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알권리·농가 소득·건강·수출확대 ‘필요’ vs 규제·비용 부담 ‘우려’

GABA 참외 등 기능성 농산물
국내선 제도 미비로 표시 불확실

초고령화·케이푸드 수출 확대 시대
국내, 새로운 농식품 수요 창출
국외, 수출시장 개척 위해 필요

선진국은 이미 제도화
투명한 과학적 근거 기반 표시 중요

표시제 도입 시 생산비·가격 상승 등
부작용 우려도...신중한 설계 필요

[농수축산신문=박세준 기자]

농산물 기능성 표시제 도입을 위한 국회토론회가 지난 10일 국회의원회관 제1간담회의실에서 개최됐다. 이날 농업인, 소비자 협동조합, 농림축산식품부, 식품의약품안전처,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등 민·관·학의 관계자들이 모여 농산물 기능성 표시제의 필요성과 선결과제에 대해 논의했다.
농산물 기능성 표시제 도입을 위한 국회토론회가 지난 10일 국회의원회관 제1간담회의실에서 개최됐다. 이날 농업인, 소비자 협동조합, 농림축산식품부, 식품의약품안전처,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등 민·관·학의 관계자들이 모여 농산물 기능성 표시제의 필요성과 선결과제에 대해 논의했다.

스트레스를 줄여준다는 가바(GABA)가 함유된 국산 참외를 일본에 수출할 때는 GABA를 법적으로 표기할 수 있지만 국내에서는 관련 제도가 미비해 가능한지 불가능한지 불확실한 영역으로 남아있다.

이같은 문제의 해결방향을 논의하고자 지난 10일 국회의원회관 제1간담회의실에선 윤준병 의원(더불어민주당, 정읍·고창), 이병진 의원(민주당, 평택), 아이쿱생협, iN라이프케어 이종협동조합연합회, 유기농항암농업연구소 공동주최로 농산물 기능성 표시제 도입을 위한 국회토론회가 개최됐다.

이날 토론회에선 농업인, 소비자, 농림축산식품부,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민관이 한 자리에 모여 농산물 기능성 표시제에 대해 각자 입장에서 다양한 의견을 교환했다. 이날 토론회 내용을 중심으로 농산물의 기능성 표시제 도입의 필요성과 과제를 살펴봤다.

 

# 고령화 시대·케이푸드 수출 시대에 필요성

기능성이란 건강기능식품에 관한 법률에서 인체의 구조와 기능에 대해 영양소를 조절하거나 생리학적 작용 등과 같은 보건 용도에 유용한 효과를 얻는 것이라 정의하고 있다. 건강기능식품은 기능성을 인증받아 표시돼 팔리고 있는 대표적인 식품이다.

건강기능식품 외 신선농산물의 기능성 표시는 소비자의 알권리 보장은 물론 초고령화 시대, 국민들이 건강한 노후를 보내고 의료비 절감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 연구자들과 시민단체 활동가들의 주장이다.

최윤영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소비자 입장에선 알권리와 선택권을 확대하고 생산자 입장에선 농가소득 증대와 지역활성화를 위해 농산물의 기능성 표시제가 필요하다시장의 측면에서 봐도 국산 농산물의 경쟁력을 강화하면서 수출확대에 기여할 수 있고 사회적으로도 국민건강 증진과 의료비 절감의 기대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도 올해 전체 인구 대비 65세 이상 고령 인구 비율이 20%가 넘는 초고령 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이에 대한 대응으로서 농산물 기능성 표시제의 필요성이 강조된다.

조서영 경인드림인(iN)아이쿱생협 이사장은 “2023년 질병관리청이 발표한 ‘2023 만성질환 현황과 이슈보고서에 따르면 암을 비롯한 만성질환으로 사망하는 사람은 28만 명으로 전체 사망자의 74.3%에 해당하며 국민건강보험에서 만성질환에 쓰는 재원만 1년에 83조 원에 달하고 있어 전체 의료비의 80.9%를 차지하고 있다보건복지부와 의료계는 만성질환 예방을 위해 균형 잡힌 식습관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으나 잘못된 식습관을 바꾸기 위한 적극적인 정책과 제도적 뒷받침은 없는 게 현실이라 꼬집었다.

최 부연구위원도 세계보건기구(WHO)는 영양 섭취의 기본 원칙으로 건강기능식품·보충제에 의존하기보다 과일, 채소, 통곡물 등 자연식품 위주의 균형잡힌 식단을 강조하고 있다이는 WHO의 권고가 건강기능식품보다는 기능성이 과학적으로 입증된 신선농산물 소비와 더욱 부합함을 의미한다고 전했다.

아울러 초고령화와 인구감소로 국내 식품산업과 시장의 규모 자체가 줄어들 것으로 예측되는 가운데 국내에선 새로운 농식품 수요의 창출을, 국외에선 수출시장의 개척을 위해서도 농산물 기능성 표시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 제도 불확실성 높아 규제 정비로 농식품 성장 도모해야

기능성 농산물 시장 전망도 밝다.

세계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의 조사에 따르면 전 세계 소비자들의 64%가 식습관을 건강하게 바꾸고 싶어했으며 한국인들은 건강에 대한 인식이 특히 엄격해 자신의 건강이 좋다(very good)’ 혹은 훌륭하다(excellent)’고 응답한 비율이 38%로 그 다음으로 낮은 태국 61%보다 현저히 낮았다.

이같은 배경에 따라 국내에서 건강기능식품은 이미 큰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2024년 건강기능식품 시장현황 및 소비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건강기능식품 시장 규모는 6440억 원으로, 전국 6700가구의 조사대상 중 건강기능식품을 한 번이라도 구매했다는 응답률은 82.1%에 달했다.

수출시장에서도 식약처에 따르면 국내 건강기능식품 수출액은 지난해 3821억 원을 기록, 5년 전인 2019년의 1427억 원에서 2.7배 가까이 성장했다.

이에 비춰볼 때 농산물 기능성 표시도 농업 경쟁력과 소득향상에 새로운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권오란 이화여대 명예교수는 농산물 기능성 표시제 도입을 통해 농산물 수출은 국제 표준에 맞는 기능성 표시로 35% 증가하고 농가소득도 고부가가치 기능성 농산물 생산으로 25% 증가할 수 있을 것이라 예상했다.

하지만 농산물 가공식품이 아니라 농산물 자체가 기능성을 표시할 수 있는지에 대해선 제도적으로 모호해 시장의 성장세에 제대로 올라타지 못하고 있다는 아쉬움이 있다.

이영근 법률사무소 온마음 변호사는 기능성식품 표시제는 식품 등의 표시·광고에 관한 법률에서 식약처 고시로 식품의 기능성 표시에 대한 예외를 둘 수 있도록 했으며 20201229일 식약처의 29개 원재료를 고시해 기능성 표시제를 도입했다하지만 해당 고시는 제조시설을 전제로 한 가공식품만을 대상으로 한정하고 있어 1차 농산물은 해당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반면에 1차 농산물에 대한 기능성 표시를 인정하는 판례는 다수 찾을 수 있다.

가령 대법원은 2007년 다이어트 기능성 쌀 라이스퀸체중감량뿐만 아니라 당뇨병, 변비, 고혈압, 동맥경화 환자에게 월등한 효과를 보인다는 등 의약품과 혼동할 우려가 있는 과대광고를 했다고 기소된 사건에 대해서 질병의 치료·예방을 주된 목적으로 표시한 것이 아니며 의약품으로 혼동·오인할 우려가 없다고 판결(20073831)했다.

조 이사장은 이미 아침저녁마다 건강정보 프로그램에서 어떤 농산물이 무슨 효능이 있고 어디에 좋다는 정보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농산물의 기능성은 전혀 새로운 얘기가 아니라고 본다고 피력했다.

이런 가운데 선진국에선 이미 농산물 기능성 표시제를 제도화해 기능성 식품 시장 성장과 농산물의 고부가가치화를 도모하고 있다.

미국은 신선농산물을 포함한 일반식품 전체에 건강강조 표시와 영양소함량 표시 등을 허용하고 있으며 일본도 2015년부터 기능성표시식품(FFC) 제도로 신선농산물도 기능성 표시 대상이 됐다. 유럽연합(EU)영양 및 건강강조표시 규칙에 따라 신선농산물의 영양·건강 강조표시가 가능하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도 제도 정비와 규제 완화를 통해 새로운 수요와 시장 개척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제도도입의 방향에 대해 최 부연구위원은 현행 사전승인제를 신고제로 전환 사후관리 강화 소비자 신뢰확보를 위한 모니터링 체계 운영 소비자가 이해하기 쉬운 표준화와 마크화를 제안했다.

특히 그는 농산물 기능성 표시제 도입 이후에는 홍보와 교육을 통해 소비자 혼란을 최소화해야하고 특히 고령층 등 정보취약계층을 고려한 이해하기 쉬운 안내가 필요하다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투명한 정보 공개, 시장 모니터링, 이상사례 수집·관리 체계를 갖춤으로써 제도의 지속가능성과 공신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권 명예교수도 근거 없는 마케팅이 아니라 근거에 기반한 혁신을 해야한다과학적 근거 기반의 기능성 표시제는 건강한 미래 농업을 위한 필수 정책이다고 말해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제도 설계를 당부했다.

 

# 기능성 표시, 생산비·가격 상승 초래할 수도

다만 식약처는 이미 농산물이 의약품이나 건강기능식품으로 오인될 우려가 없어 특례규정에 따라 기능성 표시에 문제없다는 입장이며 농산물 기능성 표시제가 제도화되면 오히려 규제로 작용해 생산자를 얽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박진아 식약처 식품안전정책국 사무관은 기능성 표시라는 건 식약처 입장에서 보면 표시 의무제가 생기는 것이기 때문에 규제라며 표시의무제는 과학적 근거를 논문 등으로 검증해야 하고 표시하는 것도 굉장히 엄격하기 때문에 비용이 발생한다는 뜻이다고 전했다.

이어 박 사무관은 식약처는 농산물에 대해선 표시를 제한하지 않고 있다식약처 입장에선 특례규정에 따라 농산물은 건강기능식품이나 의약품으로 오해할 여지가 없어서 기능성 광고하는 것에 대해선 부당한 표시 광고로 보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권 명예교수는 관리자인 식약처 입장에선 의약품과 혼동되지만 않으면 된다지만 이것이 생산자 입장에선 마음대로 해도 좋다는 뜻은 아니기 때문에 조심스럽고 떳떳치 못한 문제가 있다소비자 입장에서도 무엇을 믿어야 하는지 곤란한 상황이고 이 삼박자의 엇갈림을 해결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유주영 농림축산식품부 그린바이오산업팀 사무관은 농식품부는 농산물 기능성 표시제에 대해선 전적으로 공감하고 있지만 이미 블루베리가 눈에 좋다는 등 신선농산물에 대해 단순 기능성 표시는 어느 정도 되고 있다기능성 표시제도를 도입하면 같은 품종을 생산하더라도 비용과 시간을 들이지 못하는 생산자들은 표시를 못하게 될 수 있어 역차별을 고민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유 사무관은 입증 비용으로 인한 가격상승 부작용도 고민해야 한다친환경 농산물 등의 사례를 봤을 때 소비자들이 조사할 때는 구매의향이 있다고 하지만 실제로 비용이 많이 들게 되면 얼마나 감안해서 구매할 건지도 고민해야 한다고 신중한 의견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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