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2~3톤 깨 수모로 지역 상생
저온 압착 들기름 해외까지 진출
[농수축산신문=이두현 기자]
농림축수산업도 과거 생산 중심의 산업에서 벗어나 가공, 유통, 체험관광을 결합한 융·복합 산업으로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이에 더해 최근에는 4차 산업혁명 기술과 농업의 결합으로 디지털농업시대로의 진입을 꾀하고 있다.
이를 기회로 전국 방방곳곳의 농림축수산업 현장에서는 열정과 역량 있는 청년들이 속속 농축수산업에 진출해 다양한 분야에서 성공을 꿈꾸고 있다.
정착 초기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이제는 안정적으로 정착에 성공한 40대 청년농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편집자주>
“갑작스레 귀농하다 보니 처음에는 모르는 것투성이에 어려움도 참 많았습니다. 그래도 굽히지 않고 다양한 교육을 듣고 꿋꿋하게 농사를 지으며 도전하다 보니 여기까지 왔습니다. 앞으로도 더욱 성장해 귀농·귀촌하는 이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됐으면 합니다.”
전북 완주에서 직접 재배한 들깨·참깨로 들기름·참기름을 만들고 있는 박정규 창창푸드 대표는 꾸준한 성장을 이루며 주변 들깨·참깨 농가의 작물을 수매하며 판로까지 해결해주고 있다.
박 대표는 보통의 경우와 다르게 자신이 원해서 귀농한 것은 아니다.
원래 태권도를 전공한 박 대표는 관련된 일을 계속하던 중 먼저 고향인 완주로 귀농한 아버지가 작업 중 다치자 농사일을 이어 받기로 결정하고 귀농했다. 비록 본인이 원해서 시작한 귀농은 아니었지만 이제 박 대표는 매년 꾸준한 성장을 이루며 주변 농가에까지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농업인으로 성장했다.
박 대표를 만나 그의 성장 스토리를 들어봤다.
# 주변 농가 판로 해결하며 사회적 역할까지
박 대표는 매년 약 6611㎡(2000평) 규모로 들깨·참깨를 재배해 농사 규모가 크다고는 할 수 없다. 박 대표의 밭에서 생산되는 깨도 800kg 정도에 불과하다. 다만 박 대표는 깨 자체를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들기름·참기름을 압착해 부가가치를 만들어내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본인이 생산한 깨만으로는 판매할 만큼 충분한 기름을 짜내기 어려워 주변 지역 농가에서 생산한 들깨·참깨를 수매하고 있다. 매년 박 대표가 수매하는 깨의 양만 2~3톤에 달해 박 대표 주변의 농업인들은 판로 걱정을 덜고 있다.
박 대표는 “처음에 주변 농가들에게 깨를 수매하겠다고 하니 대부분이 반신반의하며 미덥지 않아 했었다”며 “수년째 깨를 정기적으로 수매하다 보니 이제는 오히려 수확 철이 되면 먼저 전화가 오고 주변의 다른 농가까지 소개해 주시기도 한다”고 전했다.
특히 이렇게 지역 농가의 판로를 확보해주는 점을 인정받아 창창푸드는 2023년 지역사회 공헌형으로 사회적기업 인증도 받았다. 사회적기업이 되자 관공서 등의 주문도 늘어나는 효과가 나타났다.
# 차별화된 들기름으로 해외까지 진출
박 대표는 더 깨끗하고 더 건강한 들기름·참기름으로 다른 제품과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박 대표가 강조하는 점은 ‘저온 로스팅’이다.
들깨·참깨로 기름을 짜기 위해서는 먼저 깨를 볶은 후 압착한다. 이때 보통 상당한 고온에서 깨를 볶는 데 박 대표는 상대적으로 낮은 온도에서 깨를 볶는다는 것이다. 특히 이제는 상당한 노하우가 쌓여 크기와 품질 등 각각의 깨의 상태를 보며 각기 적합한 온도를 찾아 볶고 있다.
박 대표는 “저온에서 깨를 볶다 보니 벤조피렌과 같은 발암물질이 생성될 위험이 낮아 더욱 안전하고 건강하며 색도 더 밝고 투명한 기름을 만들고 있다”며 “특히 요즘에는 소비자들이 이러한 차이점을 더 잘 알고 살펴보기에 구매자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눈에 보이는 모습도 소비자의 선택에 중요하다고 생각해 병과 라벨 디자인도 심혈을 기울여 만들었다. 더불어 ‘친절한 박서방’이란 브랜드 상표도 만들어 소비자들에게 더욱 친근하고 믿을 수 있는 제품 이미지를 형성하고 있다.
이처럼 박 대표의 노력과 세심한 성의가 들어간 들기름은 해외에서도 호응을 얻고 있다.
그는 벌써 3년째 미국을 오가며 판로 확대에 노력하고 있다. 매년 로스앤젤레스(LA)에서 열리는 농수산 엑스포에 참가해 들기름을 선보이고 있다. 미국의 한인들에게 반응이 뜨거워 지면서 현지 바이어들의 눈에 띄어 지금은 현지 마트에도 납품하고 있다.
박 대표는 귀농·귀촌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농업이 만만치 않음을 전하며 돈 보다는 다른 가치에 관심을 가지고 오는 것이 성공적인 정착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조언한다.
“당장 농사를 지어 원하는 만큼 돈을 버는 것은 절대 쉽지 않은 일입니다. 처음 귀농·귀촌한다면 우선순위와 목표를 돈에 두지 말고 자연환경, 여유 등 농촌에서 찾을 수 있는 다른 가치에 두는 것을 추천합니다. 그리고 꾸준히 노력하다 보면 다양한 일과 교육을 통해 성장하고 성공에 한 발짝 다가설 수 있을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