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프라 조성만으로는 인구감소 못막아…해수부 중심 ‘유인섬 종합정책’ 필요
섬 관련 사무 해수부 이관 필요
유인도서 유지‧보호 차원
섬 지역정책, 산업정책에서 지역정책으로

[농수축산신문=김동호 기자]

해양영토 수호를 위해서는 해수부 중심의 비연륙 유인섬 종합정책을 마련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충남 홍성군에 위치한 죽도의 전경.
해양영토 수호를 위해서는 해수부 중심의 비연륙 유인섬 종합정책을 마련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충남 홍성군에 위치한 죽도의 전경.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가 행정안전부의 섬 관련 사무를 해수부가 맡도록 부처간 협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섬 관련 사무의 해수부 이관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섬은 단순히 주민들이 거주하는 공간을 넘어 우리 해양영토의 수호에 있어 첨병과 같은 기능을 하고 있는 만큼 단순한 주민 편의제고가 아닌 유인도서의 유지‧보호가 필요하다는 관점에서다.

이에 해양영토의 수호를 위한 섬 정책에 대해 살펴본다.

# 개발만 있고 종합정책은 없다

국내의 섬 관련 사무는 범부처 사무의 성격을 가지고 있으나 법령상으로는 유인도서는 행안부, 무인도서는 해수부로 이원화돼 있다. 유인도서에 대한 정책은 섬 발전 촉진법에 따라 행안부가 수행하고 무인도서는 무인도서의 보전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해수부가 수행하고 있다.

문제는 이들 부처의 사업이 개발사업에 국한돼 종합정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행안부가 발표한 제4차 도서종합개발계획(2018~2027)에 따르면 10년간 1256개 사업을 통해 1조3115억 원의 국비와 2017억 원의 지방비를 투입하게 된다. 사업의 부문별 투자계획을 보면 어업기반조성에 4121억 원, 도로에 3099억 원, 관광기반조성에 2814억 원, 연륙‧연도교에 2339억 원 등 대부분이 기초인프라 개발사업이다. 해수부 역시 문재인 정부의 어촌뉴딜300사업과 윤석열 정부의 어촌신활력증진사업을 통해 어항정비, 안전인프라 확보 등을 조성하고 있다.

해수부와 행안부의 사업 대부분이 인프라 조성에 집중돼 섬 주민을 위한 종합적인 정책을 제시하지 못한다는 것이 한계로 지목된다.

# 줄어드는 섬 인구

해양영토의 수호에 있어 유인도서의 중요성은 매우 크지만 정작 유인도서의 수와 인구는 모두 감소하고 있다.

1994년 발간된 행안부의 도서백서에 따르면 464개의 섬에서 25만5487명이 거주했으나 2016년 발간된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의 ‘섬의 인구변화 분석 및 발전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404개섬에 11만9209명이 거주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또한 지난해 지자체가 실시한 전수조사에서는 제주 본섬을 제외한 360개 섬에 8만2722명이 거주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조사는 제주 본섬을 제외한 수치다.

물론 1994년 이후 많은 섬들이 연륙되면서 섬의 지위를 상실한 것도 적지 않은 영향이 있으나 기본적으로 섬 지역 인구는 자연감소와 인구의 유출로 감소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특히 행안부가 수행하고 있던 연륙‧연도교 조성의 경우 제4차 종합계획에서만 2339억 원이 편성됐는데 섬 지역이 연륙되면 섬 지역으로 인구가 유입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인구가 도시지역으로 유출되는 현상도 있어 해양영토의 수호 관점에서는 부정적인 효과로 작용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같은 인구감소는 지방소멸 문제에 있어 행안부 중심의 유인도서 정책이 그리 성공적이지는 않았음을 보여준다.

앞으로 섬 지역의 인구가 더욱 감소하고 무인도가 늘어날 것이라는 점은 더욱 문제다. 한국섬진흥원이 발표한 ‘섬 인구감소 대응방안 연구’에 따르면 2022년부터 2042년까지 섬 인구는 18.1% 감소하고 유인섬 20개소가 무인섬이 될 것으로 전망됐다.

# 해수부 중심의 유인섬 종합정책 수립돼야

해양영토의 수호를 위해서는 해수부 중심의 비연륙 유인섬에 대한 종합정책을 수립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섬 지역 경제의 핵심인 수산업과 해상교통, 해양관광, 해양영토 등 섬과 관련한 핵심적인 사무들이 모두 해수부의 사무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해양영토수호와 해양치안질서 유지업무는 해수부의 외청인 해양경찰청이 담당하고 있으며 해수부는 해양영토과, 해양레저관광과, 연안해운과, 수산정책실 등에서 섬 지역 주민들과 밀접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이중 핵심적인 요소로 꼽히는 것은 수산정책과 해상교통분야다. 섬 지역은 대부분 수산업이 핵심적인 산업으로 비연륙도서의 경우 수산업과 전후방산업이 지역경제에 미치는 효과가 매우 크다. 단순히 수산물을 생산하는 어업인 뿐만 아니라 유통, 가공, 판매, 외식 등 섬 지역 경제에서는 수산물이 가지고 있는 영향이 매우 크다는 것이다.

해상교통 역시 중요한 업무 중 하나다. 섬 지역 주민의 삶의 질에 있어 연안해운은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꼽힌다. 여객선을 통해 주민들이 육지로 이동, 생활에 필요한 서비스를 공급받으며 선박을 통해 생필품을 공급받고 섬 지역의 쓰레기를 육지로 옮겨 처리할 수 있다. 즉 해상교통인프라는 섬 지역 주민을 위한 필수적인 인프라인 셈이다.

# 산업정책에서 지역정책으로

해수부가 해양영토수호기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섬 지역 정책을 수산업 중심의 정책에서 지역정책으로 그 범위를 확장해 접근해야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양영토수호의 관점에서 보면 유인섬의 인구감소와 이로 인한 무인도화는 심각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해수부는 섬 지역과 관련한 정책에서도 수산업을 중심으로 접근해왔다. 현행 정부조직법은 해수부가 △해양정책 △수산 △어촌개발 △수산물 유통 △해운‧항만 △해양환경 △해양조사 △해양수산자원개발 △해양과학기술연구‧개발 △해양안전심판 사무를 관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해수부의 어촌관련 정책을 살펴보면 공익직불제도는 어업인 자격을 갖춘 사람에게만 지급되며 어촌뉴딜300사업과 어촌신활력증진사업 등 어촌어항재생사업도 어업인의 공동체인 어촌계를 중심으로 이뤄져왔다. 반면 어촌비즈니스 육성이나 어촌지역의 주민과 관련한 정책에는 소극적이었다. 즉 수산업의 틀을 벗어나 어촌지역정책으로 범위를 확장해나가야한다는 것이다.

박상우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어촌연구부장은 “국토에 비해 4.4배가 넓은 해양영토를 수호하기 위해서는 섬 지역 사회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지역사회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섬 지역에서 가장 중요한 산업인 수산업과 기본적인 삶의 질 보장을 위한 해상교통이 중요한데 이들 업무는 모두 해수부가 관장하고 있는 사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인프라 구축만으로는 주민의 생업을 해결할 수 없고 지역사회를 유지하는 것도 어렵다”며 “섬의 특수성과 국가의 전략적인 측면을 고려할 때 연륙되지 않은 유인도서정책의 컨트롤타워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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