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함께 숨쉬는 농업의 가치

[농수축산신문=농수축산신문]

한국농수산대 채소학과 졸업 후 소 ‘어미’로 전향해 한우를 사육하고 있다.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것이 인생이라 했던가. 여러 가지 사정들이 나를 멋진 한우의 세계로 이끌었다.

내가 사는 곳은 버스가 하루 5대 정도밖에 다니지 않는 시골이다. 여기서 자란 청년들조차 마을을 이탈하기 부지기수. 그러나 나는 이곳에서만 들을 수 있는 이른 아침의 새소리를,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모를 바람을, 포근한 햇볕을 사랑한다.

재학 시절, F 폭격기로 악명 높았던 교수님께서 쌀을 먹는 것은 자연의 에너지를 먹는 거라고 하셨던 게 기억이 난다. ‘땅과 물, 햇볕, 바람에 담긴 에너지를 먹은 사람이 나중에 흙으로 돌아가 에너지를 돌려주게 되는 것….’ 이제 그 교수님의 수업에서 배운 지식은 기억나지 않지만 이 말씀만큼은 마음 한편에 깊이 자리 잡았다. 자연의 순환을 이토록 잘 표현한 문장이 또 있을까?

자연과 함께 숨 쉬는 나의 일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여기 사시는 어르신 중 몇몇은 나를 도시진출에 실패한 젊은이쯤으로 여기신다. 말미에 자식 자랑을 덧붙이면서 말이다.

시골에서의 젊음은 허비되는 시간일까? 농업은 하찮고 힘들기만 한 것일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정말 허비된 건 나의 젊음일까?, 아니면 농업의 가치를 보지 못하는 그들의 시선일까?

누군가는 시골을 끝이라 말하겠지만 나는 이곳에서 뿌리내려 싹을 틔워내고 있다. 희망이라는 꽃을 피우고 삶이라는 열매를 맺으며 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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