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양·치유·특화임산물단지 조성까지...산림복합사업으로 발전, 선도산림의 모델 기대
[농수축산신문=박세준 기자]
우리나라 국토의 63%는 임야이며 임야의 65%는 사유림이다. 국토의 41%가 사유림인 상황에서 사유림 경영활성화는 곧 국토의 효율적 이용뿐 아니라 220만 산주는 물론 산 근처에 살면서 산림의 공익기능을 누리고 있는 국민의 복리에도 중요한 과제라고 할 수 있다. 특히 탄소중립이 시대적 과제로 떠오르면서 산림경영의 중요성은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국내 사유림의 산림경영계획 작성률은 20%대에 머물고 있어 절반 가까운 산이 방치되는 실정이다. 산주·임업인의 자주적 협동조직인 산림조합이 역할을 할 때인 것이다.
이에 산림조합중앙회와 본지는 공동으로 ‘산림경영, 모두와 함께’ 기획연재를 통해 사유림 경영 활성화를 위한 산림조합의 산림경영지도 사업 현장을 찾아가 사유림 활성화의 열쇠를 찾고자 한다. 첫 번째로 산림경영지도원들이 지역 사유림 경영 발전에 앞장서는 전남 곡성군의 죽곡 선도산림경영단지(이하 죽곡단지)에 찾아갔다.
# ‘골짝나라’ 곡성, 죽곡단지로 사유림 경영 도약
선도산림경영단지는 영세한 규모로 쪼개져 있는 사유림을 집단화·규모화하고 집중적인 투자를 통해 지속가능한 사유림 경영모델을 구축하기 위해 조성되는 단지다. 죽곡단지는 2021년부터 사업을 시작, 올해 5년차를 맞이한 곡성 산림경영의 중심지다.
곡성은 총 5만4750ha 면적 중 임야가 3만8337ha로 전체 70%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 중 사유림은 3만1552ha로 82.3%를 차지하고 있다. 전국 대비 임야 비율이 높은 편이지만 임산물 생산 규모가 2023년 기준 84억 원으로 전남 9779억 원의 0.8%에 지나지 않아 면적 대비 생산성이 떨어지는 등 산림경영 발전은 상대적으로 미진한 상태다.
이 때문에 곡성군과 곡성군산림조합(이하 곡성조합)이 죽곡단지에 거는 기대가 크다.
곡성군의 57.4%가 사유림인 상황에서 사유림 경영을 활성화하지 않고서는 지역 발전은 요원했기에 죽곡단지 사업을 도움닫기 삼아 사유림 경영의 도약을 도모한 것이다.
이국섭 곡성조합장은 “산림은 그 자체로 중요하지만 전통적인 1차 산업들로는 우리의 미래를 상상하기 어렵다”며 “특정단지에 집약적이고 효과적인 투자를 통한 경제림육성과 임도 조성으로 휴양과 치유라는 기반을 다지고 특화임산물단지 조성으로 문화와 관광을 체험할 수 있는 산림복합사업으로 발전을 기대해 볼 수 있다면 진정한 선도산림의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전했다.
# 죽곡단지 발전에 앞장서는 산림경영지도원
선도산림경영단지의 운영에는 지역자치단체, 지역산림조합, 산주, 지역주민 등 이해관계자들이 모두 운영협의회를 조직해 참여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단지 경영계획안 수립, 산림사업 추진, 이해관계자 갈등 조정 등 단지 운영·관리의 핵심적인 업무는 산림조합 산림경영지도원의 몫이다. 선도산림경영단지와 산림경영지도 사업은 사유림 경영 활성화라는 목표를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산림경영지도원이 평상시에 하는 산주·임업인·지자체와 소통, 선진 임업 기술과 최신 정책정보 보급, 상황에 맞는 경영컨설팅, 생산임산물의 가공·유통 지원 등은 선도산림경영단지 운영에도 꼭 필요한 일이다.
곡성조합에서 죽곡단지 업무를 맡은 선도산림경영과도 모두 산림경영지도원으로 구성됐다.
25년 경력의 산림경영지도원인 정순기 선도산림경영과장은 “선도산림경영단지에서 이뤄지는 경영지도는 보통의 산림경영지도보다 현지에서 실질적인 작업이 동반되고 바뀌어 가는 환경에 따라 산주와 밀착해 설명할 수 있다는 점이 다르다”며 “산림경영뿐 아니라 산림재해 예방을 위해서 산주와 주민의 의견을 경청하고 지자체에 건의해 예방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죽곡단지 산림경영지도원의 역할”이라 전했다.
죽곡단지 업무 5년차의 김기태 대리도 “죽곡단지 운영과정에서 조림, 임도개설 등 사업을 위해선 산주들에게 사업내용을 설명하고 동의서를 받는다던지 수확한 임산물에 대한 포장 지원사업을 안내하는 등 많은 업무가 결국 산림경영지도랑 맞물려있다”며 “오히려 죽곡단지에서 일하며 지도업무를 더 많이 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 편백을 중심으로 다양한 단기임산물로 순환경영 기반 마련
죽곡단지는 곡성 죽곡면의 하안리와 고치리에 걸쳐 607ha 넓이로 조성돼 있다.
김 대리는 “기존 임도 밀도가 높아 임도 신설에 투입되는 사업비를 절약해 조림사업 등 순환투자가 가능했으며 압록유원지, 곡성기차마을, 태안사, 섬진강변 철쭉길, 레포츠길 등 차량으로 20분 거리 내의 다양한 관광인프라와 연계해 차후 선도산림경영단지 조성사업이 완료되면 관광자원으로도 활용이 가능한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죽곡단지는 경제수로 편백나무를, 특화임산물은 민음나무, 산초나무, 옻나무 등을 선택해 2030년까지 경제수 조림은 100ha, 특화임산물재배단지는 30ha를 조성하고 목재와 단기소득임산물이라는 장·단기 임업소득이 순환을 이루는 복합경영 기반 조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아울러 곡성조합은 과거에 성행했던 양봉산업을 다시 활성화하기 위해 쉬나무, 밤나무 등 밀원수도 20ha 조림할 계획도 갖고 있다. 밀원수는 임도 주변이나 유휴토지에 주로 심고 있으며 조합 양봉센터를 중심으로 유통·가공사업 활성화에 힘쓰고 있다. 지난해에는 한국양봉협회 곡성지부와 자매결연을 맺으며 협력을 공고히 하기로 했다.
지난해 곡성조합은 죽곡단지 내 목재와 특화임산물의 생산 측면에서도 여러 가지 성과를 거뒀다. 산림경영작업장을 설치해 목재생산의 효율성을 높인 것과 특화임산물인 민음나무의 첫 수확이 이뤄진 것이다.
그동안 단지 입구에 산촌이 있는 죽곡단지 특성상 중토장으로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해 작업에 곤란을 겪는 경우가 있어 지난해 임도 공사와 함께 사토장, 차돌림곳 등과 연계한 중형 산림경영작업장을 설치하게 됐다. 이를 통해 대형차량의 진·출입이 용이하게 되고 중토장, 파쇄장 등으로도 활용할 수 있어 약 2000만 원의 비용 절감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민음나무도 지난해 약 100kg의 수확고를 올렸다. 첫 수확인만큼 홍보 목적으로 생산을 맡은 ‘솔솔풀림 협동조합’ 조합원들의 개인유통망을 통해 직거래로 판매됐다. 내년부터는 생산량이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곡성군과 곡성조합 차원에서도 지원할 방침이다.
김 대리는 “곡성조합에서 운영 중인 산림마트와 곡성군청에서 운영하고 있는 인터넷쇼핑몰 곡성몰에 입점, 봄철 지자체 축제 판매 부스 설치 등 유통망을 확충할 예정”이라며 “올해부터 고부가가치 판매를 위해 임산물 유통·가공 지원사업을 통해 포장지, 포장박스 제작을 위한 사업 예산도 추가로 확보할 것”이라 말했다.
아울러 2021년 사업 원년부터 개발한 ‘솔솔풀림’ 브랜드 상표권도 올해 솔솔풀림 협동조합의 등록이 완료되는 대로 이관해 임산물 포장박스 등에도 활용될 예정이다.
# 양수발전소 건설로 갈등 위기...소통으로 극복
광활한 산림에 걸쳐 수많은 이해관계자가 참여하는 사업에서 갈등이 안 일어날 순 없었다.
한국동서발전(주)이 죽곡단지 내 고치리에서 추진하기로 한 500MW 양수발전소 사업은 산주와 산촌주민의 갈등을 불러 곡성군과 곡성조합을 긴장케 했다. 2035년 준공 예정인 양수발전소가 지역 관광명소로 될 수 있다는 기대가 생기면서 일부 마을주민들이 죽곡단지 사업 중지를 요구한 것이다. 벌채 후 조림을 하면 경관이 나빠진다는 이유였다.
이때도 곡성조합의 산림경영지도원들이 중재에 나서 갈등을 수습할 수 있었다.
김 대리는 “처음에는 마을주민들은 숲을 일체 건드리지 말 것을 주장하는 반면 산주들은 사업을 그대로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라서 소통에 힘든 시간을 보냈다”며 “다행히 작년 말 군청 산림과, 이장 등과 협의한 끝에 숲가꾸기 사업, 임도변 밀원수 조림 등 벌채를 수반하지 않는 경관조성사업을 추진하도록 합의했다”고 회고했다.
고치리 마을주민인 이호산 죽곡단지 운영협의회장도 “양수발전소 사업이 확정되고 약간의 문제점이 있었지만 산주와 마을주민이 운영협의회를 통해 원만하게 합의했다”며 “앞으로도 이렇게 계속 소통하고 문제가 발생하면 협의하면서 사업을 진행하면 될 것같다”고 전했다.
또 곡성조합은 양수발전소 사업 주관인 한국동서발전과도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부지매입계획을 확보해 발전사업 대상지 산주와도 지속적으로 연락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