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특성·주민역량 고려한 수익사업 운영과 어촌주민 역량제고 '필수'

[농수축산신문=김동호 기자]

어촌어항재생사업의 성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주민이 사업을 주도할 수 있도록 지원체계를 마련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사진은 신년을 맞아 본지와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이 개최한 좌담회 전경.
어촌어항재생사업의 성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주민이 사업을 주도할 수 있도록 지원체계를 마련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사진은 신년을 맞아 본지와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이 개최한 좌담회 전경.

 

어촌의 소멸우려에 대응해 정부가 어촌어항재생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재생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어촌주민의 역량부족과 이에 따른 수탁기관 중심의 사업추진이 갖는 한계가 드러나면서 사업의 성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주민역량 강화를 통한 주민 주도의 재생사업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본지는 한국해양수산개발원, 한국수산경제신문과 함께 어촌어항재생사업의 성과와 한계를 진단하고 주민이 주도하는 어촌어항재생사업이 되기 위한 정책대안을 모색했다.

△일시 : 2024년 12월 17일(화) 14:00~17:00

△장소 : 한국해양수산개발원 대강당

△주최 :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주관 : 농수축산신문‧한국수산경제신문

△좌장 : 조정희 한국수산경영학회장

△발제 : 박준규 ㈜다온 대표이사, 김세은 강원도 어촌신활력팀 주무관, 박상우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어촌연구부장

△지정토론 : 홍근형 해양수산부 어촌어항재생과장, 이호림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실장, 오형은 지역활성화센터 대표이사, 정영복 한국어촌어항공단 어촌어항재생사업추진지원단장, 박상덕 강원도 어촌신활력팀장, 김승아 제주도 해양산업팀장, 박현규 충남 서산 중왕어촌계장

△정리 : 김동호 기자

△사진 : 김동호 기자

[주제발표] 어촌어항재생사업 문제점 및 개선과제(강원 언론사례 중심)

강원도 어촌신활력팀 주무관

“강원도는 어촌뉴딜 300사업에 15개소가 선정돼 1501억 원을, 어촌 신활력 증진사업에는 7개소가 선정돼 849억 원을 확보했다. 대규모 국비가 투입됨에 따라 기존에 열악했던 어항 시설들이 보완됐다. 방파제, 물양장 등이 보강되면서 어업 활동의 안정성이 보장되고, 수산물 특판장, 카페 등 어업 외 소득을 올릴 수 있는 기반 시설도 구축하게 됐다.

그러나 언론을 통해 살펴본 어촌뉴딜 300사업은 다양한 문제와 한계를 지니고 있다. 우선 예비계획 대비 기본계획 단계에서 사업이 과도하게 변경된다는 측면이다. 실제 고성군 문암1리항의 경우 선사유적지 일대 탐방로를 포함한 7개 사업은 기본계획 과정에서 방파제 보강 등이 추가돼 15개로 늘어났고, 반암항 주요 시설이었던 낚시공원은 항 내에서 항 외로 사업이 변경됐다. 두 사례를 봤을 때 사업 신청 과정에서 철저한 준비성이 요구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기본·실행계획 단계에선 인·허가 지연, 잦은 설계 변경, 마을과 어촌계 간 갈등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실시설계가 완료된 다음 인·허가 절차를 거치기도 하지만 그 전에 사업 수탁기관이 건축물 신축 가능성을 검토하는 등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않고 있다. 또 지역협의체는 대부분 지역주민 대표들로 구성되는데 임기 만료나 해임 등으로 대표가 바뀌는 경우 기존 기본계획을 무시한 새로운 기본계획을 요구하거나 사익을 위한 설계 변경을 요구하기도 한다.

운영계획 단계에서는 관리 주체의 모호성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기본계획 과정부터 운영 주체가 불명확하다 보니 사업 완공 후에도 누가 시설을 운영해야 하는지 불명확한 상황이다.

어촌어항재생사업은 어촌 소멸을 이겨내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사업이다. 오늘 거론된 문제점을 바탕으로 개선과제를 도출해 더 나은 사업으로 발전할 수 있기를 바란다.”

[주제발표] 상생 통한 신성장 동력 두근두근! 우가포

- 박준규 ㈜다온 대표이사

“울산 북구 우가항 우가마을은 2021년 어촌뉴딜 300사업 리빙랩 시범사업으로 추진됐다. 워킹그룹과 전문가 컨퍼런스, 지역협의체를 운영하며 여기서 도출된 결과를 어촌현장포럼에서 최종적으로 결정하고, 이행하는 시스템으로 진행했다. 37번 열린 어촌현장포럼에는 총 801명이 참석했다. 기본계획 당시엔 리빙랩 시범사업이 도입되지 않아 주민들이 다양한 요구를 했었다. 하지만 2021년 10월 리빙랩이 시작되면서 주민 요구사업을 축소·확정해나갔다. 이에 따라 어항·어업환경 정비, 마을공동체 개선, 어촌체험마을 조성 등 3개의 카테고리를 중심으로 사업 방향을 설정했다. 당시 가장 특징적이었던 점은 어촌현장포럼을 통해 주민과 전문가가 함께 논의를 거쳐 설계안을 확정하고 최종 공사까지 진행했다는 것이다.

역량 강화사업은 자립 운영을 최우선으로 추진하고 있다. ‘상생을 통한 신성장 동력 우가포’라는 비전 아래 고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선순환 체계를 마련하고자 돌미역 가공시설 활성화와 우가포 마을 활성화를 중점으로 역량 강화를 재편하기 시작했다.

리빙랩 시범사업은 어촌뉴딜 300사업, 어촌 신활력 증진사업과 진행하는 방법이 달랐다. 다양한 회의체를 통한 운영체계 도입, 자부담에 대한 논의와 대응, 목적에 맞는 사업 우선 진행 등이 대표적이다. 또한 성과를 만들기 위해 주민 스스로 노력했고, 운영 주체가 설립됐다는 게 주요 성과다.

앞으로는 주민들의 시간만 남게 된다. 주민들이 직접 하다 보면 새로운 문제에 봉착할 텐데 이러한 문제들을 지원해줄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만들어진다면 조금 더 나은 주민들의 시간으로 발전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주제발표] 어촌어항재생사업 6년, 남겨진 과제

- 박상우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어촌연구부장

“어촌 소멸 대응을 위해 정부가 많은 재정을 어촌에 쏟아붓고 있다. 어촌지역 개발에만 순수하게 약 1조 원이 넘게 들어가고 있다. 국민 세금 670조 원을 기준으로 약 0.15%가 투입되는 것인데 현장에서는 소중한 기회로 인식하지 않고 있다.

지난 6년의 어촌어항재생사업을 돌이켜보니 이제는 내실화를 고민해야 할 시점인 것 같다. 소멸 위기의 어촌에 소중한 예산이 투입된 만큼 새로운 시작점으로 인식하는 게 시급하다. 사업 시행자인 지자체와 어촌 현장의 공동체도 마찬가지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새로운 사업을 기획해 정부 예산을 배정받는 작업은 쉬운 일이 아니다. 어촌을 살리겠다고 한다면 사업 추진 방식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사업을 설계하고 지자체에 내려주는 게 전부가 아니다. 어촌어항재생사업으로 파생되는 후속 조치에 대한 고민을 진지하게 해야 한다.

역량 강화교육만으로 어촌사회가 가진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누군가는 그들과 같이 고민하고 이행하는 주체가 필요하다. 그래서 리빙랩 과정에서는 △어촌현장포럼 △전문가 컨퍼런스 △지역협의체 △워킹그룹이라는 네 가지 영역의 협의체를 만들었다.

현장의 플레이어를 키워내는 작업도 필요하다. 오랜 시간 나름의 경험이 축적된 사람들이 우리 주변에 있다. 다만 그들을 우리의 필요에 맞도록 어떻게 교육 시켜 현장에 재투입할 것인지 고민하지 않고 있다. 결국 ‘사람이 답이다’라는 측면에서 이 문제를 들여다봐야 한다.

마지막으로 어촌특화지원센터의 역할이 중요하다. 특화센터는 지난 10년 동안 많은 경험과 노하우로 네트워크를 형성하며 현장 중간조직으로 자리매김했으나 예산문제로 브레이크가 걸렸다. 특화센터가 어촌어항재생사업 추진 이후에도 활성화되지 않은 지역들을 책임지고 끌고 갈 수 있도록 광역자치단체가 나서 방안 마련에 나서줘야 한다.”

[종합토론]

△[좌장]조정희 회장=어촌의 소멸위기에 대응해 추진하는 사업에 대한 성과와 한계를 진단하고 사업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을 재차 모색해가야 하는 시점이다. 특히 정부의 어촌어항재생사업의 효율성을 높이려면 어촌 주민들의 역량을 끌어올릴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한 상황이다.

△김승아 팀장=재생사업 과정에서 지방자치단체의 자율성과 책임성을 강화해야한다는 것에는 공감하지만 현실적인 한계도 분명히 있다. 소득사업은 어촌주민들이 자부담이 있는만큼 주민들과 합의를 도출하지 않고서는 사업 추진이 어려운 상황이다. 어촌특화지원센터 등 중간지원조직을 통해 제3의 영역에서 사업을 관리해가는 방식도 검토해야한다.

아울러 어촌분야에서도 가용할 수 있는 인력풀을 확대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농림축산식품부의 사업을 보면 충분한 인력풀이 있으며 이들을 사업에 활용하고 있다. 특히 사업과정에서 주민들이 반복적으로 깊은 질문까지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서 오류를 스스로 수정할 수 있다. 어촌재생사업에서도 이같은 인력풀을 보강해야한다.

△박상덕 팀장=어촌어항재생사업에서 마련된 수익사업은 전문성이 필요한데 평생 어촌에서 어업을 해온 어업인들이 카페, 워케이션 등 변화하는 트렌드에 따라가는 것이 쉽지 않다. 주민들의 운영능력문제를 해소하려면 소득법인이 전문성을 갖춘 인력을 고용해 운영하거나 공공기관이 초기에 운영해 안정화시킨 후 주민에게 이관하는 방안, 어촌주민과 민간업체가 공동으로 운영에 참여해 주민들이 민간업체의 노하우를 습득하는 방법이 있을 것이다. 지역의 특성과 주민역량에 맞춰 이같은 방식을 적당히 조합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또한 소득시설운영을 지원하기 위한 지원조직도 조성할 필요가 있다. 어촌 소득시설운영을 지원할 센터를 마련해 전문인력을 통한 관리‧운영을 한다면 주민들이 기관의 지원을 받아 상품의 생산과 판매, 관광 등에 참여하면서 역량을 키울 수 있을 것이다.

△오형은 대표=정부가 하는 사업은 민간사업에 비해 과업기간이 길어 수행기간중에 트렌드가 바뀌는 경우가 많다. 즉 트렌드를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마을이 가진 자원의 가치를 평가하고 이를 재정립하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마을사업은 단계적인 성장이 필요하다. 리빙랩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30여차례에 걸쳐 400명의 주민이 참석했다고 하며 이는 주민들의 전반적인 의사를 대의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한 사람이 많은 의견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다수의 주민이 함께 노력해야한다. 마을의 쓰레기를 줍는 일 등 작은 과업들을 반복적으로 수행하면서 합의를 이끌어내야 소득사업을 안정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는 만큼 전문가들이 주민들이 함께 고민하고 행동해서 성과를 이룰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호림 실장=어촌어항재생사업 과정에서 갈등의 소지를 미연에 방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경주 연동항은 카페를 운영하는데 주민 갈등으로 사업이 제대로 운영되지 않았고 나정항은 재생사업으로 11개 포차를 만들었는데 1억 원 이상의 소득이 발생하니 주민들의 시샘이 나오며 사업이 중단되고 소득이 감소하게 됐다. 이같은 사례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서는 운영상에 발생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해 사전적으로 해소한 후 사업이 이뤄지도록 해야한다.

아울러 재생사업을 통해 만들어지는 소득사업은 창업으로 보고 접근해야한다. 창업자처럼 사업아이템 선정과 계획구상, 시장조사 등 단계별 준비를 거쳐 사업이 이뤄지도록 해야한다.

△박현규 계장=지역주민과의 갈등 역시 해소해야한다. 어촌어항재생사업을 통한 소득사업은 어촌계가 주도하지 않으면 한계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 사업자체가 어촌계 단위로 선정되기 때문에 계원들을 중심으로 법인을 만들면 주민이 소외된다. 어촌계원들은 자부담을 내고 운영지원비도 내고 역량교육까지 받아 사업이 잘 운영되면 지역 주민들이 민원을 내면서 문제가 되는 경우도 많다. 현재 추진되는 어촌신활력증진사업의 범위에 배후마을이 들어가있는데 이에 대한 사업지침을 보다 명확히해야한다. 신활력증진사업은 소득사업, 귀어, 복지 등 세가지 테마가 있는데 배후마을에서도 소득사업을 하겠다고 나설 경우 갈등의 소지가 있다.

△정영복 단장=어촌어항재생사업을 통해 조성된 시설중 유휴시설이 많다는 지적은 아픈 지점이다. 토목전공자의 한 사람으로 2020년, 2021년 사업을 시작하면서 보니까 어촌분야의 전문가가 많지 않다. 그간 어촌과 어항을 개발하는 사업이 많지았았기에 발생한 문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농촌개발사업에서 참여했던 사람들이 당시 해왔던 방식을 답습하는 구조가 됐다. 현재 추진되는 어촌신활력증진사업 2유형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어촌전문가가 양성될 것이라고 기대된다. 다만 현장의 앵커조직들이 똑같은 시행착오를 겪는 것을 막기 위해 마을단위가 아닌 보다 넓은 단위의 리빙랩도 검토해 볼만할 것이다.

△홍근형 과장=398개소에서 어촌어항재생사업이 이뤄졌거나 이뤄지는 과정에 있는데 예산을 편성하고 이를 심의하는 단계에서부터 많은 비판이 있었다. 만 6년이 된 사업인만큼 사업의 지속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사람이 필요하다. 특히 백종원 씨가 충남 예산군에 가서 시장을 살려내는 것을 보고 지역마다 백종원 씨 같은 사람들이 한명씩만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지역에 대해 전문성을 갖춘 사람을 육성하려면 지금보다 소프트웨어 사업에 보다 많은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다. 오늘 좌담회에서 논의된 내용을 통해 어촌어항재생사업의 개선이 이뤄지도록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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