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가 경영 소득안정망 강화
공익형 농정 프로그램 확충 등
10대 농정과제 제시

농업인 재해대응력 약화에 따른
농작물재해보험·수입안정보험
가입률 제고…정부 위험관리 나서야

스마트팜·기후변화 대응 신품종 개발
공급망 다변화 ‘위기를 기회로’

[농수축산신문=이문예 기자]

 

농업·농촌의 위기 극복, 회복과 혁신을 위한 새로운 활로 모색의 장이 펼쳐졌다.

농업·농촌의 길 2025 조직위원회는 지난 5일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농업·농촌의 회복과 혁신을 모색하자’를 주제로 ‘농업·농촌의 길 2025’를 개최했다.

올해로 20회를 맞이한 이번 농업·농촌의 길은 GSnJ인스티튜트와 민간연구소, 농수축산신문 등 농업 전문 언론사와 관계 기관, 농업인단체 등이 공동주관해 농업·농촌이 당면한 다양한 문제들에 대해 깊이 있는 토론을 펼칠 수 있도록 구성됐다.

이날 농업·농촌의 길 2025의 주요 발표·논의 내용을 살펴본다.

 

 

농업·농촌의 미래 혁신과 전환을 위한 농정과제

농업·농촌의 길 2025를 달군 최우선 화두로 ‘국민주권정부(이재명 정부)의 농정 대전환 정책과제’가 제시됐다.

임정빈 서울대 교수는 전체세션의 주제발표를 통해 “한국 미래 농업이 ‘성장·분배·환경이 조화된 지속가능한 농업’을 비전으로 삼고 △성장·분배·환경 등 지속가능성 추구 △전후방 산업을 연계·포괄하는 통합적 접근 △새로운 가치 창출력을 제고하는 기술혁신 등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 교수는 지금까지 우리 농정이 농업인과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한 이유로 △단기 현안 문제 대응 편중 △ 농정에 대한 이해 부족 △협치와 소통 부족 △농가소득·경영위험 완충 장치 미흡 △공익 가치 인식 부족 △공익형 프로그램의 한계 △농정 추진의 법적 구속력 미비 △낮은 농업 예산과 재정지출 방식의 한계 등을 꼽았다.

이에 “국민주권정부는 농업과 농촌을 국민 생명과 안전, 국토 균형발전, 지속가능성을 책임지는 국가 핵심 전략산업이자 공간으로 인식하고 중장기적 안목에서 대한민국 농업·농촌·농업인에게 희망을 주는 농정을 펼쳐주길 기대한다”며 10대 핵심 농정과제를 제안했다.

10대 농정과제에는 농가 경영·소득안정망 강화와 공익형 농정 프로그램 확충은 물론 ‘농업인’의 정의 재정립, 농지 보전과 이용 합리화를 위한 농지제도·세제 개편, 농정 추진의 법적·재정적 기반과 이행조직 확충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이와 관련해 김동환 농식품신유통연구원장은 농가 경영안정제도의 접근 관점 전환을 제안했다. 김 원장은 “우리의 경영안정제도는 기준 가격이 중심이 되지만 최근 일본과 유럽 등은 식량자급률을 높이기 위해 생산비가 보장돼야 한다는 입장에서 접근하고 있다”며 “관련 자료 검토와 연구 등이 보다 활발히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명기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농가 유형의 세분화와 농업 성장을 이끌 주체의 명확화를 바탕으로 한 농업 성장 전략 수립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통계상 우리나라 농업소득은 1000만 원대에 불과하고 소규모 농가 중심인 것으로 나타나지만 이 중 전체 농가의 20%가량을 차지하는 전문농가는 지속적으로 재배 규모가 늘고 농업소득도 3500만 원 수준으로 부업·자급농가에 비해 월등히 높다”며 “전문농가의 경영안정과 농업 성장 주체로서의 역할 부여 등에 대한 구체적인 정책연구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욱 농협미래전략연구소장은 반값 스마트팜 정책을 통한 보급 확산을 제시해 청중들의 큰 관심을 끌었다. 이 소장은 “보급형 스마트팜의 노동력 절감 효과 등이 실증된 만큼 과거 정부의 재정 지원 하에 농협이 농기계 보급사업 추진으로 빠른 보급 성과를 냈던 것처럼 ‘반값 스마트팜’ 등 정책사업을 펼치는 방법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기후위기 대응 농작물 재해대책 강화를 위한 정책과제

이상기후로 재해가 빈번해짐에 따라 농업인 스스로 재해위험에 대응하기에는 한계가 노출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도 농작물 재해대책 등 종합적인 위험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농작물재해보험과 수입안정보험의 가입률 제고는 물론 설계·운영의 고도화를 위한 적극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김태후 농경연 연구위원은 “과거 농업인 스스로 관리 가능하던 수준을 넘어 새로운 유형의 농업 경영 위험이 빈발하고 농업인 고령화 등으로 재해 대응력이 약화됨에 따라 정부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며 “농작물재해보험과 수입안정보험이 효과적인 재해 대응 정책으로 작동하기 위해선 우선적으로 가입률이 높아져야 하며 이를 위해 객관적 재해 위험도 인지 시스템 구축, 병해충 피해 보장 강화 등이 고려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수입안정보험과 관련해선 “기준가격과 수확기가격을 비정기적 연구용역으로 설정하기보다 전담기관을 통해 매년 관리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며 “재해로 인한 생산량 감소뿐 아니라 가격하락으로 인한 수입하락을 보상할 수 있는 신규 상품의 설계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농촌고령화 대응 공동영농 활성화 방안

소규모 영세 경영주가 70% 이상, 65세 고령 경영주가 66%에 달하는 등 농업 비용 절감과 생산성 향상에 한계가 존재하는 만큼 규모화를 통한 경영비 절감 노력이 강조되고 있다. 정부도 2009년 이후 공동영농사업에 본격 착수했으며 지난해 12월에는 법인 중심 공동영농모델 확산 방침을 발표했다.

이와 관련해 최영운 농협미래전략연구소 연구위원은 공동영농모델의 성공적 확산을 위해 풀어야 할 당면과제를 짚었다.

최 연구위원은 “정부는 공동영농모델을 4가지 단계로 일괄 유형화했지만 상이한 지역별 특성을 반영한 모델 정립이 필요해 보인다”며 “임대차 계약방식, 농업인 자격 유지, 직불금 수령처럼 현장에서 자주 불거지는 문제에 대한 가이드라인 제시 등 정부·지자체의 효율적 지원 체계도 구축돼야 한다”고 꼬집었다.

농축협의 협조·협력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최 연구위원은 “농협과 민간 공동영농경영체 간 경합관계가 발생하지 않도록 협력 관계로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이와 동시에 인구소멸·고령화 심화 지역에서 농협형 공동영농모델을 정립하고 이를 통한 비용 절감, 수익 증대 효과가 농가에 적극 환원될 수 있도록 다양한 성공사례를 발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K-Food 수출 활성화를 위한 정책과제

한류를 타고 전 세계로 급속히 퍼지고 있는 케이-푸드(K-Food)의 안정적 수출 확대 방안도 논의됐다.

우리나라 농식품 수출은 2015년 61억 달러에서 지난해 98억3000만 달러로 연평균 5.4% 증가했다. 그러나 안정적인 수출물량 확보의 어려움, 수출 전문조직 기능 미흡, 효과적인 정부 지원 대책의 부족, 수출 시장과 품목 다변화 부족 등 여러 한계에 봉착해 있다.

이에 김동환 원장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식품산업의 첨단수출산업으로 육성 △밸류체인 전단계의 연구개발(R&D) 강화 △수출전문조직 육성과 컨트롤타워 구축 △수출계약 안정화 프로그램 도입 등 다양한 방법을 제시했다.

김 원장은 “식품산업이 첨단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선 신기술 상용화와 지속가능 생산체계 마련 기반 조성,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등을 활용한 제조공정 혁신, 정부 차원의 R&D 집중 투자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농식품 수출의 최대 난점으로 꼽히는 수출물량 확보 불안정성과 관련해선 “수출계약 안정화 프로그램을 도입해야 한다”며 “수출농가와 전문조직, 정부가 일정 비율로 출연하고 정부는 폐지된 수출물류비의 일부를 기금으로 충당 가능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트럼프 2기 통상기조와 WTO체제의 균열 : 한국농업의 대응 전략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 정책으로 세계무역기구(WTO)로 대표되는 다자주의 규범이 사실상 기능 정지 상태에 이르고 무차별적 관세 장벽, 일방적 경제 제재가 뉴노멀(새로운 표준)이 됐다. 이런 가운데 한국 농업은 여러 위기에 직면함과 동시에 혁신적 전환이라는 도전과제를 안게 됐다.

이주관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미·중 통상 갈등으로 글로벌 원자재 가격이 급등해 농가 경영 불안정성이 극대화되고 있다”며 “동식물 위생검역(SPS)과 관련해선 과학적 방어 논리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할 경우 검역 과정에서 양보를 강요당할 수 있는 위기에 있지만 농림축산검역본부의 전문 인력은 불충분하며 국제적 연구 역량도 미흡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러한 위기 속에서 새로운 기회 요인을 포착하고 변화된 통상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정책 방향을 발빠르게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연구위원은 “외부 충격에 취약한 현재 구조에서 벗어나기 위해 AI와 빅데이터를 활용한 스마트팜, 기후변화 대응 신품종 개발, 공급망 다변화와 국산화 등은 한국 농업에 있어 더 이상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라며 “정부는 단기적 피해보상에 머무르기보다 구조적 전환을 위한 과감한 R&D 투자와 정책적 지원을 통해 위기를 혁신 모멘텀으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농수축산신문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