을 저감할 수 있는 물꼬가 트였다.
본지는 2022년 6월 최인호 전 의원과 이양수 의원(국민의힘, 속초‧인제‧고성‧양양), 수협중앙회와 함께 해루질로 인한 사회적 갈등을 저감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고자 정책토론회를 개최한 바 있다. 정책토론회 이후 최 전 의원과 이 의원 등이 발의한 수산자원관리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며 지자체가 지역 실정에 맞춰 해루질을 제한할 수 있게 됐다. 법률 시행이후 국내 지자체 최초로 강원도가 ‘비어업인의 수산자원 포획‧채취 관리 기준에 관한 조례’를 마련했고 다른 지자체에서도 조례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지자체 조례 제정이 마무리되면 해루질을 둘러싼 갈등이 완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