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수협, 허울뿐인 경제사업
(중)수협 경제사업 활성화, 왜 더딘가
(하)어떻게 추진해야 하는가

중앙회, 92개 회원조합, 1993개 어촌계와 16만여명의 조합원으로 구성된 수협은 우리나라 수산업을 대표하는 조직이다. 경제사업만해도 매년 1조원이상의 규모로 추진되며 공판사업, 수매사업, 정부비축사업, 바다마트사업, 바다회상사업, 단체급식사업, 군납사업, 이용가공사업, 식품안전관리, 기업특판사업, 무역사업, 전자상거래사업, 홈쇼핑사업, B2B사업, 어업용기자재/선수물자, 어업용 면세유류사업, 수산물 브랜드 등 17개 부문에 달한다.

하지만 그 속내를 살펴보면 대부분 중앙회 수익창출에 국한된 경우가 허다하며 공판이나 수매사업도 회원조합과 연계되지 못해 조합원 소득증대에 큰 기여를 하지 못하고 있다. 또 대형유통업체와의 경쟁에서 적절히 대응하지 못해 고전을 면치 못하는 등 변화하는 수산물 시장에 기민하게 대응치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뿐만 아니라 우리 어업인이 우리 연안에서 직접 잡아 유통시키는 가장 믿을 수 있는 수산물을 생산‧유통시켜 판매함에도 불구하고 식품안전성에 예민해진 소비자들에게조차 구매동기를 부여하지 못하고 있다. 국내산이지만 처리과정이 믿음직스럽지 못하다는 것이다.

#회원조합, 돈 안되는 경제사업보다 금융사업 선호

상황이 이렇다보니 일선조합에서 조차 경제사업은 타산이 맞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수협의 가장 기본이 되는 경제사업인 산지위탁이나 공판이 금융사업과 비교해 수익성도 낮을 뿐더러 일은 더 고되다는 것이다. 실제로 2011년 수협 상반기 결산결과를 살펴보면 6월말기준 상호금융이 145억원, 공제가 35억원, 경제가 52억원, 신용이 454억원을 기록해 상반기 목표대비 각각 106억원, 6억원, 37억원, 20억원을 초과달성했다. 상호금융사업의 신장이 두드러짐을 알 수 있다. 상호금융사업을 하고 있는 90개 회원조합의 실적이 616억원을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8억원이나 증가했다. 이 같은 상호금융의 선전에 힘입어 영흥수협 등 2개 회원조합이 경영 부진을 벗어났다.

공제보험도 전체 4267억원의 실적 중 회원조합이 2645억원으로 62%를 차지했다. 이에 대해 수협중앙회 관계자는 “이 같은 현상은 조합수익구조개선이라는 명분으로 큰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경제사업보다는 쉽게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금융사업에 주력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또 수협이 경제사업으로 수익을 내면 “조합원을 상대로 장사를 하려고 한다”는 비난을 받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사업을 펼칠 수 없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일부 조합에서는 경제사업에 쓰여야 할 냉동창고나 냉장창고를 개인사업자에게 임대하기도 한다. 예측이 불가능한 어획량에 따른 위험을 안고 가기보다는 임대사업을 통해 안정적인 고정수입을 얻는 게 더 낫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다. 시설 투자를 통한 기반마련과 확충은 투자에 따른 위험이 있으며 투자비 회수가 늦다는 이유로 좀처럼 이뤄지지 않는다. 실제로 정부나 지자체가 시설비의 50%이상을 지원해도 이에 적극적으로 참여의사를 밝히는 조합은 많지 않다.

김기태 (사)한국협동조합연구소 소장은 “수산물은 농산물보다 유통과정에서 위험에 따른 기대비용이 더 크지만 현재 수협은 이 위험을 분산해서 안을 수 있는 구조를 지니지 못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이를 개선하기 위한 제도적인 노력이 수반돼야 함에도 일선에서 위판수수료, 냉동창고 임대수수료 등에 안주하거나 금융사업에 치우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취약한 시설에 판매 기반마저 부실

반면 수협은 이 같은 상황이 벌어진데 대해 기반의 취약성을 들어 답한다. 협동조합으로서의 수협이 지닌 한계와 더불어 취약한 시설, 마케팅 구조, 지원 등이 지금의 현실을 초래했다는 것이다.

조합의 영세성에 기인해 위판장이나 공판장 시설이 열악해지고 제대로 된 냉동‧냉장창고조차 마련하지 못한 경우도 많다는 것이다. 여기에 판로마저 제대로 갖춰지지 못한 경우도 많아 대형유통업체와 경쟁은 생각지도 못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간 수협의 판로는 취약하기 이를 데 없었다. 정부지원을 받아 마련한 바다마트는 현재 18개 밖에 남지 않았으며 이 역시도 농협 하나로마트와는 규모나 경영면에서 비할 바가 못 된다.

또 수협이 2002년 야심차게 기획했던 TV홈쇼핑 사업도 회원조합 참여저조, 매출부진, 적자누적 등의 이유로 지난해 중단됐다. 홈쇼핑업체들의 수수료가 30%를 넘어서면서 어업인들의 수입은 판매가의 45%에 그치는 등 구조적인 모순으로 인한 적자를 견딜 수 없었던 것이다. 온라인 판매 역시 신통치 않기는 마찬가지다. 이 같은 취약함을 타개하고자 최근에는 신세계몰과 제휴, 온라인 수산물 전문관을 열었다. 신세계의 유통망을 활용해 회원조합의 판로를 확보해준다는 취지이다. 활용도에 따라서 효과를 크게 거둘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농수축산물은 눈으로 직접보고 제품을 확인한 후에 구매하기를 원한다. 따라서 오프라인 판로를 확충하고 이를 위한 마케팅을 병행하는 것이 요구된다. 따라서 소비자 니즈 변화에 맞춘 상품의 개발과 판매가 활성화돼야 한다는 지적이 늘고 있다.

류정곤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수산정책연구실장은 “대형유통업체의 식품매장은 커지고 있지만 수협의 경제사업은 아직도 소비자의 변화와 요구에 기민하게 반응하지 못하고 있다”며 “원산지를 수협이 보장하고, 마케팅을 강화하는 한편 생산자가 중심이 되서 유통구조를 개선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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