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종(種)의 합성’ 논문과 겹꽃 페투니아
- 종간 잡종의한 육종, 이론 실험적 토대 적립
- ''''종의 합성'''' 논문=세계 육종학의 신기원 ''''극찬''''
- 겹꽃 페투니아 채종 성공...고가로 세계 수출
우장춘 박사의 학위 논문은 1936년에 발표된 ‘배추(브라시카) 속(屬)에 있어서 유채의 실험적 합성 및 특유의 수정양식과 관련한 게놈 분석(Genome-analysis in Brassica with Special Reference to the Experimental Formation of B.napus and Peculiar Mode of Fertilization)’입니다. (한국원예학회 ‘우장춘 박사의 생애와 학문’, 2009. 참조) 이 논문은 십자화 과(배추, 양배추, 무, 냉이 등 채소류 식물군)에 속하는 배추 속(배추, 양배추, 유채, 갓 등 10여 종)의 게놈(유전자 염색체 조합)을 분석하고 유채의 새로운 종(種)을 실험적으로 합성하면서 배추 속 특유의 수정 양식을 구명한 것인데 줄여서 ‘종의 합성’ 논문이라고 합니다. 이 논문에 의해 배추 속 여러 종간의 관계와 기원이 밝혀지고 이를 이용해서 새로운 종을 합성(소위 종간 잡종에 의한 육종)할 수 있는 이론적, 실험적 토대가 정립되었습니다. 이후 이 논문은 다윈의 진화론 중 ‘종은 자연도태의 결과로 성립된다’는 설을 수정·보완하여 세계 육종학사상 신기원이 되었다고 평가받고 있습니다.
우 박사가 발표한 논문은 모두 19편이 있습니다. 그 중 나팔꽃에 관한 논문이 5편, 페투니아 꽃 관련 5편, 유채와 배추 속에 대한 것이 7편, 기타 2편입니다. 우 박사는 1916년(만 18세) 4월에 동경 제국대학 농학 실과에 입학하여 1919년 7월 3년제를 졸업, 곧바로 농림성 농사시험장 고원(雇員)으로 연구생활을 시작하였습니다. 1년 후에 기수(技手)로 임용된 뒤 ‘만년기수’라는 별명으로 17년 동안 말단 연구직으로 근무를 하였습니다. 1936년 박사학위를 취득한 뒤에도 승진이 되지 않아서 시험장 유일의 박사 기수로 있다가 1937년 ‘다키이’의 연구농장장으로 초빙되어 사직하기 전날 딱 하루 기사(技師)로 승진하였다고 합니다. 그분이 얼마나 차별을 받았는지 짐작이 갑니다.
우 박사는 연구 초기에 나팔꽃의 품종특성과 돌연변이에 대해 집중적인 연구를 하였고, 나중에 농사시험장장이 된 테라오(寺尾 博)박사의 권유로 페투니아 꽃의 유전적 특성을 연구하여 당시로서는 세계 어디에서도 불가능하다고 했던 페투니아 겹꽃의 육종에 관한 획기적인 이론을 정립하였습니다. 이 꽃은 사카다(坂田 武雄) 씨가 해외에서 종자를 가지고 와서 테라오 박사를 통해 우 박사에게 연구를 맡겼던 것인데 훗날 그 연구결과를 가지고 ‘사카다 종묘회사’를 설립하여 겹꽃 페투니아의 채종에 성공, 비싼 값으로 세계 각국에 수출하여 엄청난 수익을 올렸지만 그 겹꽃만은 ‘닥터 우의 꽃’으로 세계에 알려졌습니다.
우 박사의 논문은 세계 육종학계를 놀라게 하였고 이후 항상 주목의 대상이 되었는데 그분은 자신이 유명해진 이유에 대해 “그것은 내 이름이 세계에서 제일 짧기 때문이요”라고 하였습니다. 그분은 영문 성으로 항상 ‘U’자를 썼는데 자신의 성인 ‘우’를 영어 발음대로 표기한 것으로서 일제 말기 극악한 조선인 탄압 시에도 창씨개명을 거부한 그분의 용기가 돋보이는 대목입니다. 또 이름은 ‘장춘(長春)’의 일본 발음인 ‘나가하루’의 첫 영문자 ‘N.’으로 표기하여 그분의 논문은 전부 ‘N. U’가 저자로 되어있어 실제로 세계에서 가장 짧은 이름이라 합니다. 세계 육종학계의 각종 서적에는 지금도 우 박사를 ‘닥터 N. U’로 소개하고 있어서 한국인 후학들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주고 있습니다.
우 박사와 당시 농사시험장에서 함께 근무했던 일본인 후배 마츠시마(松島 省三, 저명한 벼 전문 농학자) 박사에 의하면 1930년 10월 시험장에 불이 나서 우 박사가 학위 논문으로 준비한 나팔꽃 관련 논문과 자료가 논문 제출 바로 전날 다른 몇 편의 중요한 논문들과 함께 다 타버렸다는 것입니다. “그랬는데 우 선배는 좌절하지 않고 이번에는 유채의 게놈 분석을 한 다음 염색체 조합이 전혀 다른 조선종(napus)과 일본종(campestris)을 몇 만 번이나 교배해서 딱 하나가 성공, 신종(napo-campestris)을 창작해 내고 말았어요. 즉 지상에서 지금까지 없던 ‘새로운 종’을 우 선배가 만들어 낸 거예요. 이것은 유전을 공부하는 사람은 누구나 반드시 알고 있는 사실이며, 외국 교과서에도 ‘종의 합성’의 효시라고 나와 있습니다.” 마츠시마 박사의 회고입니다.
우 박사가 집중 연구한 이 배추 속의 식물군에는 유채와 아울러 특히 우리에게 쌀 다음으로 중요한 채소류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분은 그때 이미 나중에 귀국해서 우리나라 채소 종자의 육성과 생산·보급 체계를 갖추는데 필생의 힘을 바치기로 마치 예견하고 있었던 듯합니다. 그분의 학문적 성취가 우리 겨레에게 크나큰 자부심을 갖게 해준 것 이상으로 참으로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고 생각됩니다.
- 기자명 농수축산신문
- 입력 2010.02.08 10:00
- 수정 2015.06.26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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