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예산은 7800억인데 사용은 중구난방…총괄조정하는 어촌정책국 신설돼야
[농수축산신문=김동호 기자]
어가인구의 급격한 감소로 어촌정책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지만 해양수산부의 어촌정책은 컨트롤 타워가 없이 표류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일반농산어촌개발사업 중 어촌관련 사업의 해수부 이관, 어촌뉴딜300사업에 이은 어촌신활력증진사업, 귀어‧귀촌사업의 확대 등 어촌과 관련한 정책사업은 늘고 있다. 하지만 하나의 방향성을 갖지 못한채 여러 정책사업들이 중구난방으로 이뤄져 정책의 효율성을 저하시키는 요소로 작동하고 있다.
이에 해수부의 어촌관련 정책사업을 진단하고 어촌소멸 대응과 지역경제의 활력제고를 위한 방안에 대해 살펴본다.
# 악화되는 어가인구 지표
어가인구는 인구감소와 고령화 등으로 지표가 나날이 악화되고 있다.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1964년 96만4354명이던 어가인구는 2023년 8만7115명을 기록해 60년 만에 10분의 1이하로 줄었다. 어가인구의 감소와 함께 15~64세의 생산가능인구 비율 역시 악화되고 있다. 국가통계포털의 통계는 2009년까지 인구는 60~64세 인구를 별도로 집계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해당기간은 15~59세를 생산가능인구로 가정할 경우 어가인구중 생산가능인구의 비율은 1974년 61.04%를 기록했다. 이후 생산가능인구의 비율은 60%대를 유지하다가 2006년 59.14%, 2009년 54.21%까지 하락했다.
같은 기준을 2009년 이후에도 적용할 경우 생산가능인구의 비율은 2014년 48.54%, 2019년 39.51%, 2023년 30.08%로 급격히 하락한다. 2009년 이후 15~64세의 생산가능인구비율 역시 악화되고 있다. 2010년에 어가인구 17만1191명중 11만5942명(67.72%)이 생산가능인구였으나 2017년 12만1734명 중 7만1025명(58.34%)으로 줄었고 2023년에는 8만7115명 중 4만1866명(48.05%)까지 급락했다.
이는 ‘어촌에 일할 사람이 없다’는 사실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로 어촌정책 수립시 보다 다각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 연간 예산 7793억 원, 사용은 ‘중구난방’
해수부의 어촌관련 예산은 어촌뉴딜300사업이 시작된 2019년부터 빠르게 늘었다. 해수부의 ‘예산 및 기금운용계획 사업설명자료’에 따르면 해수부는 어촌관련 정책사업으로 국가어항관리, 어업인 교육훈련 지원, 삶의 질 향상, 귀어‧귀촌 활성화, 공익직불제, 청년어선임대사업, 어촌자원복합산업화, 어촌뉴딜300, 어촌신활력증진사업 등 다양한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해수부의 예산 중 어촌과 관련한 정책사업의 예산은 2019년 6867억8600만 원에서 2020년 7435억9600만 원, 2021년 8757억2500만 원, 2022년 8893억7600만 원, 2023년 7702억7300만 원, 지난해 7084억300만 원 등 연 평균 7793억 원이었다.
문제는 어촌관련 정책사업들이 조율되지 못한 채 중구난방으로 이뤄진다는 것이다. 실제로 해수부의 어촌과 관련한 정책사업은 수산정책관실의 수산정책과와 소득복지과, 어업자원정책관실의 어업정책과, 어촌양식정책관실의 어촌어항과, 어촌어항재생사업기획단의 어촌어항재생과가 나눠서 수행하고 있다.
해수부 내에서 사업이 분산돼 있다보니 정책을 조정하는 것이 취약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는 농림축산식품부의 사례와도 대비된다. 농식품부는 농촌정책국에 △농촌정책과 △농촌공간계획과 △농촌사회서비스과 △농촌경제과 △농촌여성정책팀 △농촌재생지원팀이 속해 있고 농업정책관실에 청년농육성정책팀이 있다. 즉 농촌과 관련한 정책의 조정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는 조직구조인 것이다.
수산업계의 한 전문가는 “해수부는 농식품부와 달리 어촌정책을 총괄하는 조직이 없어 어촌정책은 단위 사업으로만 이뤄질 뿐 정책의 방향성이 불분명하며 단위 사업들의 조정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는다”며 “정책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사업만 나열돼 있는 어촌정책을 조정하는 역할이 강화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 공익직불금은 지급되도 개발사업은 안된다?
정책의 혼선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는 직불금과 일반농산어촌개발사업이다.
조건불리지역직불금과 소규모어가 직불금은 행정구역상 동 단위도 지급이 가능하지만 어촌개발사업의 경우 행정구역이 동일 경우 어촌이라 하더라도 사업대상이 될 수 없다. 같은 동 단위이지만 직불금을 지급할때는 조건불리지역에 해당하는 반면 개발사업을 할때는 도시지역으로 분류돼 사업이 시행될 수 없는 것이다. 특히 일부지역의 경우 어업인이 거주하는 지역이 과거 읍‧면 단위였으나 지역의 인구 증가로 행정구역이 동 단위로 승격된 경우도 있다. 어업인의 삶은 달라진 것이 없으나 행정구역이 동 단위이기에 개발사업의 가능여부가 달라진 셈이다.
어선청년임대사업 역시 혼선을 빚을 수 있는 사업으로 꼽힌다. 어선청년임대사업의 임대기간은 최초 2년이다. 하지만 귀어 초기인 청년을 지원하는 청년어촌정착지원금은 사업기간이 3년이다. 또한 이들 사업은 개별로 신청하고 선정되기에 면접을 통해 선발되는 어선청년임대사업의 대상자들이 청년어촌정착지원금 대상자 선정시 가점 등이 부여되지 않으며 모두 따로 신청해야한다.
해수부가 추진하고 있는 어복버스 사업도 마찬가지다. 해수부 소득복지과는 도서지역의 어촌과 연안어촌지역 어업인에게 생활서비스를 제공하는 어복버스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어복버스 사업을 전체 어촌으로 확대하기 위해서는 생활서비스 공급을 위한 시설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 가운데 어촌어항재생과에서는 마을을 연결하는 어촌스테이션사업을 유형2에 포함시켰다. 즉 재생사업과 어복버스 사업을 유기적으로 연계시킬 경우 정책의 시너지를 내기 좋지만 이를 조정하는 것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 정책 조정위한 어촌정책국 신설돼야
어촌의 소멸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어촌정책을 총괄조정하는 어촌정책국이 신설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수부의 어촌관련업무는 어촌양식정책관실이 주로 추진한다. 어촌양식정책관실에는 △어촌양식정책과 △양식산업과 △어촌어항과 △수산물 안전관리과 등이 편재돼 있다. 해수부의 누리집에서 어촌양식정책관실의 ‘주무 과’인 어촌양식정책과의 업무를 살펴보면 △검역‧방역 △어장환경 △어촌양식기획 △양식산업발전법 △이상수온 대응 △동물용의약품 정책‧제도 총괄 등이다. 부서의 이름에 ‘어촌’이 들어가있지만 사실상 양식정책과 내지 검역‧방역정책과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상황으로 어촌정책을 총괄 조정하고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는 기능을 수행하는 부서가 없다. 즉 어촌정책이 없고 사업만 나열하는 상황이라는 것을 반증하는 조직구조인 셈이다.
따라서 어가인구의 급격한 감소와 이에 따른 어촌의 소멸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어촌정책국을 신설, 종합적인 어촌정책을 수립‧집행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박상우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어촌연구부장은 “해수부의 어촌정책은 전체 정책을 총괄 조정하지 못한채 사람에 대한 정책과 금융지원, 보조정책이 전부 따로 이뤄지고 있다”며 “즉 어촌정책의 컨트롤 타워를 마련해 어촌정책의 큰 그림을 그리고 각 사업부서들의 업무를 조정하는 역할과 성과를 관리하는 역할을 수행해야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