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촌 활성화 사례 발굴·공유…어촌마을에 가이드 제시
어촌마을, 비슷한 문제 직면해도 대응방안은 조금씩 달라
모범사례 공유를
[농수축산신문=김동호 기자]
인구감소와 지방소멸의 우려가 커지면서 해양수산부의 어촌정책에 대한 관심 역시 커지고 있다. 해수부는 문재인 정부 당시 어촌뉴딜300사업을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어촌어항재생사업에 나서고 있으며 여기에 더해 다양한 귀어‧귀촌 지원정책 등도 병행하고 있다.
이에 본지는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의 연구진들과 함께 올 한 해 동안 전국 어촌현장을 찾아 정부와 지자체의 어촌정책의 성과와 시사점을 살펴보고 향후 개선과제를 찾아보기 위한 공동기획을 마련했으며 지난 5일에는 공동기획에 함께 참여하는 연구진들이 모인 가운데 간담회를 개최했다.
△일시 : 2025년 6월 5일(수) 10:00~12:00
△장소 : 한국해양수산개발원 4층 중회의실
△참여연구진 : 박상우 어촌연구부장, 이호림 어촌‧어항정책연구실장, 이상규 어촌사회연구실장, 박형준 전문연구원, 이승혜 연구원, 이세진 연구원, 최연지 연구원
△사진‧정리 : 김동호 기자
△박상우 부장=어촌의 소멸우려가 커지면서 어촌어항재생사업을 비롯한 다양한 어촌정책이 마련되고 있다. 이번에 KMI와 농수축산신문이 공동기획을 하게 된 것은 연구진들이 조사차 어촌현장을 다니면서 정책적으로 시사점이 있는 것을 찾아내고 이를 전달하기 위함이다. 정책사업이나 기금사업이 시행되고 있는 전국의 어촌마을이 많은데 여기서 의미있는 성과를 거두고 있는 마을을 소개하고 시사점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중요한 것은 마을에서 이뤄지는 변화 중 의미있는 부분을 발굴하는 것이다.
△이상규 실장=전국의 어촌마을이 겪고 있는 문제가 유사하고 대응방안 역시 비슷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마을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식은 모두가 조금씩은 다르다. 연구자의 마음가짐으로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글의 틀이나 서술방법을 달리해 보다 많은 사람들이 참고할 수 있는 원고를 작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과정에서 문제를 해결하는데 독창적인 방식이나 시사점이 있는 부분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이호림 실장=어촌마을이 겪고 있는 문제에 대한 해결책은 대동소이할 것이다. 다만 문제의 해법에 도달하는 과정은 마을마다 차이가 많다. 정부의 정책사업을 통해 활성화되는 마을이 있을 수 있고 기존에 잘 하고 있는 마을이 정책사업과 시너지를 일으키며 마을의 활성화를 이끌어내기도 한다. 반면 마을주민간의 갈등으로 사업이 중단되는가하면 갈등이 심해지는 경우도 있다. 일부 마을은 특정한 사람들이 사업을 주도해가다가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며 실패하기도 하는데 이런 문제에 대해 해법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임실치즈마을의 경우 예전에 갈등이 많았으나 의사록을 기록하면서 거친 표현대신 정제된 표현을 하게 되고 서로 토의하는 문화가 자리잡으며 성장하게 됐다.
△이세진 연구원=어복버스사업에 대한 최연지 연구원이 쓴 원고는 기억에 많이 남는다. 그간 어복버스사업과 관련한 이야기들은 많았으나 사람들이 어떻게 준비해서 어떤 마음가짐으로 서비스에 나서는지를 전달한 적은 없었는데 준비 과정부터 흡입력있게 묘사한 점이 좋았다. 또한 어복버스의 지속가능성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생각해볼 수 있었다. 지속가능성의 측면에서 보면 현재의 사업구조가 앞으로도 과연 이어질 수 있을까? 지금은 정부의 사업비로 들어가는데 정부의 재정투입을 줄이거나 없앴을때도 이 서비스가 유지될 수 있을까? 또한 이용자들이 비용을 지급하려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시스템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최연지 연구원=보고서와 기사는 독자층이 다르며 연구자의 입장에서는 어촌마을의 주민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글을 썼다는 것만으로 일정한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기사는 좀더 넓은 범위에 대해 다룰 수 있고 원고 작성을 위해 현장을 찾았을 때 정책의 환류나 정책의 체감도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할 수 있었다. 좋은 글이 있어도 처음부터 내용이 너무 어려우면 안보게 된다. 어촌에 대해 전달하고자 글을 쓰고 있는 만큼 주제나 초점을 맞추려는 내용 등을 포함해 보다 유연하게 글을 쓰는 것이 필요하다.
△이상규 실장=섬이나 연안어촌에 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확대하는 것도 필요하다. 어복버스사업은 복지의 사각지대를 없애기 위한 것인데 사업에 대해 알리려고 꾸준히 노력해왔으나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이런 관점에서는 영상과 다양한 글을 통해 널리 알려 사업의 저변이 확대될 필요가 있다. 어촌주민들이 필요한 경우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이를 통해 어촌주민들의 삶의 질이 안정적으로 개선될 수 있다는 인식개선이 필요하다.
△박형준 연구원=용유도에 위치한 4개의 마을을 찾아갔었는데 개인적으로는 다소 어려움이 있었다. 지역에서 나고 자라 유대감이 충분히 형성된 상황에서 접근하는 것과 외지인인 내가 접근하는 것은 상당히 달랐다. 글에 사용되는 단어 하나를 선택하는 것도 조심스러웠다. 이 과정에서 느낀 것은 어촌계의 이름을 들여다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것이다. 마을의 이름의 유래 등을 알아보는 것도 흥미로운 주제일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용유도의 경우 공항을 중심으로 고밀도개발이 계속 이뤄지게 될 것이고 이로 인해 지역이 분구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지난 30년 동안 지역이 변해온 것보다 앞으로 10~20년 사이에 더 많은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용유도 뿐만 아니라 다른 마을에도 변화가 이뤄질 것인만큼 다가 올 변화에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이승혜 연구원=앞으로는 다수의 연구진들이 함께 현장을 찾고 어촌정책에 대해 논의하는 시간이 있었으면 한다. 여러 연구진들이 한 현장을 찾아서 함께 보고 생각을 나누는 시간을 갖는다는 것이 의미가 있다. 연구진들은 전공도 다르고 사전지식도 다르기 때문에 같은 현장이라도 다른 방향으로 바라보고 서로 논의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어촌주민들에게 도움이 되는 내용을 전달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조금 더 다양한 형태로 전달하는 것도 고민해봐야 한다.
△박상우 부장=기존에 연구자들이 쓰던 글의 틀을 벗어나기 위해 신문사와 함께 현장을 찾고 글을 쓰는 것이다. 단순히 사실에 기반한 내용만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 연구자의 시선을 정확히 전달하는 것도 의미가 있는 접근 방식이다. 예를 들어 문재인 정부 당시 재생에너지 사업이 많았는데 어촌의 관점에서는 공동체가 배제되고 관련 사업자만 배불린다는 지적도 있었다. 전남 신안군의 비금도는 재생에너지를 통해 참여주민들이 분기에 140만 원 정도의 소득을 올리고 있는데 이같은 사례는 많은 어촌마을이 참고할 만한 사례가 될 수 있다.
△이호림 실장=신안군에서는 군의 인구가 늘고 있다고 표현한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통해 소득을 창출하고 이를 주민들에게 배분하는 구조를 만들다보니 지역의 인구유입에 기여하고 있는 것이다. 사회적 경제의 관점으로 보면 재생에너지를 통한 기본소득이 되는 것으로 지역에 활력을 줄 수 있고 외지인의 지역 내 정착을 유도한다는 의미도 될 수 있다. 비슷한 사례가 유럽에도 있었는데 덴마크의 삼쇠섬은 에너지 자립섬으로 관광산업까지 활성화시키면서 경제가 활성화됐다. 삼쇠섬은 재생에너지를 통해 기본소득을 제공했고 이 과정에서 주민들이 다양한 에너지원을 활용하는 것으로 구조를 바꿨다. 반면 충남 홍성군 죽도는 재생에너지사업을 하고 있지만 섬 내 에너지소비가 과해 이같은 변화는 이끌어내지 못했다.
△이세진 연구원=지역으로의 인구유입문제는 지역 공동체의 문제와 직결된다. 청년들이 찾아서 들어가는 마을도 있지만 그 대척점에는 마을주민들이 문을 걸어 잠그고 있는 곳도 있다. 정부정책에 따라 어촌계의 문호를 개방했더니 오히려 안좋아졌다며 어촌계의 가입비도 높이고 벽을 더 견고하게 쌓고 있기도 한다. 이런 문제 역시 개선이 필요한 만큼 현장을 찾아보고 고민을 해봐야 한다.
△박상우 부장=국내의 어촌에도 참고할만한 다양한 사례들이 있다. 하지만 충분히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에 마을에서 선진지 견학을 갈 때 자신들의 마을의 상황과 맞지 않지만 유명한 마을을 찾아가는 경우가 많다. 연구자들이 현장을 다니면서 다양한 사례를 제시해 어촌주민들이 참고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국내의 사례 뿐만 아니라 국외출장시 직접 본 좋은 사례들을 다시 정리해 공유하는 것도 필요한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