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태어난 수퇘지라면 운명적으로 피해갈 수 없는 난관이 있다. 짧으면 태어난 당일, 길면 낳은 지 7일이내에 어린 수퇘지는 ‘거세’를 경험하게 되는 것.

그러나 ‘거세’는 품질 등급을 높이기 위해서 불가피한 조치이긴 하나 이 과정에서 바이러스나 질병에 노출되는 사례가 적지 않은 게 사실이다.

최근 한국화이자동물약품에서는 웅취제거백신 ‘임프로박’의 본격적인 시장공략을 선언하고 나섰다. 외가적 거세를 하지 않고 거세와 동일한 결과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농가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수퇘지 전용 면역적 거세 백신 ‘임프로박’에 대해 알아본다.

#웅취는 ‘싹’ 잡고, 생산성·육질 전반적으로 개선해
거세의 주요원인인 ‘웅취’를 제거하는 것이 임프로박의 첫 번째 목표다. 이 목표는 일단 성공. 시범적으로 거세백신을 도입한 농장들에서 출하된 돼지들이 육색이나 육질, 맛 면에서 일단 합격점을 받은 것. 지난해 경기도의 한 공판장에서 거세백신을 도입한 돼지 30마리가 경매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다. 뿐만 아니라 중매인과 등급판정사 등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4차례의 시식회에서 외과적 거세 돼지와 육질, 웅취제거 면에서 차이가 없다고 인정을 받았다. 이는 지난해 있었던 축산과학원의 실험에서도 입증된 바 있다는 것이 화이자측의 설명이다.
소비자들은 어떨까. 지난해 한국리서치가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웅취에 대해서는 신경쓰지 않는다고 답한 소비자는 전체의 18%에 지나지 않았으며 76%의 소비자들은 매우 또는 다소 신경이 쓰인다고 답해 웅취에 민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거세에 대해서는 외과적 거세보다는 백신 거세 방법을 선호한다는 답변이 62%로 10명 중 6명은 거세백신을 선호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화이자측은 임프로박을 사용한 경우 웅취제거 뿐 아니라 생산성과 사료효율 증가로 농가의 이익도 늘어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이득흔 화이자 동물약품 차장은 “임프로박을 도입한 모돈 400마리 규모 농장의 실제 데이터를 살펴보면 임프로박 도입 후 MSY(모돈당연간출하마리수)가 17.4마리에서 20.9마리로 증가한 것을 살펴볼 수 있다”며 “임프로박을 도입하면 농장에서는 암수분리 사육을 같이 시작하게 되기 때문에 면역적 거세로 인한 수퇘지의 폐사를 막을 수 있는 것은 물론 암퇘지생산성까지 함께 올라가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화이자측에 따르면 임프로박 도입으로 농가가 얻을 수 있는 마리당 추가이익은 약 2만9113원 정도다.

#해결해야 할 과제 남아
이렇듯 훌륭한 효과를 지니고 있음에도 임프로박은 전면적으로 도입되지 않고 있다.
이는 아직 ‘등급판정’ 적용 기준이 모호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대부분의 임프로박 도입 돼지가 ‘거세’판정을 받은 바 있지만 일부지역서 비거세 판정을 받으면서 해당농가들의 손해가 불가피한 상태다.
투여하는 백신 가격도 만만치 않을 뿐 아니라 판정을 제대로 받지 못하면 마리당 적게는 5만원에서 많게는 20만원까지 손해를 보기 때문에 이 문제는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이 때문에 화이자측과 등급판정소 사이의 공방이 계속되고 있는 상태.
또 최근 동물복지가 대세인 세계시장의 추세를 감안할 때 선진국에서 이미 도입한 거세 백신이 필요하다는 주장과 거세 백신 개발이 특정 기업에 한정돼 있는 만큼 아직 일반화하기는 어렵다는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 함께 안전성 논란도 잠재돼 있다.
임프로박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소비자들은 ‘거세백신’을 호르몬 변형 백신으로 인식하기 쉽기 때문에 백신 구조와 안전성에 대한 철저한 확인도 요구되고 있으며 소비자들과 유통업체 등 시장에서의 인식제고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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