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디부츠' 철학 바탕…한국에도 솔루션 제시할 것
[농수축산신문=이문예 기자]
농업인과 소통하며 현장에서 답 찾겠다는 의지
기술·시설 개선…꾸준한 재투자
아시아 시장 사업 확장 계획
작물보호제, 비료, 종자 사업을 바탕으로 전 세계 70개국 이상에서 최적의 작물 보호 솔루션을 제공하는 글로벌 기업 ‘고완그룹’. 고완의 줄리 제슨(Juli Jessen) 사장이 지난달 20일부터 23일까지 나흘간 한국을 방문했다. 그를 만나 고완의 경영 철학과 아시아 시장 진출에 대한 향후 계획 등을 들어봤다.
성장 발판·사업 전환점 된 ‘머디부츠 철학’
고완은 ‘우리의 부츠를 진흙투성이로 만들고 농업의 도전적 과제에 귀를 기울이는 기업’이라고 스스로를 소개한다. 일명 ‘머디부츠(Muddy Boots, 진흙장화) 철학’으로 현장에서 직접 농업인들과 소통하며 농업인의 관점에서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1962년 설립 이래 머디부츠 철학은 고완의 성장 발판이 되고 사업의 전환점이 됐다.
줄리 제슨 사장은 “우리는 작아도 농업인의 요구가 있고 중요한 도전 과제가 있는 시장이라면 진입한다”며 “덕분에 살충제 시장에서 제초제, 생물농약 등 사업 범위를 크게 확장할 수 있었고 과수화상병에 대한 우리만의 뛰어난 솔루션을 갖출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고완은 살충제 시장에서 가장 먼저 이름을 알렸지만 저항성·난방제 잡초가 농업인들의 골칫거리로 떠오르고 있다는 점을 포착하고 제초제 시장에도 발을 들였다. 당시 고완의 제초제 비중은 작았지만 이후 시장이 확대되며 지금은 오히려 고완의 포트폴리오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품목 중 하나가 됐다.
2021년에는 유기동제 활용 기술이 뛰어난 이사그로를 인수했다. 이를 통해 소량의 구리만으로도 질병 방제 효과를 높이고 토양 부하를 줄일 수 있는 첨단 제형을 개발하고 화상병에 사용할 수 있는 안전한 제형도 개발했다. 한국과 같이 과수화상병 문제 해결에 고민을 갖는 여러 나라에서 타 기업들과 차별화되는 솔루션을 제시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게 된 셈이다.
줄리 제슨 사장은 “고완이 모든 분야의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있진 않지만 한국 과수화상병과 같이 특정 시장에서는 뛰어난 기술력과 경쟁력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며 “이러한 틈새시장에서만큼은 타 기업들이 범접하지 못할 절대 강자가 되고 싶다”고 밝혔다.
기술력·경쟁력 바탕 “한국 시장에도 역할 할 것”
고완의 기술력의 바탕은 과학을 기반으로 한 집중적인 연구개발과 투자에 있다. 이탈리아 노바라에 위치한 대규모 연구시설을 포함해 여러 곳에 연구 시설을 두고 있으며, 기술과 시설 개선을 위해 꾸준히 수익을 재투자하고 있다. 특히 새로운 제형 개발과 기존 제품의 개선을 위해 분자 단위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또한 특허보호 기간이 끝난 제네릭 제품을 사들여 새로운 용도를 발굴해 시장을 키우는 전략으로 시장 경쟁력을 더욱 강화해 나가고 있다. 고완은 일반적인 원제개발사의 제품과 달리 원제조사에서 독성자료에서부터 모든 데이터들을 함께 인수해 관리한다. 비용은 더 소요되지만 안전성을 확보한 브랜드 전략으로 안정적으로 새로운 틈새시장들을 찾아내고 다시 제품의 가치를 끌어올리는 데 유리하다.
줄리 제슨 사장은 이러한 고완의 강점들이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시장에서도 빛을 발할 수 있을 것이라 믿고 있다.
그는 “미국 시장에서는 이제 완전히 농업인 고객들의 문제들을 현장에서 다 이해하고 있다고 자부할 만큼 머디부츠 철학이 뿌리를 내렸다”며 “다만 아시아 시장에서 머디부츠로 시장에 진입하는 데는 한계가 있는 만큼 우리의 철학을 공유하는 협력사를 찾고 해당 시장에 적합한 솔루션을 제공하는 방향으로 확장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 시장에 대해선 “규모는 작지만 다양한 작물을 재배하고 채소나 과일과 같은 고부가가치 작물이 중심이 되고 있기 때문에 고완이 보유한 다양한 포트폴리오와 잘 매칭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한국 농업이 고품질의 농산물을 생산하고 생산성을 높여나가며 발전을 이뤄가는 동안 고완도 작은 기여를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내비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