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수를 대상으로 한 획일화된 대량생산 시대는 갔다. 이제는 소량 맞춤시대다.

가전제품, 보험, 신발 등 이미 우리 생활주변 소비재들을 중심으로 맞춤 바람이 거세다.

농업 또한 소비자의 눈높이에 맞춘 맞춤이 대세다. 웰빙, 헬스케어 등 소비자의 요구에 맞는 맞춤형 기능성 소재 및 작물 개발, 급증하는 여성 농민 및 고령 농민을 위한 맞춤형 농기계, 토양·작물별 특징 등을 고려한 맞춤형 비료 등등.....

품종에서부터 농자재, 농산물에 이르기까지 농업도 맞춤 바람이 시작됐다. 천편일률적인 제품이 아닌 개개의 상황과 특성을 고려한 맞춤을 통해 수요자의 만족 수준을 업그레이드 시키고 있는 것.

용도별 맞춤형 품종, 맞춤형 농자재 등 최근 국내 농업계에 불고 있는 맞춤 바람을 소개한다.

◇맞춤형 품종 개발

국내 농업연구의 메카인 농촌진흥청을 중심으로 웰빙, 헬스케어 등 소비자의 요구와 입맞에 맞는 다양한 품종이 개발되고 있다.

농진청에 따르면 쌀 소비촉진을 위한 범국가적인 분위기에 부응한 제빵, 제면 등에 적합한 쌀 계통인 수원542호·익산514호·밀양223호를 선발했다. 발효, 양조 및 현미전용 갈색 연질미인 수원539호도 선발했으며 신장병 환자용 저글루테린 벼인 밀양262호도 선발했다. 밀양262호는 글루테린이 일반벼의 49%수준에 불과하다. 임산부용 철분 고함유 영양미 수원517호도 선발했다.

베타글루칸이 기존 품종에 비해 30%이상 증가된 기능성 찰성보리 익산90호를 비롯해 가공성이 우수한 검정 콩나물콩, 고당도 간식용 옥수수 등이 개발돼 작물의 경쟁력 강화와 소비촉진에 기여하고 있다.

무균포장밥의 원료쌀로 적합한 ''주안벼''도 선발했다. 쌀겨, 새싹보리, 들깨, 땅콩싹나물, 쓴메밀 등에서도 다양한 기능성 생리활성물질을 확인하고 이를 활용한 기능성 소재개발 및 산업화 또한 모색하고 있다.

특히 농진청이 개발한 쓴메밀 ''대관3-3''호는 강력한 항산화 물질인 ‘루틴’ 함량이 기존 메밀에 비해 70배 이상 월등히 높고 세포내 활성산소를 제거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우리나라 대부분 지역에서 1년에 2번 재배가 가능하고 연차간 재배안정성이 뛰어나 수량이 기존 메밀에 비해 20% 이상 높아 새로운 특화작물로서 활용 가치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외에도 생명공학기술을 이용한 신기능성 작물개발도 활발하다. 플라보노이드 함량이 높은 녹차미 개발, 비타민 E가 일반콩에 비해 80배 이상 많은 콩 개발 등이 그것.

이에 따라 쌀도, 콩도, 옥수수 등 기타 농산물도 용도뿐 아니라 개개의 건강상태에 따라 자유롭게 골라먹을 날이 멀지 않았다.

◇맞춤비료

비료도 이제 공장에서 대량으로 생산된 화학비료를 사다 논, 밭에 뿌리는 시대는 갔다. 내 논 내 밭의 토양 상태, 작물별 특징 등을 고려한 맞춤형 비료 지원이 올해부터 시작된 것.

맞춤형 비료란 토양검정결과와 양분수지를 감안해 토양환경과 농법에 맞게 주요성분을 배합한 비료를 일컫는다. 관행비료 보다 질소·인산·가리 등 일반성분 함량이 낮고 토양에 부족한 미량 성분은 보강이 가능하다.

때문에 현재 국내에서 주문자에 의해 생산되는 화학비료를 총칭하는 BB(Bulk Blending)비료와 혼동을 가져올 수 있다. 실제로 BB비료와 맞춤형비료는 NPK(질소·인산·가리) 주성분의 함량에 의해 결정되므로 두 비료간에는 차이가 없다. 다만 보조에 있어 정부가 지원하는 전국맞춤형비료는 지원이 되나 기존 BB비료는 정부 보조지원에서 제외된다.

맞춤비료 사용시 농가에서는 비료 비용이 절감되고 농작물의 품질 향상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농림수산식품부가 올해부터 화학비료 가격보조를 맞춤비료 지원으로 전환하고 적극적인 공급 확대를 추진하고 있는 이유이다.

농식품부 자료에 따르면 36개 시군을 대상으로 맞춤형비료 선행 실시지역 사례분석 결과 지역별로 차이가 있으나 관행 화학비료 대비 약 14% 비용이 절감됐다. 반면 수확량 감소사례는 없었고 질소비료 감량에 따른 넘어짐 완화와 품질 개선으로 농가의 호응도는 높았다.

실례로 2008년 경기도 여주군에 맞춤형 비료를 적용한 결과 관행 화학비료 대비 사용량은 16.4%, 비료가격으로는 18.1%가 절감된 것으로 조사됐다.
농림수산식품부는 올해부터 일률적인 화학비료 가격보조를 맞춤형 비료 지원으로 전환해 비료 사용량의 감축을 추진할 계획이다.
맞춤형 비료 지원은 논·밭 구분없이 지원하되 원예전용비료(과수·시설원예 등)는 현재와 같이 지원대상에서 제외했다. 올해 맞춤형비료 지원예산안은 841억원이다.
농식품부는 맞춤형 비료의 조기정착을 위해 시·군별 사용실적을 검증 또는 평가해 우수 시·군에 대해 시상금을 지급 계획도 마련했다.
비료업체는 영농철 적기 공급을 위해 이달말까지 일선 농협 공급준비를 완료하고 농진청에서는 기술센터 직원들을 대상으로 이달부터 맞춤형 비료 시비방법에 대한 교육을 실시한다. 기술센터 직원들은 영농철 이전에 대농가 교육을 완료토록 했다.
비료신청은 벼의 경우 농진청에서 시·군별로 추천된 맞춤형비종을 신청토록 하고 밭작물은 전국 맞춤형비료중에서 시·군 기술센터가 별도 추천한 비종을 신청토록 했다.
올해는 전국적으로 밑거름 25종, 웃거름 6종 등 31개 비종이 공급된다. 논의 기준시비량은 10a(300평)당 45kg으로 밑거름 30kg, 웃거름 15kg이다. 가지거름은 줄 필요가 없다. 밭작물은 작물별 특징, 표준시비량과 토양검정 결과 등을 감안해 시·군 기술센터에서 결정했다.

[사례 연구]여주군농업기술센터 여주쌀 맞춤비료 사업
경기도 여주군은 고품질쌀 생산 및 경영비 절감을 위해 2003년부터 여주쌀 맞춤비료 사업을 추진, 여주군 전농가가 지원을 희망해 2007년부터 쌀 생산 전농가의 전면적에 보급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현재 여주쌀에 대한 전체적인 미질이 향상됐으며 농가의 비료값 절감, 화학비료 사용량 감축, 농가의 비종선정 및 구매, 시비량 결정 등 애로사항이 해결된 것으로 나타났다. 장명순 여주군농업기술센터 지도사는 “기계적 쌀품질 검사결과 완전립율 11%, 식미지수 17%가 향상되었으며 농가 비료값이 일반비료대비 27.7%, 저농도 비료대비 36.8%가 절감됐다”고 밝혔다. 또한 “정밀검정, 적량시비에 따른 화학비료 사용량도 25%나 감축됐다”며 "농가의 비료값도 일반비료 대비 27.7%, 저농도 비료대비 36.8%가 절감됐다"고 설명했다.
여주쌀 맞춤비료는 이 지역의 농업환경 및 토양의 정밀분석(토양, 수질, 중금속 등)시스템을 활용해 농가별 필지별(8500농가, 8만2000필지)전산 입력된 자료를 근거로 비종을 선택하고 전문 비료회사에 주문생산한다. 매년 4월 15일 이전에 농가까지 공급해주며 농가별 필지별 사용처방서를 배부, 지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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