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x 규제에 어선 신조도 수입도 못하게 된 선망업계…체계적 지원 시급

[농수축산신문=김동호 기자]

올해부터 노후 수입선박에도 질소산화물 배출규제가 도입되며 선망업계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부산공동어시장에 정박중인 대형선망어선.
올해부터 노후 수입선박에도 질소산화물 배출규제가 도입되며 선망업계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부산공동어시장에 정박중인 대형선망어선.

지난 1일부터 시행된 노후 수입 선박에 대한 질소산화물(NOx) 배출규제로 대형선망업계가 냉가슴을 앓고 있다. 대형선망업계는 그간 선령이 30년 가량 된 일본의 노후 대형선망어선을 수입, 이를 수리해 사용해왔다. 하지만 지난 1일부터 시행된 NOx 배출규제에 따라 일본으로부터 노후선박을 수입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해진 실정이다.

# 20년 된 규제…대책은 ‘전무’

선박의 NOx 배출규제는 1997년 국제해사기구(IMO)의 국제해양오염방지협약(MARPOL)의 대기오염물질 방지 규칙에 따라 이뤄지는 것으로 우리나라는 2006년 해양관리법에 해당 내용을 반영했다. 다만 2006년 이전 건조된 수입 외국 선박은 NOx 배출규제를 적용받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감사원이 수입 선박을 방치할 경우 미세먼지 저감대책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노후 수입 선박에 대한 관리 강화 방안을 마련할 것을 주문하는 조치사항을 해양수산부에 통보했다.

이에 따라 해수부는 5년간의 유예기간을 거쳐 지난 1일 자로 수입 선박에 대한 NOx 배출규제에 들어갔다. 해양환경관리법의 하위 법령인 선박에서의 오염방지에 관한 규칙에서는 2010년 12월 31일 이전에 건조된 선박에는 기준1(티어1)이 적용되며 정격 기관속도에 따른 NOx 배출기준을 정하고 있다.

올해 들어 NOx 배출규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됐으나 대형선망업계가 이를 이행하는 것은 쉽지 않다. 대형선망업계는 일본으로부터 노후선박을 수입, 이를 수리해서 사용해왔는데 최근 수입되는 어선은 일본에서 20~30년 전에 생산된 어선으로 NOx 배출규제를 이행할 수 없는 상황이다. 물론 선박 역시 육상의 교통수단과 마찬가지로 질소산화물저감장치를 적용하는 방법도 있으나 이 역시 쉽지 않다.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엔진을 검사하는 절차에 더해 엔진제조사와 저감장치 제조업체와 조율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시간이 많이 소요될 뿐만 아니라 부피가 커 선복량에도 많은 영향을 미치게 된다. 노후 선박에 NOx 배출규제에 부합하는 신형 엔진을 장착하는 것도 가능한 대안이기는 하지만 이 경우 5억 원 남짓의 중고 0노후선박에 10억 원 이상의 새 엔진을 설치하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지게 된다.

어선을 신조하는 것 역시 쉽지 않다. 타 업종의 경우 선체와 엔진이 모두 국내에서 건조되고 있기에 NOx 배출규제를 적용하는데 문제가 없는 반면 대형선망어선은 국내에서 건조하는 것이 어렵다. 국내 조선업체들의 기술력은 뛰어나지만 대형선망어업은 수요가 적은 데다 규모 역시 작아 생산하지 않고 있다. 특히 엔진의 경우 국내에서는 대형선망어업에 적합한 엔진을 위한 연구가 돼있지 않은 상태로 100여척 남짓되는 대형선망어선을 생산하기 위해 기업에서 연구개발(R&D)을 하는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

# 소홀한 재투자‧부실한 어선금융

수산업계의 전문가들은 대형선망업계가 어려움을 겪게 된 원인에서 1차적으로는 재투자에 소홀했던 대형선망업계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도 어선금융과 정부 정책 역시 문제였다고 지적한다.

대형선망수협에 따르면 대형선망어업은 2013~2014년 어기부터 2022~2023년 어기 중 2번의 어기 빼고는 평균적으로 적자를 기록해왔다. 이 때문에 2019년에 2개 선단, 2020년에 3개 선단을 감척했다. 여기에 더해 2020년에는 2개 선단이 부도를 맞았으며 2023년도에는 1개 선단이 도산하면서 한‧일어업협정 중단 전 24개였던 선단이 현재 17개 선단까지 감소했다. 이처럼 경영악화가 심각한 상황에서 NOx 배출규제에 대응해 적극적인 재투자를 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이 대형선망업계의 입장이다.

이에 대해 수산업계의 전문가들은 과거 선망업계의 호황기에 재투자에 소극적이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도 우리나라의 금융시스템과 어선금융정책이 선망업계의 재투자를 막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지적한다.

대형선망업계는 한‧중‧일어업협정 체결 이전 오랜 호황기에 있었다. 수익성이 뛰어났지만 선사에서는 생산수단인 선박에 대한 재투자에는 소극적이었다. 1990년대 후반까지는 대형선망수협 조합원이 운영하는 선단이 48개에 달했으나 일부 선사에서만 제한적으로 어선을 신조했다. 오랜 호황기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선망업계가 생산수단에 대한 재투자에 지나치게 소극적이었던 셈이다.

대형선망업계가 재투자에 소극적인 것과 별개로 우리나라의 어선금융시스템과 어선금융정책은 규모가 큰 근해어업이 어선을 신조할 수 없도록 하는 구조라는 비판도 있다. 우리나라의 어선금융은 인접 국가인 일본에 비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며 국내 해운업계에 비해서도 열악한 수준이다. 실제로 해운업에서는 선가의 20% 자부담만 가능하면 차액은 융자와 지원으로 선박을 신조할 수 있으나 어선은 이보다 부담이 크다. 여기에 더해 금융지원도 이뤄지지 않는다. 어선의 경우 선박건조계약을 체결한다고 해서 대출금이 지급되지 않는다. 어선이 진수돼야 대출이 가능하며 이마저도 선가의 70%가 상한선이다. 즉 충분한 현금을 보유한 선사만 선박을 신조할 수 있는 것이다. 정부의 어선금융정책 역시 어선 현대화가 어획능력 증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소극적으로 지원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으며 이마저도 농신보에 막히는 경우도 많다. 즉 선망업계가 선박에 재투자하기에 우호적인 여건이 아니었던 셈이다.

김왕영 대형선망수협 지도팀장은 “최근 조합원 선사에서 운반선 1척과 등선 1척을 신조했으나 원리금 상환압박이 너무 커서 본선은 신조할 여력이 없는 상황”이라며 “과거 호황기가 있긴 했어도 당시에는 어선에 대한 금융지원이 더욱 열악했기 때문에 선박 신조에는 한계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김도훈 부경대 교수는 “선망업계가 낙후된 배경에는 호황기에 재투자에 소극적이었다는 점은 분명히 비판을 받아야 하는 대목이지만 어선금융시스템이 취약한데다 정부의 금융지원정책 역시 부실했다는 것도 사실”이라며 “연안여객선이나 상선은 정부와 해양진흥공사가 꾸준히 지원하고 있는데 어선은 이같은 지원에서도 배제돼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인구감소와 고령화, 환경규제의 강화 등 어업을 둘러싼 여건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지만 수산업계는 여기에 대응하지 못한 채 노동집약적인 산업구조가 이어지고 있다”며 “승선인원 감축과 탄소 등 오염물질 저감 등을 달성하려면 어선에 대한 정부의 체계적 지원체계를 구축, ‘어선 선진화’를 이뤄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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