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먹을거리가 없어요” 동작구 사당동에 사는 주부 최모씨는 유통업체에서 장을 보다 한숨 섞인 푸념을 했다.
이에 옆에 있던 수산물코너 담당자가 “수산물의 경우 생산이력제 상품을 구매하면 어장에서 식탁까지 수산물의 생산·가공·유통 정보를 고스란히 알 수 있어 안심하고 먹을 수 있습니다 ”라며 이력제 상품을 소개했다.
그러나 최 모 주부는 이력 상품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는 눈치. “생산이력 상품이라구요? 그게 뭐죠?”라며 되묻는다.
“수산물 생산이력제란 정부가 소비자들에게 수산물 안전사고를 예방하고 사후 원인규명과 조기차단체제 확립을 위해 시행하고 있는 사업이예요. 이력제 상품에 붙어 있는 바코드를 통해 수산물의 생산과정과 유통과정, 가공과정 등의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담당자의 설명이 있고서야 최씨는 “아 그런게 있었어요? 전혀 몰랐네요. 진작 알았다면 안심하고 수산물을 구입할 수 있었겠네요”라며 아쉬워한다.
이처럼 정부가 수산물이력제사업을 시행한 지 1년이 됐지만 수산물 생산이력제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지도는 극히 낮았다.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아직 수산물이력추적제가 무엇인지, 어떤 품목이 생산이력 관리되고 있는지 잘 알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소비자 인지는 ‘부족’ 하지만 구매의사는 ‘뚜렷’
수산물이력제 전문 컨설팅 인력으로 구성돼 있는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이 실시한 이력제 인지도 조사에서 소비자들은 단 14.2%만이 수산물이력제에 대해 ‘알고 있다’고 답변했다.
생산이력제가 생소한 이유에 대해 소비자들은 57.5%가 ‘제도홍보부족’이라고 답변했으며 34%에 해당하는 소비자는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응답했다.
이처럼 소비자들의 무관심과 정부의 홍보부족이 맞물리면서 정부가 실시하고 있는 이력제 사업은 ‘인지도 부족으로 인한 사업 성과 미흡’이라는 평가를 얻게 됐다.
소비자들은 아울러 수산물 선택 시 신선도-안전-원산지를 구매의 주요 고려사항으로 꼽았으며 안전한 수산물 구입을 위해서는 향후 이력제 수산물을 구입하겠다(73.7%)고 응답했다.
소비자들은 또 이력수산물 구매시 추가비용 부담과 관련, 1차 조사에서는 48.6%가 2차 조사에서는 80.8%가 ‘부담할 의사가 있다’고 답변해 이력제 사업이 제대로 알려지면 소비자들의 구매로 연결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주문배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수산식품산업연구팀장은 “소비자들은 이력수산물제품에 대해 일반 수산물보다 비용이 다소 증가하더라도 구매하겠다는 의사를 보이고 있어 이력추적사업에 대한 정부의 홍보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수산물이력추적제 확산 부진한 이유는
생산이력제 확산이 부진한 보다 근본적인 원인도 있다.
현재 이력제에 등록한 10개 품목을 살펴보면 1년 내내 소매점에 진열될 수 있는 품목은 6~7개 품목으로 건어물이 아니면 곤란하다.
때문에 이력제가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이력 수산물이 지속적으로 판매될 수 있는 품목 확대가 필요하다.
아울러 시범사업을 실시했던 업체의 지원 장비 관리와 소매점 사후관리도 개선돼야 한다.
이력제 시범사업을 의욕적으로 실시했던 L유통은 시범사업 실시 당시 지원받았던 장비에 대한 정기점검 부족으로 이력수산물 정보 확인이 불가능한 지경에 이르렀다.
이력제 사업에 참가했던 한 업체는 “정보 처리 과정에서 오류가 많이 발생해 소비자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기 어렵고 이력정보를 한눈에 파악하기 어려운 점도 개선돼야 할 점”이라고 지적했다.
유통업체 관계자는 또 “이력제 시범사업 시행 초기만 해도 수산물 이력제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뜨거울 것으로 예상해 업체들이 의욕적으로 사업에 참가했으나 지금은 사실 이력제 상품에 대한 기대가 많이 떨어져 상품관리가 다소 소홀해진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양식업자들은 정보시스템 통일을 요구했다.
이력제 사업을 시행하고 있는 한 양식업자는 “전산으로 관리되는 이력제와 문서로 관리되는 HACCP 서식 내용이 거의 동일하다”며 “수산물생산이력제가 원활하게 추진되려면 양식 업자들이 정보 관리를 쉽게 할 수 있도록 정보 시스템 통일이 우선시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끝>
- 기자명 신성아
- 입력 2009.08.12 10:00
- 수정 2015.06.28 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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