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지 규모화로 생산조절 · 정보력 구축
- 수입의존 수급정책 ''''한계 노출''''···피해·손실 고스란히 ''''농업인의 몫''''

배추국장, 무차관, 고추국장, 마늘국장. 옛날옛적 동화에 나오는 배추도사, 무도사 얘기가 아니다. 올해 1월 정부는 농축산물을 중심으로한 물가관리 책임실명제를 실시하며 품목별로 담당자를 지정해 물가관리에 확고한 의지를 표명했다.

배추, 양파, 마늘, 무, 파 등 총 52개 품목을 선정해 서민물가 잡기에 돌입한 정부는 올해 물가관리는 어떻게 해서든지 잡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하지만 이런 강경책이 나오기까지는 급등락을 반복했던 농산물 가격과 이를 따라잡지 못한 정부의 수급안정 대책이 있었다.

- 예측할 수 없는 기후 영향···작황예상 점점 어려워
- 공산품 가격등락 ''''무감각''''···농산물만 유독 ''''민감''''
- 소비자들 불안감만 부추기는 사회적 여론도 문제
- 릴레이 출하 등 가격안정 시도···계약재배 확대를

# 실패했던 정부 수급안정 사례
2008년과 2009년 하락세를 보였던 배추값이 2010년에는 최고 4배까지 뛰어 오르며 10kg기준 1만6519원까지 무섭게 치솟았다.

이때 김치공장에서는 한동안 가동을 중지하는 사태가 발생했으며 소비자들의 입에서는 ‘김치’대신 ‘금(金)치’라는 말이 나돌기까지 했다.

그 다음해인 지난해는 이와 반대로 배추재배면적이 1만7326ha로 전년 대비 28%나 급증하며 배추가격이 폭락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배추, 무 산지 폐기 물량이 역대 최대인 10만톤에 육박했으며 폐기비용으로 62억원이 사용됐다.

어긋난 수급안정 대책으로 인한 막대한 피해와 손실은 물론 농가는 애써 키운 농작물이 갈아엎어지는 모습을 바라만 봐야 했다.

대파가격 또한 2008년 3월까지 kg상품 기준 1500원이었던 것이 4월 747원으로 뚝 떨어져 2009년 4월에는 평년가격의 60% 수준에 머물렀다. 그리고 6월부터 다시 반등을 시작, 12월에는 1300원대까지 폭등했으며 2010년에는 고공행진을 계속했다.

2010년 가을에는 3000원대 내외로 평년가격보다 33% 이상 오른 가격을 유지하다가 지난해 4월 들어 972원으로 또다시 평년가격을 밑돌았다.

# 오르면 수입···폭락하면 방관
마늘의 경우도 2009년부터 오름세를 유지하더니 2010년에는 평년가격의 2.5배 이상 상승해 급기야 3배이상 뛰어올라 의무수입물량(MMA)을 조기에 도입해 방출하기에 이르렀다.

정부가 이처럼 농산물 가격이 오름세를 보일 때면 무조건 수입 농산물을 들여오는 방법에 의존하고 있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지만 내려가는 농산물 가격에 대해서는 손을 쓰지 않고 있는 것도 농가들의 원망을 사고 있다.

# 효율적 수급안정 대책 절실
전문가들은 농산물 수급안정을 방해하는 대표적인 요소로 예측할 수 없는 기후를 꼽고 있다. 최근 들어 나타나는 이상기온과 자연재해로 농산물 작황 예상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일반 소비자들의 불안감을 조장하는 일부 언론의 태도도 문제라는 의견도 있다.

권승구 동국대 식품산업관리학과 교수는 “2010년 배추파동이 더 크게 일어난 것은 파급력이 큰 일부 일간지가 전문성 없이 보도한 데 따른 것이다”며 “자극적인 보도로 일반 소비자들의 불안감을 조성해 배추 구매를 더 부추겨 가격 인상에 불을 붙였다”고 설명했다.

2010년 배추파동이 일어난 9월과 10월은 김장철이 아니라서 일반소비자들의 구매가 별로 없을 때라 외식업체와 같이 배추를 식재료로 대량 사용하는 곳에서 걱정했어야 될 일이었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불안감을 부추긴 결과 대형마트에서 한, 두포기씩 구매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났고 가격상승에 영향을 줬다는 주장이다.

이와 같은 섣부른 일부 언론의 보도는 지양하되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하면서 차분한 대응방식을 갖는 것이 수급안정을 위한 언론의 태도라는 지적이다.

또한 권 교수는 “농산물 가격이 떨어질 때는 농민들을 위한 아무런 대책도 내놓지 않다가 가격이 오를 때마다 습관적으로 수입 농산물을 들여오는 해결방법은 적당치 않다”고 언급했다.

핸드폰과 같은 공산품의 가격이 오를 때는 조용하다가 농산물 가격이 조금만 올라도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나며 정부의 균형있는 잣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단기적이고 일시적인 수급안정보다 장기적인 측면에서 이 문제를 풀어나가야 된다는 지적도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장기적인 대책없이 농산물 가격이 오를 때 마다 수입산에 의존하는 것은 해결방법이 되지 못하며 외국산 농산물을 수입 안할 수는 없지만 국내산 농산물의 효율적인 수급안정 대책부터 강구한 뒤에 수입산을 들여와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산지를 규모화시켜야 하며 이를 통해 자체 생산조절력과 정보력을 갖게 하는 동시에 계약재배를 늘려나가야 한다는 지적이다.

# 산지 수급물량 조절 바람직
노지채소의 경우 생산주기가 짧아 수확량 예측이 어려운 만큼 산지에서 수급물량을 조절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는 의견이다.

김병률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장은 “노지 채소 등은 자연의 영향을 많이 받고 저장리스크도 많아 수급이 쉽지 않다”며 “이런 이유 때문에 생산자 단체에 의한 조절이 그만큼 중요하다”고 전했다.

수급안정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일본처럼 농산물 수급관리가 정교한 나라도 어려워한다. 하지만 일본은 릴레이 출하를 통해 출하시기를 늦춰 가격안정을 시도하고 있으며 계약재배를 늘리는 등 정책들로써 보완해 나가고 있다.

우리나라도 계약재배 물량을 늘려나가거나 산지의 규모화와 조직화를 통해 생산물량을 조절해 나가야 하지만 이런 내부적 해결책보다는 수입산에 의존한다는 지적이 많다.

# 폭넓은 관측정보 확보 필요
특히 농산물 가격이 오름세를 보인다 싶으면 중국에서 배추와 고추가 대량으로 물밀 듯이 들어오는데 이런 방법은 해외 의존도를 더 높일 뿐 근본적인 대책이라 아니라는 것이다.

더욱이 도시화와 개발로 인해 돼지고기, 계란을 비롯한 농산물 가격이 중국 내에서도 오름세를 유지하고 있다. 이런 중국 농산물에 의지하다 보면 언젠가는 국내산 보다 컨트롤이 어려운 해외 농산물 가격에 휘둘릴 수 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전문가들도 국내에서의 생산과 수급안정이 기본적으로 이뤄져야 하지 수입에 의존하는 수급안정은 한계가 있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김 센터장은 “저온저장 시설과 같은 저장시설 확보와 폭넓은 관측정보 확보를 통해 국내산 농산물 위주의 수급안정이 우선적으로 수립돼야 한다”며 “앞으로 관측 오차가 큰 양념채소의 관측 정확도를 끌어올리는데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사진설명> 국민들의 밥상에서 빠질 수 없는 배추와 무, 마늘과 같은 양념채소류의 수급안정에 비상이 걸렸다. 2008년과 2009년 하락세를 유지하던 배추값이 2010년 에는 돌연 10kg기준 1만6519원까지 치솟아 오르며 양배추로 김치를 담가먹는 다는 말까지 나돌았다. 무도 들쭉날쭉한 가격을 반복하다가 최근에는 4개월만에 62%가 올라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수급안정 대책으로 산지의 규모화와 조직화를 꼽는다. 무조건 수입에 의존하는 것이 아닌 국내산 농산물의 효율적인 수급대책이 먼저라는 것이다. 또한 농산물이 오름세를 보일 때는 가격을 떨어뜨리기에 급급한 정부가 폭락하는 농산물에 대해서는 아무런 강구책도 마련하지 않고 있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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