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축산신문=김동호 기자]
국내 어촌 100곳 중 85곳은 하수처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이 발간한 ‘어촌다움에 기반한 어촌공간관리 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에는 2914개의 어촌 마을이 있으나 이들 지역의 소규모하수처리시설은 424개에 불과해 하수처리율은 14.6%에 머무르고 있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부산시가 105개 어촌마을이 있으나 소규모하수처리시설은 2개에 불과해 가장 낮은 하수처리율을 보였고 인천시 4.1%(145개 어촌마을, 시설 6개), 제주도 9.2%(184개 어촌마을, 시설 17개), 경북도 9.7%(175개 어촌마을, 시설 17개) 등의 순으로 낮은 하수처리율을 기록했다. 어장이 밀집해있는 경남과 전남 역시 하수처리율이 낮았는데 경남도는 614개 어촌마을이 있으나 하수처리시설은 113개에 불과해 18.4%의 하수처리율을 기록했고 전남도는 1055개 마을이 있으나 하수처리시설은 182개로 17.3%였다.
특히 해양수산부의 어장정보에 따르면 국내 1만4760개 어장 중 경남에는 마을어업 어장 693개소, 양식어업 2354개소, 정치망어업 198개 등 3245개의 어장이 위치해있고 전남에는 마을어업 1563개소, 양식어업 5614개소, 정치망어업 40개소 등 7217개소의 어장이 밀집해 있다.
경남도와 전남도에는 국내 어장의 70.88%가 위치하는 등 수산물의 위생‧안전성 확보에 있어 중요도가 높은 지역이지만 두 지역 모두 하수처리율이 2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어촌지역은 지대가 낮고 강 하구나 연안의 끝자락에 위치하기 때문에 하수의 흐름관리가 어렵다. 이 때문에 하수처리시설이 충분하지 않을 경우 오염된 물이 어장과 주변해역으로 흘러들어가 수질오염이 발생, 어장의 생산성 저하에 따른 주민들의 경제적 피해와 함께 생활환경악화로도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어촌마을에서 바다로 유입되는 하수에는 노로바이러스 등 수산식품의 위생‧안전에 위해가 되는 분변이나 농업에 사용되는 비료, 농약 등도 섞여 있어 어촌주민뿐만 아니라 수산식품의 소비자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상황이다.
아울러 하수처리문제는 어촌경제에도 영향을 미칠 공산이 크다. 어촌은 국민의 여가활동공간으로 레저‧관광산업이 어촌경제의 주요한 요소로 자리잡고 있다. 오폐수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 악취가 발생하고 경관이 오염될 경우 레저와 관광에도 악영향을 미쳐 지역 경제에 추가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이다.
이같은 문제에도 불구하고 소규모 하수처리시설의 확충이 쉽지 않은 것은 하수도의 운영이 지방자치단체의 사무이기 때문이다. 지방자치법 13조는 상수도와 하수도의 설치와 관리를 지자체 사무로 규정하고 있다. 지자체의 재정여건 등을 감안할 때 지자체의 입장에서 인구밀도가 낮은 어촌지역 하수도 설치는 우선순위에서 후순위로 밀릴 수밖에 없다. 따라서 어촌마을의 하수도 문제는 지방사무인 하수도의 문제로 접근할 것이 아니라 수산물의 위생‧안전성 관리 차원에서 정부가 나서야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호림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생활경제공간연구실장은 “어촌이 소속된 지자체의 재정여건이 열악한데다 소규모 어촌마을의 경우 주민도 많지 않아 지자체 입장에서는 소규모 하수처리시설을 확충해야하는 유인이 적다”며 “어촌마을에서 바다로 유출되는 하수에는 빗물에 쓸려내려오는 농약, 비료 뿐만 아니라 장마철 마을 주민의 정화조에서 유출되는 분변 등 식품안전에 위해를 끼칠 요소가 많아 어업과 수산물 안전에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마을의 하수도 문제는 단순히 어촌주민들의 삶의 질 문제로 볼 것이 아니라 국민들에게 공급되는 수산물의 안전성이라는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재정이 취약한 지자체에 하수도 문제를 일임할 것이 아니라 정부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