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촌소멸, 우려 아닌 현실…어촌정책국 신설‧재정 재구조화 시급
[농수축산신문=김동호 기자]
“세수 결손이 이어져 온 만큼 새 정부가 들어서더라도 정부의 재정 여건이 변화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이 가운데 어촌사회는 고령화와 과소화가 매우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어 정부가 예산을 투입하는 데 효율적인 방안에 대해 고민해봐야 합니다.”
박상우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어촌연구부장은 어촌의 소멸우려가 심각해지고 있다며 어촌사회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어촌정책에서 정부의 재정투입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며 운을 뗐다.
# 어촌정책에서 가장 시급한 과제는.
“우선 고민해야하는 것은 재정의 재구조화를 통한 어촌정책의 선택과 집중이다. 어촌사회는 그간 누적돼 온 과제들로 인해 소위 ‘돈 들어갈 일’이 많은 상황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이뤄진 어촌뉴딜300 사업과 윤석열 정부의 어촌신활력증진사업 등 어촌‧어항재생사업에 많은 예산을 투입했으나 이에 대한 평가가 우호적이지는 않다.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새 정부에서는 해양수산부의 수산‧어촌 정책예산을 제로베이스에서 새로 검토하는 것이 필요하다. 지방소멸의 우려가 심각한 수준을 넘어 현실화되고 있지만 수산‧어촌 정책은 여전히 사람과 공간이 아닌 산업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단순히 세출구조조정을 통해서 정책의 틀을 바꾸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관행적으로 이어져 오는 사업이나 현재 수산업‧어촌을 유지‧발전시키기 위한 방향성과 맞지 않는 사업들은 원점에서 재검토해야한다.”
# 어촌에 사람이 없다는 지적이 있다.
“수산업‧어촌 정책에는 ‘사람’을 육성하기 위한 정책이 턱없이 부족했다. 지방소멸의 문제가 대두된 이후 어촌‧어항재생사업이 실시되기 시작했는데 이마저도 하드웨어 사업에 지나치게 치중돼있다. 실제로 그간 이뤄진 재생사업 예산의 93.4% 가량이 하드웨어로 편중된 상황이고 남은 예산이 운영비 등으로 사용됐다. 어촌의 고령화가 심각한 상황에서 인프라 중심의 사업이 이어져봤자 성과를 내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향후 정책에서는 인프라 사업과 사람에 대한 투자가 균형을 이루도록 변화시켜야한다. 어촌소멸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어촌의 낙후성을 해결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낙후성을 해결한다고 사람이 육성되진 않기 때문이다. 핵심적인 정책은 청년들에 대한 귀어‧귀촌 정책이다. 해수부의 정책사업을 뜯어보면 청년들이 귀어하는데 필요한 사업들은 다 갖추고 있다. 하지만 일자리와 주거의 문제가 연결이 안되고 귀어한 청년들조차 소득의 문제에 직면한다. 이는 귀어관련 사업 지원체계의 문제에서 비롯된다. 정책을 나열하는 것이 아닌 귀어를 희망하는 청년을 두고 패키지로 지원하는 방향으로 전환해나가야 한다.
아울러 고령 어업인에게 퇴로를 열어주기 위한 정책도 병행돼야 한다. 귀어가 귀농처럼 늘지 못하는 것은 고령어업인들에게 퇴로가 없는 것도 한 몫 한다. 감척사업으로 어선의 허가정수는 줄고 있고 내만의 양식장 역시 포화상태에 있다. 이 가운데 어촌공동체의 폐쇄성은 여전히 걸림돌이 되고 있다. 물론 경영이양직불제를 마련했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고령의 어업인들이 어업을 넘겨줄 수 있도록 대안을 마련해야한다.”
# 해수부의 조직 문제는 없나.
“해수부는 꾸준히 어촌정책일 수립‧집행해왔으나 땜질식 예산확보와 정책사업위주로 추진되는 양상이다. 이는 ‘정책부서’가 없기 때문이다. 해수부에는 어촌관련 업무를 하는 부서가 어촌어항재생과와 소득복지과, 수산직불제팀, 어촌어항과, 어촌양식정책과가 있다. 어촌양식정책과는 부서이름에 어촌이 들어갔지만 어촌정책을 총괄하는 부서라고는 보기 어려운 상황이며 다른 부서들은 사업부서들이다.
이마저도 소속된 상위부서가 제각각이다. 어촌양식정책과와 어촌어항과는 어촌양식정책관실 소속이고 소득복지과와 수산직불제팀은 수산정책관의 소관이며 어촌어항재생과는 차관 직속이다. 해수부에 어촌의 사람과 지역에 대한 정책을 총괄조정할 사령탑이 없기에 방향성 없이 사업만 나열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새 정부에서는 인구감소와 이에 따른 어촌소멸 우려를 감안, 어촌정책을 총괄하고 조정할 어촌정책국을 신설하는 것이 필요하다.
조직개편과 함께 검토해야하는 것은 (가칭)어촌발전기금의 신설이다. 정부에서는 지방소멸대응기금을 통해 매년 1조 원씩 지방소멸대응정책에 투입하고 있다. 하지만 어촌마을은 인구가 적기에 기금사업으로 지원된 사례가 드물다. 또한 농어촌상생기금 역시 규모가 너무 작아 할 수 있는 일이 제한적이다. 따라서 바다를 이용하는 다양한 주체들로부터 ‘바다이용세’ 개념의 분담금을 징수, 이를 기금으로 조성해야한다. 현재 바다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무상으로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발전소의 온배수 배출이나 해수 취수 등 바다를 이용하지만 바다환경을 이용하는 과정에서 수익자 부담원칙은 지켜지지 않고 있다. 특히 수산자원을 직접적으로 이용하는 낚시 역시 수익자가 비용을 내지 않는다.
바다를 이용하는 사람들로부터 일정 금액을 걷어 이를 기금으로 조성하게 되면 어촌소멸문제에 대응하는 주요한 수단이 될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