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닐하우스용 이동식 차광장치

“연구를 위한 연구, 농작업의 현실을 등외시한 기술개발”

과거 우리나라 국책농업연구기관의 연구결과물에 대한 농업인들의 불만족도를 대표적으로 표현한 혹평이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농업, 농작업 현실을 반영하기 위한 많은 노력들이 이어지고 있고 그 결과 현장밀착형, 현장체감형 기술에 대한 수요와 공급 비중이 커지고 있다.

실례로, 지난해 4월 농촌진흥청 주최 ‘녹색기술대전’에 방문한 충북 음성군 장구실 마을 농가들은 비닐하우스 작업시 뜨거운 햇빛으로 인한 농작업 애로를 호소했다. 이에 대해 농진청은 즉각 연구진을 구성해 비닐하우스용 이동식 차광장치를 개발, 3개월 만인 7월에 농가현장 연시회를 개최하는 신속성을 보였다.

비닐하우스용 이동식 차광장치는 비닐하우스 내부 농작업시 작업공간에 항상 일정한 면적의 그늘을 제공해 여름철 따가운 햇볕을 차단하고 체감온도를 낮출 뿐 아니라 자외선 피폭도 방지할 수 있어 농업인 건강에도 큰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이 장치는 비닐하우스 중앙에 레일을 걸어 밀거나 끌면서 작업을 할 수 있으며 높낮이 조절이 가능하고 간단히 분리해 다른 동으로 이동 설치할 수도 있다.

비닐하우스 이동식 차광장치는 향후 전국에 있는 비닐하우스 농가에 보급돼 농가들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주는 효자손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현장체감형 기술을 통해 농산물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사례도 높아지고 있다.

최근 오이의 상품성 향상을 위해 캡을 사용, 오이를 재배하고 있는 농가가 늘어나고 있다. 문제는 캡을 씌운 오이는 수확후 인력으로 분리해야 해 많은 노동력을 필요로 하고 작업자는 손가락에 대한 통증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농촌진흥청 농업공학부에서 개발한 ‘오이 재배용 캡 분리기’로 이러한 문제를 말끔히 해결할 수 있었다.

오이캡 분리기는 소형(30×25×25cm)으로 제작돼 별도의 작업공간이 필요 없고 누구나 손가락 통증 없이 캡 분리작업을 할 수 있다. 이 장치는 캡 분리작업의 노동력 63%를 줄이고 작업비용 57%를 절감할 수 있어 캡 사용 확대를 통한 농가소득 증대(상자당 7000~2000원)를 기대할 수 있다.

현장체감형 기술은 농작업 애로사항 해결이나 농산물 부가가치 향상을 위해서도 발휘되지만 잘 가꿔온 농작물을 보호하는 기능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야생동물에 의한 농작물 피해는 2002년 120억원, 2004년 206억 원에서 2006년에는 216억 원으로 지속 증가해 농가들의 시름을 더하고 있는 실정이다.
농촌진흥청에서 최근 개발해 실용화에 성공한 야생동물 퇴치장치는 이러한 농가의 고충을 덜어주는 현장체감형 농업기술이라 할 수 있다.

이장치는 지형조건에 따라 적외선·레이더·열감지센서를 조합구성해 감지하는 시스템으로 야생동물 출연시 경고등이 켜지고 6가지 경고음(총포음·사냥개음·사냥개+멧돼지음·호랑이음·싸이렌음·폭발음)을 발생시켜 퇴치시킨다. 동물이 접근한 경우에만 전자센서로 감지해 소리와 빛으로 퇴치하는 이장치은 설치가 간편할 뿐 아니라 전선을 매몰해 농작업시 포장진출입이 편리하도록 고안됐다.

지난 9월 10일 현장평가를 실시한 충북 옥천 김종철 농가는 “최근 멧돼지와 고라니 피해가 잇달았는데 퇴치장치 설치 이후에는 단 한건의 피해도 나타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현장체감형 농업기술은 현장적용시 또 다른 기술개발을 유도하는 계기로 작용하기도 한다. 농업공학부가 농업용수의 염류농도를 낮추기 위해 기술개발을 시작했지만 문제는 염류 뿐 아니라 철분농도에도 문제가 있다는 점을 발견, 기술개발을 병행해 문제를 해결한 경우가 이에 속한다.

최근 시설재배지역은 지하수의 염류가 높아져 양질의 농업용수를 확보하는 것이 관건으로 떠오르고 있다. 농업공학부는 이와 관련 정수장치 개발을 위해 경남 하동 시설원예농가를 방문한 결과 염류 뿐 아니라 철분 축적도 심해 관수자재의 노즐이 막히고 수막재배시 비닐표면이 흑적색으로 오염되는 문제가 있다는 점을 발견, 염류 뿐 아니라 철분도 정수할 수 있는 기계장치를 개발하게 됐다.

농업용수 정수장치는 오존자외선 발생부, 철분 처리부, 양이온·음이온 처리부, 살균부 등으로 구성돼 기존 공기사용방식보다 철분 제거능력이 뛰어나고 살균까지도 가능한 특징을 갖췄다. 이장치를 사용하면 철분은 100%, 양이온과 음이온은 90~100%까지 제거할 수 있으며 일반세균도 100% 살균할 수 있어 양질의 용수확보를 통한 안전농산물 생산기반 마련과 상품성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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