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넙치와 더불어 국내 양식수산물의 대표주자로 꼽히는 전복 생산성에 적신호가 켜졌다.
주산지인 완도 특히 노화도와 보길도 일대에 가두리양식장이 밀집되면서 폐사율이 높아져 생산성이 추락하고 있지만 대책이 미지하면서 악순환을 거듭하고 있다.
이에 본지에서는 우리나라 전복의 최대 생산지이자 최고 밀집지역인 노화도를 찾아 현황을 살피는 한편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봤다.<편집자 주>
1. 르포…노화도 전복가두리양식장을 가다
2. 밀식의 원인과 문제점
3. 대안은 무엇인가?
- 몇 해 전부터 포화상태…밀집도 ''심각''
전복 폐사율 50~60% 달해
우리나라 전체 전복 생산의 60%를 맡고 있는 전남 완도. 이 중 노화도는 보길도와 더불어 완도군 전체 80%에 달하는 전복 생산량을 자랑하는 곳이다. 노화도를 찾은 지난 6일. 목포역에 내렸을 때부터 심상치 않은 장맛비에 노화도에 들어갈 수 있을지 우려가 앞섰다. 쉼 없이 내리는 비에도 불구하고 파도가 거세지 않아 다행히 땅끝마을 선착장에서 배에 몸을 실을 수 있었다. 빗속을 배로 30여분을 달려 도착한 노화도.
비와 안개로 시계가 거의 확보되지 못했음에도 섬이 가까워짐에 따라 전복가두리양식시설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노화도에 발을 들인 순간부터 눈에 보이는 것은 ‘전복’이라고 적힌 간판들이었다. 전복의 고향을 찾은 느낌이었다.
우선 곽승호 (사)한국해양수산 신지식인중앙연합회 전남도회장을 만나기 위해 이포리로 향했다. 이포리는 보길도와 가깝게는 400여m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이다. 이 좁은 바다에도 전복가두리양식시설이 줄 지어 있었다.
빨간 부자(浮子)와 까만 그물이 마치 사열식을 하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여기에 전복의 먹이가 되는 미역이나 다시마시설까지 더해져 바다는 부자로 바둑을 두는 신이라도 존재하는 듯했다.
이 날 동행한 성진우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연구원은 “노화도의 전복가두리양식시설은 이미 몇 해 전부터 포화상태에 달해 그 밀집도가 심각한 수준”이라며 “부자를 딛고 뛰어서 섬 사이를 오갈 수 있를 수 있을지 모른다는 농담을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런 얘기를 주고받는 사이 곽 회장 집에 도착했다.
“300원짜리 종묘를 넣어 반이 죽으니 원가가 600원이 되는 셈이다”
곽 회장은 노화도와 보길도 일대 가두리양식장 전복의 50% 이상이 폐사해 생산성이 낮아지고 있다며 이 같이 밝혔다.
여기에 성 연구원은 “전국 전복의 폐사율이 40~50%로 추정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실제로는 이 지역 폐사율이 60%에 달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대다수의 양식어가들은 폐사율 증가로 생산성이 낮아짐에 따라 소득을 보전하기 위해서 양식량을 늘리는 선택을 했다고 한다. 가두리시설을 확대해 시설을 밀집시키거나 입식량을 늘려 밀식양식을 한다는 것이다. 또 대량생산에 따라 가격이 하락한 것도 밀집·밀식양식을 부채질한 원인 중 하나다. 낮아진 가격만큼을 생산 확대로 보상받으려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대다수의 어가들은 밀집?밀식양식이 폐사율 증가의 원인이 됨에 동의하고 있다. 밀집?밀식양식으로 발생한 폐사에 또 다른 밀집?밀식이 더해져 폐사를 더욱 유발하고 생산성 저하를 가속화하는 결과를 낳았다는 게 전복양식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특히 양식시설의 밀집은 조류흐름을 약화시켜 전복이 호흡을 원활히 할 수 없도록 했으며 밀식 역시 전복이 호흡할 수 있는 공간을 충분히 확보할 수 없도록 만들었다는 것이다.
또 전복 배설물도 문제로 지적됐다. 움직이지 않는 가두리양식장 바닥에 배설물, 먹이 찌꺼기 등 노폐물이 쌓여 양식환경을 악화시킨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대다수의 어가들은 밀집·밀식양식이 폐사율 증가의 원인이 됨에 동의하고 있다. 밀집·밀식양식으로 발생한 폐사에 또 다른 밀집·밀식이 더해져 폐사를 더욱 유발하고 생산성 저하를 가속화하는 결과를 낳았다는 게 전복양식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특히 양식시설의 밀집은 조류흐름을 약화시켜 전복이 호흡을 원활히 할 수 없도록 했으며 밀식 역시 전복이 호흡할 수 있는 공간을 충분히 확보할 수 없도록 만들었다는 것이다.
또 전복 배설물도 문제로 지적됐다. 움직이지 않는 가두리양식장 바닥에 배설물, 먹이 찌꺼기 등 노폐물이 쌓여 양식환경을 악화시킨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최근 논의되고 있는 외해 중층가두리시설의 효용성에 대한 이야기가 시작될 즈음 인근 어촌계의 양식어업인들이 찾아와 동석했다.
천구리에서 전복양식을 하고 있는 손행숙 씨도 “우리 어촌계는 지형적인 여건상 폐사가 많은 지역과 같이 가두리를 4줄로 시설하지 못해 2줄로 하고 있다”며 “2줄로 시설을 하니 전복 산소공급도 원활해 폐사가 거의 없다”고 천구리 어촌계의 예를 들어 밀집·밀식에 따른 폐사를 지적했다.
전복 폐사율의 심각성에서 시작된 얘기는 면허시설을 10%에서 20%로 확대한 정부정책의 타당성 여부와 어장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어업인의 책임문제로까지 번졌다.
그리고 이미 과포화상태인 노화도 연안어장 가두리시설에 대한 대책마련이 시급함으로 이어졌다. 외해로 나가야 한다는 의견과 전복 추어탕, 전복 삼계탕, 전복 라면 등 다양한 크기와 용도에 따른 레시피 개발로 맞춤형 전복산업을 육성해야 한다는 의견 등이 쏟아졌다.
생업이 걸린 문제이기에 어업인들의 열의는 뜨거웠다. 특히 영어자금 등으로 부채를 안고 있는 어업인들의 경우는 생산성 제고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다.
미라리에서 양식장을 운영하는 김신호 씨는 “대부분의 어업인들이 부채를 2억~5억원 가량 안고 있지만 높은 폐사율, 낮은 생산성, 감가삼각, 관리비, 고유가 등으로 어가경제는 어렵기만 하다”며 “이자를 갚기 위해 출하를 서두르거나 입식을 늘리는 이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4시간여의 담론을 마치고 곽 회장의 양식장과 종묘장을 둘러봤다. 곽 회장은 최근 포화상태인 전복양식의 대안으로 해삼양식을 구상 중이라고 설명했다. 전복과 해삼의 복합양식도 함께 시험하고 있었다. 아직은 해삼을 위한 별도의 먹이가 필요한 수준이라고 했지만 전복양식의 대안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포리를 나와 미라리를 향했다. 미라리는 노화도 내에서도 가장 밀집이 심한 지역이다.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빽빽하게 전복가두리양식시설과 미역?다시마양식시설이 들어차있음이 궂은 날씨에도 확연히 보였다.
수심이 얕거나 조류차가 심한 지역을 제외하고는 거의 대부분이 전복이나 미역·다시마양식시설로 넘칠 지경이었다. 보길도 애송리에서는 안개가 너무 짙어 시설이 보이지 않았다. 애송리는 조류가 심해 시설 밀집도가 심하지 않았지만 포화상태의 노화도와 보길도에서 최근 시설이 늘고 있는 지역이다. 성 연구원에 따르면 노화·보길·소안 지역 항공사진을 통해 이 지역 외해에서 전복가두리시설이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화도에서 나오는 마지막 배를 타기위해 동천항을 향하는 도중, 새로 만들어지고 있는 가두리시설을 발견할 수 있었다. 빗줄기 사이로 보인 이물질이 전혀 묻지 않아 새빨간 부자는 포화상태의 노화도에 아직도 가두리시설이 늘고 있음을 알리고 있었다.
사진설명 : - 2010년 겨울 노화·소안·보길도(위에서부터 시계방향으로) 지역 항공사진. 붉게 표시된 지역이 전복가두리양식시설. 노란부분은 미역·다시마양식시설.
- 줄지어 늘어선 전복가두리양식시설과 사이 사이에 위치한 미역·다시마양식시설이 노화도 연안 바다를 가득 메우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