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콩 재배면적 1만482ha 증가...농업인 안정적 수익 보장 관건
예산 조기 소진에 미수금만 1316억에 달해
수매가 불안에 파종 늘었지만 걱정도 커
콩 수매가 낮추면 벼 재배면적 감축 등
정책과 충돌...수익성 보장돼야
비선별 산물 콩 거래가 하락 조짐
소비·재고 대응 시급
연 국산콩 생산량 14만~15만 톤
수요량은 11만~12만 톤 수준
구매자·생산자 간 소통필요
정부가 교류의 장 만들어야
[농수축산신문=박유신·이문예·박세준 기자]
새 정부 출범 이후 양곡관리법 개정이 다시금 뜨거운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논콩이 핵심전략작물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정부와 여당은 논콩 등 타 작물 전환을 통한 벼 재배면적 감축 등과 같은 사전적 수급 관리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양곡관리법 개정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이어서 논콩 재배가 쌀 공급과잉 구조 해소와 식량자급률 재고를 위한 핵심 수단으로 떠오르고 있다.
단순히 직불금을 받기 위한 작물이 아니라 국가 전략작물로서 새로운 가능성을 싹틔우고 있는 논콩에 대해 집중적으로 살펴봤다.
# 국산콩 생산량 15만5000톤 지속 증가, 콩 재배면적 46.7%↑ 생산량 대폭 증가
불확실한 쌀 가격, 전략작물직불제, 정부의 논콩 수매의지, 벼 재배면적 조정제 등이 작용하면서 논콩 재배면적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통계청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등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산 콩 생산량은 15만5000톤으로 전년보다 9.9%, 1만4000톤 증가했다. 이중 정부가 전년 3만3000톤보다 1만7000톤이 늘어난 5만 톤을 수매하고, 이중 3000 톤을 시장에 방출했다. 그 결과 지난해 연간 국산 콩 시장공급량은 10만9000톤으로 전년 대비 7.6% 감소했다
이에 국산 콩 가격(중도매인 판매가격)도 지난달 1~24일 평균 상품 백태 kg당 5759원으로 지난해보다 3.9%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같은 기간 수입 콩(중품) 평균가격이 kg당 3491원인 점과 비교하면 국산 콩 가격이 2300원 가량 높다. 이대로라면 올해 8~11월 단경기 국산 콩 가격은 5500~5600원선에서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가 지난달 25일 발행한 콩 관측월보에 따르면 올해 콩 재배면적은 8만3133ha로 전년 대비 12.3%, 9115ha 증가했다. 밭콩 재배면적은 5만213ha로 전년 대비 2.7%, 1367ha 감소한 반면 논콩 재배면적은 3만2920ha로 전년 대비 46.7%, 1만482ha나 증가했다.
농경연 농업관측센터 측은 논콩 재배면적이 큰 폭으로 증가한 원인에 대해서 전략작물직불제, 벼 재배면적 조정제와 같은 정부 정책 참여 등으로 호남 지역 재배면적이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라 분석했다.
최준혁 농경연 농업관측센터 위촉연구원은 “올해 이른 장마로 파종작업이 완전히 마무리된 건 아니라서 재배면적이 변할 수도 있다”면서도 “재배면적이 전년 대비 증가했고 논콩 단수도 밭콩보다 보통 더 좋기 때문에 아직 정확한 수치로 발표하긴 이르지만 단수도 더 늘 것이라 생각한다”고 조심스럽게 전했다.
# 예산 부족으로 수매 정산 지연 등 불편...1021억 원 추경에 ‘숨통’
올해 생산량 증가가 예상되는 가운데 콩 재배 농업인들의 최대 관심사는 정부 수매 동향이다. 하지만 논콩 수매 과정에서 실제 편성된 예산이 부족해 계획보다 수매량이 적거나 수매 대금 미수가 일어나는 등 여러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게 농업인들의 불만이다.
전북 군산에서 벼와 콩 농사를 짓는 문성국 씨는 “현재 2만5000평 논에서 벼를 재배하다 3년 전부터 조금씩 콩으로 전환해 현재 7000평에서 콩 농사를 짓고 있는 중”이라며 “올해 주변에 콩 파종이 늘었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는데 갈수록 수매가에 대한 걱정이 앞선다”고 우려섞인 말을 전했다.
일반적으로 논콩 수확기는 11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로 정부는 12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농가 희망물량 전량을 공공비축용으로 매입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산 매입 가격은 kg당 특등 대립 기준 4800원으로 매년 200원 가량씩 오름세를 보이며, 시중가격보다 조금 높은 수준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문제는 정부가 늘어난 농가희망물량을 모두 수용하지 못한다는 데 있다. 지난해산만해도 6만 톤 수매를 목표로 올해 1532억 원의 예산을 책정했지만 정부 매입를 희망하는 농가가 크게 늘면서 이미 모든 예산이 소진된 상황이다. 미처 정산하지 못한 금액도 1316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오는 12월 수매예정인 올해산 2만 톤, 금액으로는 1021억 원의 예산을 포함하면 2337억 원의 예산이 부족한 상태다. 다행스레 지난 4일 국회가 본회의에서 제2회 추가경정예산으로 콩 비축 예산 1021억 원을 증액하기로 결정하면서 숨통이 트였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윤관호 한국들녘경영체중앙연합회 사무총장은 “아직 미수금 문제가 해결되진 않았고 올해도 연말 수매자금이 마련이 안돼있었지만 추경안에 따라 예산이 마련된다면 올해 수매는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노규진 농식품부 전략작물육성팀 사무관은 “예산 편성은 과거 실적을 기준으로 이뤄지는데 콩 재배가 과거 추세보다 급격하게 늘면서 예산보다 수매를 더 많이 하게 돼 예산 부족 문제로 연결됐다”며 “올해 연말 수매 예산이 2차 추경에 증액 편성돼 다행스러우며, 앞으로 예산 확보에 적극 노력해 농가들이 안정적으로 논콩을 재배할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밝혔다.
더불어 농식품부는 올해 생산된 콩의 수매가 내년 3월까지 진행되는 만큼 내년도에 이뤄질 수매는 내년도 예산으로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 수매가 보장 등 안정적 수익보장이 최우선돼야
콩 수매가격도 민감한 문제다. 올해 콩 생산량 증가 가능성이 높지만 농업인단체 등에선 최소한 수매가를 동결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윤 사무총장은 “콩 수매가를 낮추면 벼 재배면적 감축 등 정부의 다른 정책과 충돌할 수 있다”며 “벼 재배면적 감축 시 감축 면적에서 가장 많이 재배되는 건 콩인데 콩 수매가를 낮추면 감축에 문제가 생길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현장의 농업인들은 타작물 재배 전환이 제대로 이뤄지려면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이 보장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전북 군산에서 콩을 재배하는 함인성 농업인은 벼 농사를 짓다가 정부 정책에 편승해 10여 년 전 밭콩으로 전환한 케이스다. 그는 재배가 손쉬운 벼 농사에서 콩 농사로 전환하는 거의 유일한 이유가 수익성에 있는 만큼 안정적 수익이 보장되지 않으면 정책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함 농업인은 “콩이 벼보다 수익은 1.5~2배 높지만 기계화율이 40%대에 불과해 농사 난이도가 훨씬 높다”며 “수익성만 보고 콩 농사를 유지하고 있는데, 지난해 비선별 산물 콩을 kg당 4300원 선에서 거래했던 콩 가공업체가 올해는 벌써부터 3800원선에서 거래를 예상하는 등 콩 시장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는 불안감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생산만큼 소비가 받쳐주지 않으면 정부 재고로 쌓일 것이고 가격 하락은 시간 문제일 것”이라며 “정부가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타작물 재배 전환 정책의 후속 조치들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콩 재배에 있어 가장 중요한 배수 관련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문 농업인은 “벼를 재배하던 기존의 논을 활용하다보니 양수기로 물을 퍼내도 배수가 제대로 되지 않아 습기에 약한 콩이 많이 죽어나갔지만 모든 책임은 농가에게만 지워진다”며 “지자체나 한국농어촌공사가 노후화된 배수시설 현대화를 빠르게 추진하고 장마철에는 흙이 쌓여 배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곳들을 점검·정비하는 등 농가들이 콩 농사로 제대로 안착할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노 사무관은 “논콩 재배농가의 판로 걱정을 덜어주기 위해 정부 매입 확대를 위한 예산 확보와 논콩 재배단지 중심의 배수개선사업 추진을 통한 안정적인 재배 환경 조성에 적극 나설 계획”이라고 전했다.
# 국산콩 우수성 홍보 통해 소비시장 개척 필요
논콩 등 콩은 현재 생산량 증가 속도를 소비(수요)가 따라가 주지 못하고 있어 국산콩 소비시장 확대를 위한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연간 국산콩 생산량은 14만~15만 톤 정도이고 매년 증가 추세다. 반면 연간 국산콩 수요량은 11만~12만 톤 가량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에 농식품부는 aT와 함께 올해 국산콩의 우수성 홍보를 통한 소비 진작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윤정자 aT 전략작물육성단장 직무대행은 “최근 수년간 국산콩 생산량이 많이 늘어남에 따라 비축량도 같이 늘어나면서 국산콩 소비촉진을 위해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것도 시작단계라고 할 수 있다”며 “현재 사업 준비 단계이며 예산이 확정되면 농식품부와 발맞춰서 수행하게 될 것”이라 전했다.
노 사무관도 “최근 건강과 간편함을 추구하는 소비성향이 높아지면서 국산콩 함유율이 100%인 두유시장의 수요가 증가하고 있으며, 연평균 12%의 성장이 예상된다”며 “하반기에는 국산콩의 우수성을 홍보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동시에 25만~28만 톤 가량인 저율관세할당(TRQ) 시장의 일부를 국산콩으로 대체할 수 있는 방안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이명헌 인천대 교수는 “aT의 수매비축콩 공매에 참여하는 등 국산콩 구매 기업들이 국산콩에 어떤 매력이 있다고 생각하는지, 그 매력을 어떻게 강화할 수 있을 것인지 농업인들과 대화하는 게 중요하다”며 “구매자와 생산자 간에 소통할 수 있도록 정부가 판을 깔아주는 역할을 해야한다”고 제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