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 첨예한 대립 해결방안은 없나

노조간부 해고가 발단이 된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이하 KMI)의 노사갈등은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지속되고 있다. 또 최근 ‘부당해고’, ‘부당노동행위’ 등의 판결은 아직까지 노조측 주장이 보다 설득력이 있다고 밝히는 듯하다. 여기에 허위출장 등의 비위행위가 당초 원의 주장과 달리 4000여만원이 아닌 2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나면서 진실공방은 더욱 가속되고 있다.

# 비위사실 은폐 · 축소 의혹도
2009년 KMI가 노조간부 2명에 대해 해고를 통보할 당시 근거로 제시한 징계사유는 43가지에 달했다. 대표적인 사유는 명예훼손과 절도 등이다. 하지만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서는 이에 대해 ‘이유 없음’이라 밝히며 ‘부당해고’이자 ‘부당노동행위’라고 갈무리했다.
하지만 이들은 아직까지 복직되지 않고 있다. 이들의 해고는 2005~2006년 2년 동안 KMI 연구원들이 허위출장 등으로 비위를 저지른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2억여원에 달하는 연구원 예산이 사사로이 연구원들의 주머니 속으로 들어간 것이다. 심지어 G 씨는 유흥업소에 드나들며 개인카드를 사용한 후 이를 허위출장 등을 통해 충당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기도 했다.

이에 대해 원은 2억여원이 아닌 4000만원이라 주장하며 해당 비위연구원에 대한 징계와 환수조치를 마쳤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원에서 제출한 자료는 당초 제시됐던 자료에서 개인별 허위출장 금액을 산출, 합계가 2억원이었던 것과 달리 부서별 허위출장 금액이 산출됐으며 합계는 4000여만원에 불과했다. 1억6000여만원은 허위출장에 의한 비위가 아니라 부서운영비, 업무추진비, 경조사비 등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사철 의원(한나라, 부천 원미 을)은 2009년 국정감사를 통해 이는 사실과 다르며 허위보고를 통해 사실을 은폐, 축소했을 의혹이 있음을 분명히 했다.

징계대상자를 살펴봐도 은폐, 축소 의혹은 여전하다. 허위출장을 지시했던 간부급 연구원들의 상당수가 징계대상자에서 빠져있으며 징계도 경고수준에 머물렀다. 환수된 금액도 현재까지 4000여만원에 불과하다.

# 은폐 · 축소위해 규정도 바꿔
노조측은 이러한 비위사실과 관련 진실규명을 요구하고 있으며 원이 이에 대해 노조를 허위사실 유포 등으로 비난하고 있는 것이 KMI 노사문제의 근간이다. 이 과정에서 양측은 해고통보에 대한 고소, 명예훼손에 대한 맞고소로 대응하고 있는 것이다. 당시 원장이던 강종희 씨가 별세한 지금도 강 씨를 비롯한 행정실장 J 씨 등에 대한 민사재판은 취하되지 않은 상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원측도 ‘법적대응 불사’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재판비용을 원에서 부담하는 것이 문제가 됐다. 해당 소의 경우 상당수가 원을 상대로 한 재판이 아닌 당시 책임자나 관련자를 대상으로 한 민사소송으로 원이 이에 대해 직접적 책임이 없음에도 관련 규정을 바꿔 이를 지원했기 때문이다. 또 규정심의위원회를 열어 규정을 바꾸는 과정에서 위원회 구성이 징계대상자들이 포함됐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유원일 의원(창조한국, 비례대표)에 따르면 원은 조은 노무법인, 법무법인 랜드마크, 법무법인 정률 등 3개의 기관(개인)에 2009년부터 현재까지 3억원이 넘는 법률비용(단협 대리, 사건 수임료, 성공보수, 자문비 등)을 지출했으며 법무법인 정률은 연구원의 외부 감사기관임에도 불구하고 연구비 횡령자들에 대한 변호를 맡아 연구원으로부터 수 천만 원의 수임료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선임연구위원 J 씨와 행정실장 J 씨 관련 원에서 법무법인 정률에 지급한 소송비용은 981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 노사소통도 안해 갈등 심화돼
지난해 7월 김학소 원장이 취임한 이래 노조와 직접 면담을 한 것은 한 차례도 없었다고 한다. 대화의 창이 닫혀있는 것이다. 김 원장이 취임사를 통해 “선입견과 편견을 배제하고 원칙과 규범에 따라 열정과 혼이 살아있는 연구원으로 변화시키겠다”며 “조직 대내외 소통의 창을 마련해야 한다”고 천명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최근에는 노조지부장 S씨가 노동부에 임금체불과 관련 진정서를 제출했다. 지난 임금구조개선 이후 상향조정된 급여분을 원이 지급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임금체불의 경우 고소가 진행돼 법적절차가 진행되면 기관장이 형사처벌을 받을 수도 있는 사안이다. 더구나 원측 관계자는 이와 관련 법적절차가 진행되면 법원이 S씨의 손을 들어줄 것이라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고 한다.

이에 한 관계자는 “원과 노조의 대화나 관련 소송 등은 모두 행정실을 거쳐 진행되는데 그 과정에서 사태가 악화되는 경우도 있다”며 “노조와 기관장 사이에서 불협화음을 만들고 싸움을 부추기는 이들이 있어 이들에 대한 조치가 우선돼야 노사갈등이 진전을 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간부급 연구자들이 나서서 부당한 조치들에 대해서는 시정과 개선을 요구해야 함에도 어떤 이유에서인지 소극적인 대응 일변도”라고 꼬집기도 했다.

# 투명성 제고부터
이처럼 대화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채 첨예하게 각만 세우고 있는 KMI 노사 양측의 갈등은 결국 원의 위상과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있다는 지적도 원 내외에서 나오고 있다. 노조 측은 비위연구자들이 진실을 은폐하기 위해 거짓에 거짓을 보태고 있으며 노조에 압력을 가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원은 이미 지난 일을 걸고넘어지면서 사태를 진정시키기 보다는 확대시키려 한다고 노조를 비난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서로 사실과는 다른 주장을 하고 있다는 게 양 측의 입장이다.

어업인들을 위한 국책연구를 수행하는 연구원의 연구자들이 비위사건에 연루된 것만으로도 연구원의 위상이 땅에 떨어지고 신뢰도가 곤두박질쳤는데 은폐의혹까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이렇다보니 원에서 제시하는 결과물까지도 다른 비위에 관련된 것은 아닌지 하는 의혹도 제기돼 젊은 연구원들의 사기에도 문제가 생기고 있다.
따라서 해당 비위사건에 대한 투명한 사실규명이 요구되고 있다. KMI가 투명성을 확보해 사실관계를 명확히 하고 관련자들에 대해서는 이에 합당한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의 징계가 내려져야 하며 이는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연구기관으로서 당연한 의무라는 것이다.

한 관계자는 “비위사실이 있음에도 이를 조직적으로 은폐하려고 노력하다보니 원의 명예가 실추되고 연구자들의 연구결과물마저도 어딘가의 이권과 관련된 것은 아닌가하는 의혹까지 제기된다”며 “원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서는 사실관계를 분명히 하고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의 관련자 징계가 이뤄져야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 같은 자성과 자구노력이 없다면 폐단은 답습되고 원은 소비자인 어업인들로 부터도 외면당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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