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산업, 개방형 혁신이 필요하다>
2007년 하반기에 전 세계 주요 미디어는 애그플레이션 (Agflation; 농산물가격상승에서 유래한 인플레이션) 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가며 식량위기를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근본적인 원인으로 다음 네 가지를 꼽고 있다.
첫째, 전 세계 인구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둘째, 인도와 중국 등 소위 신흥경제권에서의 소득 증가가 육류수요를 증가시키고 있으며 이에 따라 곡물사료의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셋째, 국제 유가의 상승은 바이오 연료의 채산성을 향상시켜 많은 옥수수가 바이오 연료를 생산하는 목적으로 전용되고 있다. 넷째, 기상이변으로 주요 곡물재배지역에서의 흉작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이 모든 상황은 농산물의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을 촉발시켰으며, 농산물 가격폭등이라는 퍼펙트 스톰이 만들어 지는 완벽한 조건들이었다.
문제는 이러한 애그플레이션이 수요공급의 구조적인 측면에서 볼 때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고 앞으로도 계속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는 것이다. 중장기적으로 보면 2050년 90억 명으로 예상되는 인구를 먹여 살리기 위해서는 곡물생산량이 지금보다 70%가 늘어나야 한다고 전문기관들은 예측하고 있으며 곡물자급율이 23% 수준까지 하락한 우리나라에도 직간접으로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러한 도전을 극복하고 지속가능한 방법으로 농산물 생산증대를 위해 우선적으로 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 산술적으로는 경지면적을 늘리는 것을 고려할 수 있다. 그러나 현실 상황에서는 불가능한 대안이다. 특히, 초지나 산림을 새로운 경작지로 전환하는 것은 생물다양성을 해치는 것은 물론, 토양구조를 깨뜨려 토양 속에 있는 이산화탄소를 공기 중으로 방출시킴으로써 궁극적으로는 공기 중 온실가스 농도를 높여 지구 온난화를 가속시키게 된다.
결국 우리가 쓸 수 있는 대안은 제한된 면적에서의 생산량을 증대시키는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며, 이 또한 경제적, 사회적 그리고 환경적으로 지속 가능한 방법이어야 한다. 특히 부족한 농업 자원을 갖고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는 농업 분야의 복잡한 도전과제, 예를 들어 고령화, 안전성, 기상이변, 농산물 시장개방 등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전통적인 농약, 종자, 비료분야 뿐만 아니라 서로 다른 분야에서의 협력을 바탕으로 한 개방형 혁신(Open Innovation)이 요구된다.
개방형 혁신이 지향하는 융합기술은 독립적으로 존재하던 기술들을 결합해 보다 더 큰 가치를 만들어 내는 신기술을 말한다. 농업분야의 대표적인 이종산업간 융합기술로는 LED식물공장, RFID(전자테그)를 이용한 물류혁신과 생산이력시스템, 농작물 질병 진단용 바이오센서 개발, 미세기상자료를 바탕으로 한 병해충 예측모형, 위성항법장치(GPS)무인 헬기를 이용한 농약방제 등이 있다. 특히 IT산업이 발달한 우리나라에는 많은 융합기술의 성공 기회가 있다.
이러한 혁신은 ‘물음’에서 출발한다. 즉 지금 우리의 농가가 직면하고 있는 도전이 무엇인지를 이해하고 해결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혁신을 표방하는 국내의 한 회사가 광고 카피로 ‘물음이 있는 곳에 혁신이 있다’를 강조하는 것도 혁신의 본질을 잘 꿰뚫어 본 것이다. 개방형 혁신은 외부 아이디어를 수용하고 이를 내부의 역량과 결합시켜 새로운 시너지를 만들어 내는 것을 말한다. 여기에는 조직 외부에 존재하는 유용한 아이디어를 포착하는 능력을 가지고 아이디어를 찾아 오는 사람 (idea scout)과 서로 다른 개념들을 의미있는 방식으로 연결하는 능력을 가진 사람 (idea connector)의 역할로 나눌 수 있다.
특히 이종 기술과 아이디어를 전문적인 식견으로 평가하고 기존 기술에 융합해 시너지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인력은 체계적인 개발을 통한 육성이 필요하며 국가적으로도 이러한 역량을 구축하기 위한 플랫폼 개발에 투자가 필요하다. 이종 분야간의 기술 포럼을 장려하는 것도 이러한 역량을 키우는데 큰 역할을 할 것이며 현 정부의 창조경제와도 궤를 같이 한다고 본다.
농산업의 새로운 도약에는 ‘Not Invented Here syndrome (내가 개발하지 않은 것은 기피하는 현상)’을 떨쳐내고 IT, BT 등과 융합한 새로운 개방형 혁신이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