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과 반대되는 ‘구인난’도 연일 매스컴에 등장하고 있다. 부익부 빈익빈 고용시장의 양극화 속에 취업희망자들이 대기업이나 편안하고 안정된 직장만을 선호하는데 따른 결과이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대표적인 부문이 중소기업과 농업·농촌이다. 농번기에는 하루 품삯으로 남자기준 10만 원 이상을 줘도 사람을 제때 구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게 농업·농촌인력의 현주소다. 이 뿐만이 아니다. 앞으로 농업·농촌을 이끌어갈 인재확보는 더욱 난망이다. 지난달 말 만난 전북 부안의 유 모씨는 “22년 만에 사람농사가 제일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털어놨다. 대학 졸업 후 귀농한 그는 “어떤 작목을 재배해 소득을 많이 올리는가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일은 앞으로 100년간 농업ㆍ농촌을 이끌어갈 사람 농사를 짓는 일”이라고 말했다.
농업·농촌을 둘러싼 환경은 녹록지 않다. 이미 한·미, 한·EU FTA(자유무역협정)가 발효돼 외국의 농축산물이 밀물처럼 수입되는 상황이고, 협상중인 한·중FTA 발효도 시간이 문제일 뿐인데다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도 우리 농업·농촌의 목을 죌 복병이다. 이 같은 상황은 농업·농촌에 FTA파고를 헤쳐 나갈 인재 확보가 절실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22년차 농사꾼 유 모씨가 말하는 사람농사가 시급하다.
농업과 농촌도 사람이 핵심이라는 사실은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다. 산지조직화와 지역개발 프로그램이 전개되면서부터 사람의 중요성이 절실하게 강조됐고, 이를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도 마련돼 펼쳐지고 있다. 농업인을 대상으로 하는 다양한 맞춤형 교육과 지원사업이 시행되고, 귀농·귀촌인을 위한 프로그램도 마련돼 펼쳐지고 있다. 정부는 1980년대부터, 특히 농산물시장 개방 신호탄인 UR(우루과이라운드)협상이 시작된 이후 농업인력 양성에 주력해왔지만 이 문제는 여전히 풀리지 않았으며, 단기적으로나 중장기적으로 가장 중점을 두고 해결해야할 과제로 남아 있다.
시간이 별로 없다. 정부는 농업·농촌을 이끌어갈 핵심세력 육성에 정책의 무게중심을 둬야 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해 10월 마련한 ‘2013~2017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 발전계획’을 통해 ‘신규 후계인력 양성과 농업경영체 육성’을 25개 핵심 추진과제 가운데 하나로 포함시켰다. 2017년까지 핵심경영체, 후계농업경영인, 신지식농업인, 농업마이스터, 강소농 등 농업을 이끌어갈 핵심인력 12만 명을 육성한다는 게 핵심 내용이다.
문제는 실행이다. 계획이 아무리 원대하고 잘 꾸며졌다고 하더라고 제대로 실행이 되지 않으면 구두선에 그칠 뿐이다. 고령화와 고용구조 양극화, FTA시대를 맞아 농업·농촌의 후계인력과 핵심인력 확보과제가 쉽게 풀릴 사안은 아니지만,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농업·농촌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지역의 균형발전 또한 기대할 수 없다. 정부는 특단의 대책을 세워야 한다. 종전과 비슷한 대책으로는 농업·농촌이 필요한 사람을 유치하고 육성하기 어렵다. 오죽했으면 일본이 신규 후계인력 양성을 위해 월급제 시스템까지 도입했을까?
실직이나 은퇴를 하고 자영업에 나선 도시인의 80%가 3년 안에 실패한다는 통계청의 조사결과도 있다. 이들을 농업·농촌에 정착시킬 수 있다면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이다. 정부는 차제에 도시의 다양하고 유능한 인력이 꿈을 갖고 농업·농촌으로 유입될 수 있도록 농업·농촌의 비전을 제시하고, 이들이 농업·농촌에 정착할 수 있도록 일본처럼 일정기간 급여를 지원하는 특단의 대책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최기수
