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上)위기의 수산업
(中)업종별 현황
(下)대책은 무엇인가

“조업을 안 나가는 게 돈 버는 거다.”
좀체 떨어질 줄 모르는 유가에 따른 부담으로 출어자체를 포기하는 어업인들이 늘고 있지만 뾰족한 대책이 없다는 게 어업 현장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어업활동에 유류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큰 연근해어업의 경우는 조업을 중단하는 이들이 늘고 있는 등 심각한 상황이다.

특히 대형기선저인망, 기선권현망, 근해안강망, 근해채낚기 등 출어비 중 연료비 비중이 50%를 웃도는 업종의 경우는 타격이 큰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다행히 어가가 잘 형성된 업종에서는 유류비 부담을 아직은 감내할 수 있다고 하지만 그렇지 못한 업종에서는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손해를 감수하면서도 조업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기선권현망의 경우 출어비 중 연료비가 차지하는 비율이 60%에 육박하는 등 고유가가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올해 조업부진과 낮은 어가로 조업을 포기할 수는 없는 실정인 것으로 나타났다. 인건비와 유류비를 제외하면 본전도 찾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어떻게든 만회하기 위해 출어를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기선권현망수협 관계자는 “지난해 3월과 비교해 지금은 어획량과 작업일수가 반 정도로 줄었고, 멸치가격 역시 1.5kg 한포에 5000~1만5000원 가량이나 떨어졌지만 면세유가격은 드럼당 2만6460원이나 올랐다”며 “유류비 부담에 운반선 운항횟수를 줄이거나 어군탐사를 자제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대책이 못 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소형어선 어업의 경우는 영세성으로 그 심각성이 더 하다. 별도의 선원을 두지 않고 본인이 직접 조업하거나 부부노동에 의존하고 있는 소형어선 어업은 출어경비 중 유류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적게는 60%에서 많게는 80%에 이르고 있어 유류비 상승에 따른 체감지수가 다를 수밖에 없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출어를 포기하고 조업을 중단한 어가가 전체 어가의 반 수에 달할 정도라고 한다.

김종주 (사)한국자율관리어업연합회장은 “유류비 부담으로 전국적으로 연안어업 종사자들의 50% 가까이가 조업을 중단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보조금 등 재정지원이 수반되지 않는다면 영세한 어업인들은 출어를 포기할 수밖에 없어 결국에는 어획량 감소로 수산물 가격 상승에 따른 부담이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다”고 말했다.

양식업계도 어렵긴 마찬가지다. 유류비가 전체 생산비의 5~10%에 불과하다곤 하지만 유가 상승이 수산물 소비 위축과 사료가격 상승 등과 맞물려 업계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가뜩이나 수산물 소비가 위축되고 있는 판국에 유가 상승으로 생산단가가 올라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최영태 한국양식산업총연합회장은 “유류비는 사료비와 함께 생산단가를 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생산 원가 자체에 대한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생산·판매 기반도 취약해지고 있다”고 심각성을 전했다.

원양업계도 조업일수 제한, 어탐 자제, 유류절감기 부착 등 자구책을 강구하고 있지만 뾰족한 해결책을 구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더구나 면세유를 공급받아 사용하는 게 복양 등 전체 15%에 불과해 유류비 상승에 따른 부담을 고스란히 끌어안고 있는 형국이다. 특히 국내 유류비는 외국과 비교해 비싸고, 최근 어황마저 좋지 않아 업계 종사자들의 한숨만이 늘고 있다고 한다.

김민곤 (특)한국원양산업협회 전무는 “유가 상승에 따른 부담을 줄이고자 나름 노력하고 있지만 국제유가에 따라 맞춰갈 뿐 고유가에 대한 마땅한 대응방안은 없는 상황이다”며 “출어경비의 30~40%를 유류비가 차지하고 있는 만큼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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